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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의 재미] 유튜브 저널리즘 공유지의 비극,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통찰의 재미] 유튜브 저널리즘 공유지의 비극,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 김선진
  • 승인 2020.10.21 0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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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의 회귀 | 이상호 지음 | 예린원 | 페이지 304

주관적 의견 부각하는 유튜브
사악해지지 않기 위해선
가치 철학의 관점 고려해야

 

21세기 인간의 발명품 중 우리 삶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초래한 건 무엇일까. 인터넷, 스마트폰, 소셜 미디어 등 다양하지만 모든 사람이 정보 발신자, 컨텐츠 생산자가 될 수 있게 해준 유튜브를 결코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유튜브의 등장 이래로 소위 모든 개인이 언론과 매체가 되는 ‘1인 미디어’, ‘만인 미디어’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제는 소수의 언론 권력이 대중을 향해 일방향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던 과거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하게 됐다. 처음에 단순히 용량이 큰 영상자료 공유 목적으로 시작했던 유튜브가 세계적 테크 기업 구글에 인수되고 세계 최대의 미디어가 되리라곤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유튜브는 이제 명실공히 미디어 시장의 최강자라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유튜브가 말그대로 삶의 ‘디폴트(기본) 매체’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우리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풍부한 정보,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도로 누릴 수 있게 된 반면, 결코 타협해서는 안되는, 손해를 보더라도 지켜내야 할 중요한 가치들이 손상당하고 있다는 어두운 이면도 외면해선 안되는 시점에 이르렀다. 그런 점에서 유튜브가 형성한 미디어 지형도를 거시적으로 조감하고 유튜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어떻게 매체를 비판적으로 수용할 것인지, 어떻게 건전한 미디어 공유지를 함께 만들어갈 것인지를 성찰한 저자 이상호의 『야만의 회귀』는 유튜브를 그저 비즈니스의 장으로 활용하기를 부추기는 유튜브 관련 대중 서적들 중에서 유독 돋보이는 저술이다.

 

유튜브로 인해 손상당하는 가치들

 

저자는 미디어 학자로서 우선 언론 매체로서의 유튜브 저널리즘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최근 시사주간지 <시사IN>이 실시한 ‘2020년 대한민국 신뢰도 조사’에서 우리 국민들이 가장 신뢰하는 매체 1위가 유튜브라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전통적 매체처럼 직접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이미 포털을 언론으로 인식하는 것처럼 플랫폼에 불과한 유튜브 역시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언론이라는 것을 기정사실로 인식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그렇다면 유튜브는 언론 지형에서 과연 어떤 모습과 역할로 기능하고 있는가. 유튜브의 등장으로 과거 소외되었던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표현할 수 있게 된 긍정적 측면도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사실’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무차별적 비난과 모욕, 심지어 가짜를 사실처럼 호도하는 ‘가짜 뉴스’의 만연은 저널리즘을 끝없는 혼돈과 소음의 세계로 전락시켜 언론에 대한 근본적 불신을 초래했다는 사실에 저자는 주목한다. ‘야만의 회귀’라는 제목에서 읽히듯이 저자는 기본적으로 유튜브의 부정적 기능이 긍정적 효과를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역기능이 강화되고 있는 현실을 우려한다. 

 

소수의 목소리까지도 포용할 수 있는 유튜브와 같은 저널리즘 생태계에서는 존밀턴이 저서 『아레오파지티카』의 ‘사상의 자유 시장’ 이론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물건이 거래되는 시장에서처럼 다양한 생각들이 무제한적으로 경쟁하는 과정에서 가장 나은 생각이 공동체에 의해 선택될 것이라 기대됐지만 결과는 오히려 의견 양극화를 강화하고 갈등이 심화되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에 저자는 초점을 맞춘다. 

 

사상의 자유 시장이 오히려 양극화 강화

 

유튜브라는 매체의 특성상 엄청난 미디어 경쟁에서 시청자들의 시선을 뺐어야 한다. 그래서 유튜브는 전통 매체가 견지하는 객관적 균형과 달리 주관적 의견을 부각함으로써 차별화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단순 생존논리에 의해서가 아니라 공동체의 복리 증진이라는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는 가치 철학이 전제가 되야 한다. 이 점에서 저자는 유튜브 저널리즘 위기의 문제는 매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리터러시’의 문제로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가 언급한 표현처럼 유튜브가 근사한 말과 영상으로 시청자를 유인한 후 구독자를 토끼굴 속에 가두는 ‘디지털 허풍의 블랙홀’이 되지 않고 개개인의 재치와 개인의 역사를 기록하는 건전한 미디어 공유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유튜브를 인수한 모기업 구글의 기업 모토를 기억할 필요가 있겠다.

 

“사악해지지는 말자!(Don't be evil)”

 

김선진 경성대 교수·디지털미디어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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