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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행위 멈추고, 직접 고안하고 만드는 경험해보자”
“소비행위 멈추고, 직접 고안하고 만드는 경험해보자”
  • 김재호
  • 승인 2020.11.04 1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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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인터뷰_유만선 박사

시공사 | 312쪽

코로나19는 지속가능 위해
숙고할 시간 준 기회
공학은 힘의 균형과 불균형

 

과학커뮤니케이터들은 많이 있지만 공학커뮤니케이터들은 드물다. 이 둘을 구분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할지 모르겠으나, 공학적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좀 더 다른 면모들이 펼쳐진다. 최근 출판된 『공학자의 세상 보는 눈』은 현재 국립과천과학관에서 과학콘텐츠 확산에 주력하고 있는 유만선 박사가 썼다. 

 

 


지난달 29일, 유만선 박사를 인터뷰했다. 그는 연세대에서 기계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유 박사는 고온의 가스로부터 로켓 부품, 초음속 비행체를 보호하는 열차폐체 설계에 필요한 열전달 현상을 연구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과학문화 역시 새로운 방향으로 가고 있다. 현재 과학문화 확산 혹은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유 박사는 “코로나19는 보다 큰 이슈인 ‘기후위기’와 함께 문명의 발달로 다소 자만에 빠졌던 인류에게 주어진 ‘위기’이자 인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숙고할 시간을 벌어 준 ‘기회’일수 있겠다고 생각한다”며 “그 동안 인류가 이룩해온 과학기술 문명에 대해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또 정신없이 진행되어온 ‘소비행위’를 멈추고 무언가를 직접 고안하고 만들어 보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과학관에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책 제목인 ‘공학자의 세상보는 눈’은 한 문장 혹은 한마디로 하면 무엇일까? 그는 “‘우리 주변 사물들에 대한 기계공학자의 재잘거림’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유만선 박사는 연세대에서 기계공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진 = 유만선 박사

코로나19는 기후위기이자 반성의 기회

공학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니, 좀 더 과학적으로 쉽게 설명 가능하다. 마찰력이라고 하면, 매끈한 면과 닿아 있는 물체만 생각했다. 그런데 유 박사의 설명을 들으니 표면은 “크고 작은 산과 골을 보이며 울퉁불퉁”했다. 면과 물체가 맞닿아 있는 표면은 아주 작은 요철들이 부딪히면서 미세한 힘들의 경합이 발생한다. 이게 바로 마찰력이다. 마찰력이 수직으로 발생하지 않고 수평으로 발생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표면에 서로 반대 방향으로 운동을 하려는 아주 작은 요철들이 서로를 경사로 인식하고 변형시키거나 파괴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부력에 대한 설명 역시 이해하기 용이하다. 부력을 이해하려면 우선 대기 압력을 이해해야 한다. 질소, 산소 분자 등 입자들은 중력에 의해 지표면에 가까운 쪽에 있으려고 한다. 그래서 지표면에선 공기 입자들이 서로 부딪히며 밀도 있게 떠다닌다. 하지만 지표면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입자들이 한가로이 부딪히는 일 없이 떠돈다. 즉, 대기압은 지표면이 높다. 높은 산을 올라갈 때 산소를 가져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풍선은 공기 중에서 표면에 수직 방향으로 압력을 받는다. 풍선이 그 모습 그대로 유지하는 건 풍선 안에서 바깥쪽으로부터의 힘을 지탱하기 때문이다. 풍선의 아래쪽은 지표면과 같이 위쪽에 비해 더 큰 압력을 받는다. 입자들이 몰려 서로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유 박사는 “풍선을 둘러싼 공기의 위아래의 압력 차이로 인해 풍선에는 뜨는 힘이 가해지는데 이것이 부력이다”며 “부력은 유체(기체와 액체)에 잠긴 물체의 종류와 관계없이 물체의 표면에 가해지는 힘”이라고 적었다. 부력의 크기는 풍선 크기만큼이 되는데, 풍선 안에 헬륨을 넣어보자. 그러면 헬륨은 공기보다 밀도가 낮기 때문에 풍선은 하늘로 뜨게 된다.  

 

트러스 구조는 왜 삼각형 구조일까. 이 이미지에 답이 있다. 이미지 = 유만선 박사

마찰력은 왜 수평으로 작용할까

NASA의 슈퍼볼 봇 관련 내용을 보니, 힘의 균형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낸다는 것이 힘의 균형으로 귀결되는 것일까? 유 박사는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것이 공학자의 사명이 되는 경우가 많다. 기계공학자들이 얻고자 하는 ‘효과’는 결국 목적한 물체와 주변 간의 ‘힘의 균형상태’를 잘 유지하거나 혹은 일부러 깨는 것이다”며 “예를 들면, 설계한 의자나 책상은 주어진 비용(나무의 두께, 재료성질) 하에서 최대한 큰 무게를 견딜수록 좋다. 책에 언급된 슈퍼볼 봇 또한 어떤 때에는 균형을 잡다가도 이동 시에는 균형을 ‘잘’ 잃어야 한다”고 말했다. 즉, 기계공학자들의 활동은 만들고자 하는 물체에 작용하는 힘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는 뜻이다. 

책의 내용 중에 “트러스 구조는 한곳에 가해진 큰 힘을 막대 부품을 통해 다른 연결점들로 쉽게 분산시킬 수 있으며, 사각형 형태의 단위 구조와 비교해 각 부분에 회전력이 생겼을 때 변형이 없는 장점도 갖는다”(23쪽)가 있다. 그런데 기자의 눈엔 각 점에 연결된 막대기가 삼각형이든 사각형이든 4개로 크게 차이가 없는 듯하다. 트러스 구조가 더 안전한 이유는 뭘까? 유 박사의 설명을 들어보자. 

“삼각형 형태와 사각형 형태를 비교해 보면, 삼각형은 각 변을 구성하는 부품들이 늘어나거나 줄어들지만 않는다면 그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 반면, 사각형은 각 변의 부품길이를 바꾸지 않고도 다른 형태로 ‘변형’을 시킬 수 있다. 따라서 주어진 최대한의 힘에도 늘어나거나 줄어들지 않는 ‘적절히’ 튼튼한 막대부품과 연결핀 만 사용한다면 삼각형의 트러스 구조를 사용할 때가 더 안정적이다.”

또한 책의 내용 중에 중첩된 압력파인 충격파, 그 현상인 소닉붐이 흥미로웠다. 지구 궤도 재진입체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열차폐시스템이 있다고 책에 설명이 돼 있다. 이 시스템은 “충격파를 통과하여 엄청나게 높은 온도로 가열된 공기로부터 재진입체를 보호하는 일”이다. 기자가 궁금한 건 과연 어떤 ‘재료’로 만드는가이다. 유 박사는 “높은 온도로 가열되는 재진입체의 표면 재료는 녹는점이 쇠보다 높은 세라믹 계통이거나 열을 흡수하면서 기체로 상변화할 수 있는 고분자물질을 사용하기도 한다”고 답했다. 

공학은 세상과 타협하는 학문

유 박사는 공학을 ‘세상과 타협(?)하는 학문’이라고 표현했다. 공학의 장점과 단점 때문이다. 그는 “수학이나 물리학 등은 현상을 이해하고 또 설명하기 위해 극적인 조건들, 예를 들면 완벽하게 뻗은 가상의 직선이나 완전한 구형을 띤 입자운동에 대해 이야기하곤 한다”면서 “반면 공학자 특히 기계공학자들은 그런 형태는 ‘실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고, 주어진 자원(시간, 도구, 예산 등)과 조건에 맞는 적절히 쭉 뻗은 직선과 적절히 둥근 형태의 물체를 설계하여 세상에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유 박사는 “공학자들의 머릿속에도 이상적인 형태 또는 완벽함에 대한 동경이 있기 때문에 스스로 세상에 내어 놓은 물체가 안고 있을지도 모를 ‘결점들’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갈등할 숙명을 안고 있고, 이점이 공학자의 한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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