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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이언스’가 풀어내는 RNA바이러스와 백신
‘코로나 사이언스’가 풀어내는 RNA바이러스와 백신
  • 김재호
  • 승인 2020.11.26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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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대유행과 백신개발 소식
의료진과 소외지역에 백신 먼저 투입

코로나19의 3차 대유행이 국내에서 시작됐다. 81일만에 1일 신규확진이 313명이 됐다. 이와 동시에 코로나19 백신 소식이 전 세계에 희망을 주었다. 코로나10의 원인인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증식 방법을 아는 건 백신과 직결된다. 최근 출간된 『코로나 사이언스』(기초과학연구원 기획, 동아시아, 220쪽)는 현장에서 직접 바이러스의 RNA를 분석한 과학자들이 썼다.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하는 건 바로 RNA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RNA바이러스다. RNA는 DNA와 마찬가지로 4가지의 염기 ‘A, U, G, C’를 가진 뉴클레오티드의 중합체이다. 우리 몸에 최대 60조 개의 세포가 있다. 각 세포에는 세포 핵 안에 DNA가 있다. 세포는 끊임없이 복제해서 증식을 해야 한다. 그런데 DNA는 핵에서 밖으로 나가기 힘들다. 그래서 자신과 비슷한 고분자 화합물인 RNA를 만든다. 

핵 밖에는 미토콘드리아, 리보솜, 소포체 등의 세포 물질들이 있다. mRNA는 전령(messenger)RNA라고도 불린다. 리보솜에 DNA의 유전정보를 전달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개발된 백신은 mRNA 방식을 취했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입자의 크기는 약 0.1um이며, 그 안에 약 3만 개의 염기가 일렬로 이어진 유전체 RNA가 있다. 『코로나 사이언스』 1부 ‘신종 바이러스의 침투 경로와 방어 전략’을 보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기관지의 섬모상피세포나 폐포 안의 2형 폐포상피세포를 숙주로 삼는다고 한다. 심한 폐렴이 동반되는 이유다. 

수용체와 세포 내 침투 돕는 효소

여기서 중요한 건 수용체이다. 이 세포들에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인지해 결합하는 수용체 ACE2와 세포 내 침투를 돕는 효소 TMPRSS2(단백질가위)가 다량으로 존재한다. 책에 나온 비유를 보면, 우리 몸에 있는 차단벽인 성을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침투해 성 안에 불을 지르고 약탈 행위를 벌이는 것이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자신의 스파이크단백질을 통해 숙주세포와 결합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결합 후에 TMPRSS2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스파이크단백질 일부분을 자른 다음 세포 내로 침투한다. 침투 후 가장 바빠진다. 자신을 복제할 효소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RNA가 들어가 있는 모습. 사진 = 픽사베이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백신은 약한 바이러스를 몸에 넣어 항체를 만드는 방식이었다. 『코로나 사이언스』에 따르면, 올해 2월 24일 미국 제약회사 모더나가 이미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백신 후보물질 mRNA-1273을 발표했다. 책을 인용하면 “mRNA-1273 백신은 스파이크단백질의 유전정보를 담은 mRNA를 주사함으로써,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단백질과 똑같이 생긴 '가짜 스파이크단백질'이 우리 몸에서 스스로 생성되도록 한다”고 한다.  

코로나19이외에도 RNA바이러스로 ▷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 HIV ▷ 에볼라바이러스 ▷ 지카바이러스 등이 있다. 바이러스는 원래 숙주가 있어야 생존할 수 있었지만,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숙주가 없이도 일정 기간 생존할 수 있다. 『코로나 사이언스』를 기획한 기초과학연구원에 따르면, 무생물체인 구리 표면 위에선 4시간, 종이상자에선 24시간 생존할 수 있다. 문이나 자동차 손잡이 위인 플라스틱이나 스테인레스 철 위에선 2∼3일간 살아남는다. 

손잡이 등에 생존해 있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를 만지고 입이나 눈을 만진다면 어떻게 될까? 사람은 하루에 알게 모르게 500번 이상 얼굴을 만진다고 하니, 코로나19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손을 자주 소독하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선 마스크를 항상 끼고 있는 게 필수다. 

코로나19 백신은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는 사람들에게 먼저 도움을 주어야 한다.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들이나 면역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소외지역에 백신이 투입돼야 한다. 백신은 국제사회가 함께 만들어가는 공공재다. 과학기술은 늘 공적인 측면에서 진보해야 한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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