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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60] 꽃에 털이 많은 핑크뮬리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60] 꽃에 털이 많은 핑크뮬리
  • 권오길
  • 승인 2020.12.07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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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뮬리

신문지상이나 TV에서 눈길을 끄는 분홍색 풀밭이 심심찮게 등장하였다. 그것은 갈대밭이나 억새밭도 아닌, 어딘지 모르게 낯선 핑크뮬리(pink muhly grass)라는 풀밭이란다. 핑크뮬리(Muhlenbergia capillaris)는 외떡잎식물, 벼과(화본과,禾本科)  쥐꼬리새속(屬,genus)에 딸린 식물로, 흔히 조경용으로 심어 기르는(植栽) 여러해살이풀이다. 가을이 되면 분홍빛을 띤다 해서 핑크뮬리라 부른다.  

미국서중부의 따뜻한 평야지대가 원산지인 다년초로, 정원 장식을 위해 심기도 하고, 길가나 초원지대에 잘 살며,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간 끝에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상륙하였다. 그런데 그 흔하던 핑크뮬리가 미국 일부지역에서는 절멸직전에 놓인 위기식물(endangered plants)이 된 경우가 생겼다고 한다.

분홍색이나 자주색의 꽃이 피는 핑크뮬리(pink muhly/hairawn muhly)를 우리말로는‘털쥐꼬리새’,‘분홍쥐꼬리새’라고 부르며, 억새와 비슷하게 생겼다고‘분홍억새’라고도 한다. 털쥐꼬리새의 서양보통말 ‘hairawn muhly’에서 hair는‘털’, ~awn은 보리나 밀의‘까끄라기’를 일컫는다.

핑크뮬리는 모래와 자갈이 많아 배수가 잘 되고, 사방이 탁 트여 햇볕이 잘 드는 양지바른 곳에 자란다. 그리고 가뭄이나 더위 등도 잘 견디고, 병충해가 거의 없는 편이며, 약산(弱酸)인 건땅을 좋아하는 식물이다. 그리고 무당벌레(ladybug)가 좋아하는 식물이며, 새들의 보금자리가 되기도 한다.

털쥐꼬리새 한 포기는 키가 30~90cm, 너비는 60~90cm로 모여나기하고, 뿌리가 옆으로 뻗지 않으며, 줄기는 곧게 선다. 잎은 줄기에서 나며, 녹색으로 줄(쇠붙이를 쓸거나 깎는 데에 쓰는, 강철로 만든 연장) 모양이다. 잎(葉身)의 길이는 15~75cm이고, 잎에는 털이 없으며, 대체로 편평하나 간혹 가장자리가 말려 좁아 보이고, 끝으로 갈수록 얇아져 실처럼 된다.

분홍쥐꼬리새의 작은 꽃대 주위에 붙어 있는 꽃 이삭(화수,花穗)은 납작하고, 분홍색에서 자주색을 띤다. 그리고 한 꽃에 암술과 수술이 모두 들어 있는 양성화로 2~3개의 수술이 있고, 암술대는 2개의 암술머리로 갈라진다. 

여름에는 분홍억새 잎이 무척 푸르고, 풀이 서로 엉켜서 덤불을 이룬다. 따뜻한 기온에 잘 자라는 식물이라 여름이 되어서야 잎을 틔우고 여름동안 녹색 잎을 유지하다가도 가을이 시작하면 구리 색으로 바뀐다. 또 가을에 접어들면서 꽃을 피우고, 꽃은 깃털을 닮았으며, 끝자락은 구름모양을 한다. 열매는 낱알열매(영과,穎果)로 달걀형 또는 타원형이고, 색은 갈색이며, 표면에 세로로 홈이 있다.

9~11월경 분홍빛이나 연한 자줏빛 꽃이 피어 장관을 이루는데, 가는 줄기의 분홍억새들이 핑크빛 물결처럼 보여 눈길을 끈다. 다시 말해서 핑크뮬리는 꽃에는 털이 많아 구름처럼 피므로 멀리서 보면 핑크빛 물감을 뿌려 놓은 것 같다. 

한국에 자생하는 쥐꼬리새속에는 쥐꼬리새, 선쥐꼬리새, 큰쥐꼬리새 3종이 있다. 그런데 쥐꼬리새나 선쥐꼬리새의‘새’는 공중을 나는 날짐승이 아니고, 볏과식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솔새나 억새 따위를 이른다.
그런데 우리나라 쥐꼬리새(Muhlenbergia japonica)는 역시 외떡잎식물 벼과(화본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산지의 숲 가장자리와 산기슭의 길가에서 자란다. 꽃이 쥐 색깔과 비슷한 회색이면서 쥐꼬리처럼 길기 때문에 쥐꼬리새라 한다. 한국, 일본, 중국, 우수리 등지에 분포한다. 

선쥐꼬리새(M.hakonensis)는 꽃은 8월에 피고, 꽃 이삭은 길이 10~15cm, 지름 5~10mm로서 제주한라산, 강원도금강산의 숲 가장자리에서 자란다.

큰쥐꼬리새(M.huegelii)의 줄기는 키가 50~120cm이고, 쥐꼬리새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훨씬 크다. 줄기는 곧게 서거나 비스듬히 기울며, 종종 많은 가지를 치고 옆으로 눕는다. 경기, 강원 등지에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2014년 제주도 휴애리의 자연생활공원에서 핑크뮬리를 처음 식재했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순천만국가정원, 경주첨성대 인근 등등 전국 곳곳에 심어졌다.

한편 환경부에서는 외래종인 핑크뮬리(털쥐꼬리새/분홍쥐고리새/분홍억새)가 생태계에 교란을 주게 될지 여부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현재로선 생태계위해우려식물도 아니고, 생태계교란식물은 더더욱 아니며, 아직까지 유입주의식물로도 고시된 바가 없다 한다. 하지만 녀석들의 동정을 계속 샅샅이 살펴나가는 것이 옳을 것이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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