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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설문: 우리 시대, 교수는 누구인가
기획설문: 우리 시대, 교수는 누구인가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4.05.13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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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 이상 "존경하는 교수 있다"

[편집자주]사제지간이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스승의 날’이 매년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것에 대한 선생들의 부담도 커져간다. 과연 우리시대 스승의 상은 무엇이며, 사제지간의 모습은 어때야 하는가. 이번호에서는 스승의 날을 맞아 우리시대 교수상?스승상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을 조사해봤다. 서울 소재 두개 대학의 3~4학년 학생 88명으로부터 응답을 받았다.

‘교수라는 단어에서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과반 이상이 “전문가”라고 짤막한 답변을 던졌다. 이 말은 뭔가 뒤끝을 남긴다. 학자나 지식인이 아니고 전문가라는 점에서 그렇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교수를 방석이 닳을 때까지 앉아 학문을 궁구하는 학자로서보다는 한 분야에 대해 꿰뚫고 있는 기능적 전문인으로 받아들이는 것일까 라는 의문이 들며 ‘지식인의 종언’이라는 시쳇말이 떠오르기도 한다. 첫 번째 답에 조금 못 미친 응답자의 40%는 교수에게서 ‘권위적’이라는 이미지를 읽어냈다. 권위와 교수를 동격화시킨 것이다. 여전히 스승과 제자 사이엔 서로 쉽게 통할 수 없는 ‘신분의 벽’이 높게 둘러쳐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외에 “성실하지만 시대감각이 뒤떨어진다”라는 답이 9%였고, “자상하고 따뜻하다”라는 반응은 거의 없었다.

교수, 권위적 전문가로 인식

교수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은 곧 특정 교수에 대한 선호도로 이어졌다. ‘어떤 교수가 가장 좋은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8%가 “강의를 잘 하는 교수”라고 답해, 전문적 지식 및 그것의 효과적인 전달로서의 역량을 최우선 기준으로 꼽았다. 또한 현재의 교수들이 ‘권위적’이라는 진단에 뒤이어 “학생들과 잘 어울리는 교수가 좋다”는 응답이 30% 이상 나왔다.

‘교수들이여, 이것만은 고치자’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40%에 달하는 학생이 “수업준비를 열심히 했으면 한다”라고 말해 위의 질문과 유사한 반응을 나타냈다. “학점을 무기삼아 휘두르는 교수”에 대한 반감도 31%의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또한 교수들의 이중적인 모습을 비판하는 학생들도 다수였다. 응답자의 23%는 “말과 행동이 다른 교수들이 많다”라고 답했는데, 사회문제에 대해선 진보적이고 합리적이면서도 제자들에게는 윽박지르거나 복종을 강요하는 모습에서 이런 언행 불일치를 읽어내는 것 같았다.

이런 답변들에 대해 안경식 부산대 교수(교육학)는 “한국사회가 전통 유교문화권에서 벗어나 사회전반이 형식화?제도화되면서 교수들에게도 전문가적 자질이 가장 중요시되는 추세”라고 지적한다. 나아가 안 교수는 “학생들이 강의를 기준으로 교수를 평가한다는 건 교육수요자로서 당연한 권리이며 긍정적인 현상이다”라고 덧붙인다.

‘존경하는 교수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절반 이상의 학생들이 ‘있다’라고 답했다. 구체적인 이유로는 “강의 내용이 좋고 수업준비가 철저해서” 존경한다는 답이 50%에 달했고, “인격적이고 자상하기 때문”과 “커뮤니케이션이 잘 돼서”라는 답이 뒤를 이었다. 이 외에도 “꿈을 간직하고 있는 교수가 존경스럽다”, “가르치는 이론과 실천이 합치된다”, “자기 학문에 열정적이다”, “학생들을 배려해준다”, “단순히 지식전달만이 아닌 학생들의 인생방향도 고민해준다” 등 다양하고 구체적인 이유들이 나왔다. 교수가 강의에 대해 성실하고 스스로의 학문에 충실할 뿐만 아니라, 학생들에 대한 관심을 저버리지 않을 때 존경하는 ‘스승’으로 대접받고 있음이 드러났다.

강의 잘하고 인품있는 분 존경

‘싫어하는 교수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50% 이상이 ‘있다’라고 답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존경’의 근거로 “좋은 강의내용”을 꼽았던 학생들이 ‘기피’의 근거로는 “불성실한 강의”가 아니라 “인격이 부족한 교수”를 꼽았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김성일 고려대 교수(교육심리학)는 “‘질적인 강의’란 교수의 가장 중요한 자질이기에 최우선적 요소로 꼽는 게 당연하지만 ‘교수 자질이 없다’라는 극단적인 비판은 아무래도 인격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하기 마련”이라고 말한다.

이 외에도 “대충 시간 때우기 수업을 하는 교수”, “권위적이고 차별이 심한 교수”, “학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체크해 성적에 반영하는 교수”, “대학원생을 착취하는 교수” 등이 학생들이 피하고 싶은 교수들로 나타났다.

‘시간강사’에 대해서는 90%에 달하는 대다수 학생이 ‘존경심’과 ‘신뢰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업의 질이 교수들보다 더 낫다”, “학생들에게 친절하고 성실히 잘 대해준다”는 게 그 이유였다. 즉 오늘날 학생들이 기대하는 스승의 像이 교수들보다는 오히려 시간강사에게서 잘 드러나고 있다는 것. 전일균 강릉대 교수는 “교수는 강의보다는 연구실적만으로 평가받기에 강의가 불성실한 경우가 많지만, 시간강사는 강의 자체가 평가기준이므로 교수보다 훨씬 더 충실한 강의를 하게 된다”라고 말한다. 또한 전 교수는 “시간강사들은 강의내용에 충실할 뿐 권위적인 측면이 거의 없기에 학생들이 친근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한다. 어찌보면 대학이 돌아가는 구조와 방식에 따른 당연한 귀결인 셈이다.

스승의 날, 어떻게 볼 것인가

사제지간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들은 ‘스승의 날’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스승의 날’이 “형식적 겉치레에 치우친 날”이라고 답했다. 나아가 “오늘날 스승은 없다, 교수는 지식전달자일 뿐이다”라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상당수 있어 삭막해진 사제지간을 여실히 드러냈다. ‘스승과 연관해서 남기고 싶은 특별한 기억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많은 학생들이 ‘중고교 때는 있었지만 대학에서는 없다’라고 답했다. 사제간의 인간적인 관심과 교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대학현실에서 학생들은 교수들에게 남다른 친밀감이나 추억 같은 것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학생들 대부분은 “이런 관계를 지속하기보다는 변화의 계기가 필요하다”라는 전향적인 모습도 보여줬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돈독해질 기회마련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단 3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필요하다”라고 대답했다. “MT를 같이 간다”, “상담시간을 많이 늘려야 한다”, “지도 교수제도가 활성화돼야 한다”, “대형강의를 폐지해야 한다” 등 교수와 학교 당국에 대한 바람을 구체적으로 나타냈다. 반면에 “학생들이 교수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갈 필요가 있다”라는 자기반성적 시각도 없지는 않았다.

‘우리시대 스승상?교수상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을 조사해본 결과, 학생들은 교수의 가장 큰 덕목으로 “명강의”를 꼽음과 동시에 현재의 강의수준에 대해 매우 불만족스러워 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그렇지만 스승과 제자가 단순히 지식교환관계가 아니라, 서로 끈끈한 정으로 맺어져야 한다는 당위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스승의 날, 해외 대학에서는

△일본
공식적인 스승의 날은 없지만 스승과 제자는 여러 경로를 통해 친밀한 관계를 맺는다. 학부의 의무과정인 세미나를 통해 지도교수와 제자관계가 성립된다. 보통 5~10명으로 구성된 세미나에서 2년 정도 함께 공부하면서 돈독한 관계를 갖게 된다. 또한 선생들마다 제자들과 개인적으로 유대관계들을 형성하는데, 12월에 지도교수 집에 모여 파티를 연다거나, 술을 마시면서 학생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또는 명절 때 불러서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일본에서 지배적인 ‘교수에 대한 이미지’는 전문가 집단이라는 것. 일본에서의 교수 이미지도 ‘권위’와 연결되곤 하는데 한국과 다르다면 그 권위가 항상 전문성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라고 강조된다.

△독일
독일에서 사제간의 특별한 풍경은 지도교수가 고희가 됐을 무렵 제자들과 함께 저서를 낸다거나, 또는 정년퇴임 시 좋은 추억의 모임을 갖는 것 정도다. 하지만 이런 행사 모두 교수 개인마다 큰 차이가 있다. 학문적인 엄밀성을 강조하는 교수는 학생들과의 인간적 관계에 별로 신경쓰지 않지만, 제자들의 일상까지 함께 고민하고 돌봐주는 교수도 있다. 특히 학파가 형성돼있을 경우, 학문적인 유대와 인간적인 유대가 함께 가는 경우들이 있다. 독일 학부는 기본적으로는 대형강의가 많아 세미나를 중심으로 사제간의 긴밀한 관계가 성립된다는 점도 특징이다.

△미국
미국 대학은 기업에 가깝다. 사제간의 관계도 지식판매자와 구매자 관계로 여겨진다. 한 학기가 지나면 계약관계는 종료되고, 수업 후 정서적인 유대관계가 지속되는 경우는 드물다.  미국도 ‘교수’하면 전문가로서의 이미지가 가장 강하며, 이 외에 ‘지루한’, ‘고리타분한’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리기도 한다. 학생들은 교수로부터 양질의 교육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다른 나라에 비해 강하다. 교수와 학생관계에서 원칙을 강요하기보다는 편안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것도 특징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도덕적 인간형, 인간관계에 대한 커리큘럼을 강화하는 새로운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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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2004-05-21 16:45:55
전일균 강릉대 교수는 “교수는 강의보다는 연구실적만으로 평가받기에 강의가 불성실한 경우가 많지만, 시간강사는 강의 자체가 평가기준이므로 교수보다 훨씬 더 충실한 강의를 하게 된다”라고 말한다. 또한 전 교수는 “시간강사들은 강의내용에 충실할 뿐 권위적인 측면이 거의 없기에 학생들이 친근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한다. 어찌보면 대학이 돌아가는 구조와 방식에 따른 당연한 귀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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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글을 읽고 너무 우습다는 생각이 든다.
1) 교수가 연구업적만으로 평가를 받는가? 어디가 그런가?
2) 그러니까 강의에 불성실한 경우가 많다? 너무 웃기지 않는가?
3) 시간강사는 강의가 평가대상인가? 어떤 교수가 그런가?
4) 권위라는 말을 그렇게 오도해도 되는가?

참 어지러운 세상이다. 교수라는 사람이 이런 논조를 가지고 역할고 의무를 그렇게 뒤덮으려 하다니...
어떤 학문적 역량을 갖춘지는 몰라도...너무 역겹고 일방적인 근거를 제시했다고 보지는 않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글쎄 우리학교에 출강하는 동학인 강사선생들도 이런 생각을 하고나 있지 않을지 심히 궁금하다. 학문은 연구만 있는 것도 아닌데...연구와 강의는 밀접한관계인데...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사선생들이 교수들보다 더 많은 연구와 업적을 남기고 있는데...무슨 말을 그렇게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