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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이 된 ‘토니 셰이’…행복한 돈벌기는 가능한가
고인이 된 ‘토니 셰이’…행복한 돈벌기는 가능한가
  • 김선진
  • 승인 2020.12.17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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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의 재미_『딜리버링 해피니스』 | 토니 셰이 지음 | 송연수 옮김 | 북하우스 | 352쪽

세상에 행복을 선사하고자 자포스 창업
재미와 약간의 괴짜다움 추구하라는 사명
요절한 경영 천재를 애도하다

촉망받던 기업가이자 혁신가였던 한 사람의 부고 소식에 그를 추앙했던 사람들이 충격과 비탄에 잠겼다. 아마존에 매각된 온라인 신발 쇼핑몰 자포스를 창업한 토니 셰이(Tony Hsieh) 전 최고경영자가 지난 11월 27일 46세의 젊은 나이로 유명을 달리했다. 

우리나라에선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는 겨우 24세에 자신이 세운 인터넷 기업 링크익스체인지(LinkExchange)를 마이크로소프트에 2억6천5백만 달러(3천2백억 원)에 매각하고, 이후 합류한 자포스를 세계 최대 온라인 서점 아마존에 12억 달러(1조4천억 원)에 매각한 전설적 창업 성공 스토리로 유명하다. 그러나 내가 그를 알게되고 매료된 것은 그의 이런 입지전적 성공 신화가 아니었다.

대만계 미국인이었던 그의 아메리칸 드림은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우는 스티브 잡스, 엘론 머스크같은 인물에 버금갈 정도이긴 하지만 기업가들의 이야기는 사실 어느 정도 미디어에 의해 미화되고 과장되는 게 사실이어서 돈으로 평가받는 결과론적 해석에 나는 경계심이 있기도 하다. 젊은 나이에 엄청난 부를 이룬다는 게 대중적 관심을 사로잡는 건 사실이지만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성공의 바탕이 된 그의 경영 철학과 기행적 결정들이었다. 이윤창출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는 게 기본 생리인 기업이 단순한 고객 만족을 넘어 ‘세상에 행복을 선사한다’는 사명으로 ‘행복한 돈벌기’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실제로 증명해보였다는 게 나로선 지나칠 정도로 이상적이어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행복 선사하는 기업 만든 토니 셰이

고객 서비스를 최우선으로 삼으며 고객에게 행복을 배달한다는 그의 경영철학은 당시 미국 현지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소개되었다. 자포스는 함께 일하는 직원과 고객 모두의 행복을 추구하는 독특하고 재미있으면서도 탄탄한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포천지에서 발표하는 ‘일하기 가장 좋은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아픈 가족을 위해 신발을 샀는데 신어보기도 전에 돌아가셨다는 고객의 전화를 받은 직원은 전액 환불은 물론 위로의 꽃을 보냈다는 고객 감동의 전설적인 사례는 유명하다. 나는 몹시 궁금했다. 그가 어떤 인물인지.

토니 셰이가 직접 쓴 책 『딜리버링 해피니스(Delivering Happiness)』는 10년전에 출간된 책이긴 하지만 그가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써내려간 경영 분투기이자 경영 노하우가 담긴 비즈니스 매뉴얼인 동시에 삶에 대한 그의 가치와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그가 초보 창업자에서 성공 경영자로 변모하기까지 온몸을 던져 겪은 기업의 흥망성쇠가 기록돼 있다. 자본이 부족해 사비를 쏟아붓고, 미숙한 창고관리로 상품 출고가 엉망이 되고, 직원들이 서로 반목하고, 이사진과 경영방침이 충돌하는 등 CEO로서 아찔했던 위기의 시간들도 가감없이 공개했다.

이 책에는 자포스의 사업 운영, 고객 서비스 등의 이야기가 자세히 들어있다. 내부에서 쓰이는 자료들과 주고받은 이메일뿐만 아니라, 자포스 문화에 대한 직원들의 생생한 증언도 실려 있다. 저자는 CEO로서 자신의 경영철학이 체계적으로 구현되어 있는 10가지 ‘핵심가치’를 직원들의 경험담을 곁들여 알기 쉽고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한 교육훈련을 담당하고 업무지식을 집적하는 시스템인 ‘파이프라인’, 직원들의 의견을 모아 매년 발간하는 ‘자포스 컬처북’ 등 자포스만의 독특한 제도들도 소개되었다. 자포스의 10가지 핵심 가치 중 ‘재미와 약간의 괴짜다움을 추구하라’, ‘성장과 배움을 추구하라’, ‘소통을 통해 진솔하고 열린 관계를 만들어라’와 같은 메시지는 재미 연구자인 내가 확인한 삶에서 행복해지는 전략과도 정확히 일치한다.

자포스의 10가지 핵심 가지

‘돈을 쫒는다면 세상의 변화가 가져다 줄 재미를 놓치게 될 것’이라는 저자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는 기업가로서 돈을 버는 것이 그의 목표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그가 하버드를 졸업하고 높은 연봉의 안정된 직장 오라클을 때려치운 것도, 친구와 공동창업한 링크익스체인지를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하고 100억 원을 포기한 것도, 위기에 처한 자포스에 자기 돈을 쏟아부으면서 살려낸 것도 눈앞의 이익을 좇지 않고 삶의 근본적 가치를 추구한 그의 철학과 열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가 사재 3억5000만달러(약 4000억원)를 털어 라스베가스 구도심을 거대한 스타트업 도시로 변화시키기 위해 시작한 ‘다운타운 프로젝트’, 기업의 수직적 위계를 없애고 극단적 자율주의를 실험한 ‘홀라크라시(holacracy)’ 실험이 실패했다는 평가도 있고 그가 약물 중독자였다는 의구심도 있지만 그것이 그의 삶의 진정성을 손상시킬 순 없다고 믿는다. 성공과 실패가 한 인간의 완전성을 보증하진 않는다. 

토니 셰이의 집 거실에 걸려있던 ‘모든 위대한 아이디어는 미친 짓에서 시작된다’는 메시지에 울림을 느낀다. 요절한 경영 천재 토니 셰이의 명복을 빈다.

 

 

 

김선진 경성대 교수·디지털미디어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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