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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평론(2021년 1/2월호)
녹색평론(2021년 1/2월호)
  • 교수신문
  • 승인 2021.01.1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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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지음 | 녹색평론사 | 238쪽

더 많은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신년 좌담은 기후위기, 양극화, 코로나19 등 2020년 한국사회에 산적한 문제들을 우선 돌아보고, 2020년 11월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미국 대선을 계기로, 미국의 정치 현실과 한국의 그것을 비교해본다. 오현철(전북대)은 카르텔 정당구조, ‘적대정치’와 ‘팬덤정치’라는 키워드로 한국 정치의 근본문제를 짚고, 손제민(경향신문)은 언론과 관료의 문제를 짚는다. 하승수(녹색전환연구소)는 한국 정치의 특수한 조건만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의제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도 시민의 정치에 대한 직접참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환기하면서, 국민발안, 국민투표, 국민소환, 배심재판 등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한 운동을 제안한다. 특히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검찰개혁 논의와 관련해서 그가 제안하는 미국의 기소배심이나 일본의 검찰심사회 같은 시민에 의한 사법권력의 직접통제 방식은 독자의 귀를 솔깃하게 할 것이다. 더불어 민주주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기본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정치교육 문제와 관련하여, 『녹색평론』 176호는 독일의 민주시민교육을 소개하고 있다(정현이(대전느리울초등학교)).

박승옥(햇빛학교)은 기후위기는 “대의정체제의 한계와 종말을 보여주는 정치위기”라고 선언하고, “억압과 착취를 당하지 않으면서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권리와 자유의 공간을 가장 폭넓게 확보할 수 있는 체제”인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통해서 생태위기뿐만 아니라 불평등 문제를 타개하자고 이야기한다. 이광석(서울과학기술대)은 한국사회의 ‘기술과잉’ 문제를 짚는다. “우리 사회 전 영역에서 기술의 과잉이나 과포화가 두드러지면서, 민주주의 부재와 그것의 알리바이를 기술이 전면에 나서 메꾸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 디지털뉴딜의 본질을 점검하고, 인류의 공동번영이라는 목적에 부합하도록 기술을 배치하기 위하여 시민이 주체가 된 과학기술 통제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야보르 타린스키(그리스 언론인)는 ‘자기절제’라는 개념을 통해서 철학자 코르넬리우스 카스토리아디스가 생각했던 민주주의의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이중의 자기절제이다. 사회 내부적으로는 한 사회의 온전함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규제와 법들에 순응하는 것이고, 자연에 대해서는 인간행위에 스스로 한계를 설정하는 것이다.” 니콜라스 코코마(DSA(미국민주적사회주의자))는 정당성, 효율성, 신뢰성이라는 측면에서 추첨제 민주주의를 옹호하고 있다. 여러 저작물과 연구를 바탕으로 한 그의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왜 추첨민주주의 방식이 아직 보편적으로 확대되지 않았는지 오히려 의아한 생각이 들 것이다.

야니스 바루파키스(그리스 경제학자)는 “자본주의는 민주주의와 공존할 수 있는가”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한다. 인클로저 이후 자본주의의 역사를 간략히 살피고, 자본주의가 필연적으로 초래하는 금융위기 속에 허덕이고 있는 전 세계의 현실은 정치권력이 경제권력을 견제할 힘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김종철을 읽는다

이명원(문학평론가)은 ‘민주주의’라는 주제를 가지고 『녹색평론』 전 발행인 고(故) 김종철의 글과 사상을 분석했다. 김종철의 논의 전개의 방법론적 측면(‘대화적 언어’와 ‘감정교육’)과 사상적 측면(근대문명 및 생태적 삶의 양식에 대한 관점)의 바탕에 놓여 있는 ‘민주주의자로서’의 면모를 짚어내는 필자의 시각에서는 그 특유의 예리함과 통찰력이 느껴진다. 한창훈(소설가)은 짧은 에세이를 통해서 김종철 선생과의 인연을 회상하고, 이 땅의 진정한 스승으로서 그를 기억한다.

진실과 자유를 위한 계속되는 투쟁

한승동(저널리스트)은 리영희 선생의 10주기를 맞아 출간된 평전과 선집을 살펴본다. 그는 특히 2차대전 이후 매듭이 잘못 지어져 70여 년이 흐른 오늘날까지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왜곡된 동아시아의 현실을 지적한다. “반동적 우상들이 여전히 싸움의 한쪽 제일선을 장악한 채 군림하고 있다. 검찰개혁 등을 둘러싼 소음도 그 싸움이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준다.”

피트 돌랙(미국 사회운동가)은 지난 미국 대선에서 드러난 오늘날 미국사회의 (교육)현실을 우려하면서, 파시즘이 부상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경각심을 촉구한다.

노먼 워즈바(듀크대 신학대학원)는 '창세기'에 기초하여 ‘인류세’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인간 존재의 의미와 목적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생태위기 시대에 인류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김남일(소설가)은 샤힌 아크타르의 장편소설 『여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2004)를 통해서 ‘아시아 여성’의 관점에서 국가, 전쟁, 남성 중심의 사회를 돌아본다.

이보 모슬리(정치·금융 개혁 운동가)는 지난호에 이어서 현대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수용되고 있는 ‘대의민주주의’라는 환상을 논박한다. 특히 이번호에서는 유럽사회에서 중산계급의 부상과 그들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민주주의’의 개념이 왜곡되기 시작하는 역사를 짚고 있다.

176호 『녹색평론』에는 신작 시, 손세실리아 시인의 「동백 핀 날」, 「일침」 그리고 박준 시인의 「고성」, 「잔치」가 발표되었다.

변현단(토종씨드림)이 『토종씨앗의 역습』을 ‘농부권’이라는 개념으로 풀어 소개하였고, 박병상(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은 DNA 구조를 밝히는 바탕이 된 ‘상보성의 원리’를 발견했지만 유전공학을 반대하면서 생애의 마지막까지 ‘작은 과학’을 지향했던 에르빈 샤르가프의 에세이집 『헤라클레이토스의 불』을 소개했다. 김주현(인제대)은 ‘비체제적 민중주의’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북한문학을 통한 북한사회 분석 및 안내서라고 할 만한 『친애하는, 인민들의 문학 생활』을 살펴보았다. 부희령(작가)은 ‘생태위기는 인류의 영적 위기’라고 말하는 데이비드 로이(『과학이 우리를 구원하지 못할 때 불교가 할 수 있는 것』)의 관점과, 수단과 목적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서는 ‘에코다르마’의 삶(수행)의 방식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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