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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대학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다
'진짜' 대학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다
  • 신희선
  • 승인 2021.01.11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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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이제 우리가 선배가 되는데, 우리도 잘 모르니 후배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얘기가 없다.” <고대교우회보> 12월호에 실린 20학번 새내기의 말이다.‘20학번이 말하는 2020년’온라인좌담회에서 6명의 새내기들은 집에서 온라인 강의로 일 년을 보내다 보니 학교에 대해 물어봐도 해줄 이야기가 없다고 하였다. 입학식부터 영상으로 시작해 학교 건물도 낯설고 자신이 진짜 대학생인지 잘 모르겠다고도 했다.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위축된 한 해였다. 대학에서의 첫 해를 집콕과 온라인 수업으로 보낸 신입생들에게 교수들은 어떤 존재였을까? ‘열정적인, 지적인, 재미있는, 책임감이 강한’ 교수로 대학공부에 기대를 심어주었을까? 비대면 수업을 통해‘지루한, 거만한, 말만 많은, 무책임한’ 모습은 혹여 없었을까?

2017년 <중앙일보>가 대학평가를 하며 ‘강의왕’으로 32명의 교수들을 소개한 적이 있다. 그들의 공통된 특징은 매번 새로운 자료와 사례로 수업내용을 업데이트하고 학생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질문을 던지고 세심한 피드백을 해주는 점이었다. 주당 3.7시간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학생들을 상담하고, 한 과목 강의를 준비하는 데 평균 주당 4.8시간을 할애하였다. 해당 수업에서 학생들의 토론과 발표 비중은 38%를 차지했다. 학생들이 제출한 리포트 한 편에 1시간씩 피드백을 한다는 교수도 있었다. 온라인 수업이라고 해서 강의실 교육과 다를 건 없다. 2020년 온라인 수업을 모니터링한 숙명여대 교수학습센터 자료를 보더라도, 우수 사례로 꼽힌 수업들은 동일한 결과값을 보여주었다. 온라인 수업 운영에 대해 학생들에게 상세하게 안내하고 수업 동영상 콘텐츠의 질도 우수하였다. 또한 질의응답과 피드백을 통해 학생들과 활발하게 소통하였다.  

“어제 가르친 그대로 오늘도 가르치는 건 아이들의 내일을 빼앗는 짓이다.” 일찍이 존 듀이가 강조했던 말이 지금 이 시점에 더 울림이 크다. 대학에 대한 기대와 설레임이 실망과 낙심이 되어버린 새내기들에게 ‘진짜’ 대학이 무엇인지 보여주어야 한다. 온라인 환경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신이 편한 시간에 동영상 강의를 틀어놓는 수업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교수자도 한번 동영상 자료를 만들어 놓고 반복해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코로나 세대의 교육적 결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학생들이 대충 인터넷 강의를 듣고 쉽게 학점을 따며 대학생활이 흘러가지 않도록, 코로나 시대의 교수는 더욱 부지런해져야 한다. 매학기 새롭게 재충전된 콘텐츠로, 지속적인 교육적 열정으로 수업의 문을 열어야 한다. 온라인 수업에서도 교수와 소통하고 동료학생들과 만나고 싶어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비대면 여건이기에 더욱 인간적인 교감과 소통이 교육현장에서 중요해지고 있다.

앞으로 교수자의 역할은 코치이자 큐레이터라고 말한다. 학생들이 신나게 자신의 기량을 갈고 닦을 수 있도록 맞춤형 코칭을 하고, 정보의 바다에서 양질의 자료를 선별하여 가치 있는 콘텐츠를 제시하는 큐레이팅이 교수자에게 기대하는 바인 것이다. 온라인 수업에서도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질문, 경청, 피드백을 통해 서로에게 배우는 학습 분위기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교육의 목적은 학생들에게 자신의 삶을 책임질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일이다. 학생들이 대학다운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온라인에서도 자극과 기회를 주어야 한다. 생각의 깊이를 키워주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균형 잡힌 피드백과 애정을 담은 가르침으로 학생들을 배움의 길로 안내하는 공력이 더 요구된다.

코로나19로 시작했던 2020년이 다 지나도록, 코로나19는 끝나지 않았다. 새해가 되어도 외출의 자유가 여의치 않은, 암흑과 같은 시간들이 지속될 것이다. 2021년 봄에 만나게 될 새내기들을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 교육자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들에 최선을 다하자는 결심을 다시금 해본다. 캠퍼스에서 다양하고 풍성한 경험을 누리지 못한 채 학생들이 또 한 해를 허투루 보내지 않도록, 에린 핸슨의 시를 음미하며 겨울방학 계획을 세워 보는 아침이다.“…당신은 당신이 읽은 모든 책이고 당신이 하는 모든 말이다.…당신은 당신이 믿는 것들이고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며…당신이 꿈꾸는 미래이다.”

신희선(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 정치학 박사)
신희선(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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