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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스스로 '로드맵' 선택…전공학점 비율 높여
학생 스스로 '로드맵' 선택…전공학점 비율 높여
  • 이민선 기자
  • 승인 2004.06.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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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한양대 교과과정 개편 연구 보고서


대학 교육개혁이 시대의 화두로 회자되고 있는 가운데, 각 대학이 대학의 존폐마저 가름할 수 있는 교과과정 개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달 서울대는 실질적인 연구중심대학으로 가기 위한 학부의 구조조정안을 발표함과 동시에 대대적인 교과과정 개편을 예고하고 있고, 고려대는 지난 3월부터 ‘글로벌’이라는 키워드로 묶어 낼 수 있는 새로운 교과과정을 시행 중에 있다. 이런 움직임 속에서 지난 달 한양대가 ‘2005~2008학년도 한양대학교 교육과정 개선연구’ 결과 보고서(이하 보고서)를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2005학년도부터 실시될 한양대 교육과정은 ‘학습과정은 어렵게, 내용은 실용적으로’라는 짧은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학생들의 전공교육을 강화하면서도,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교육을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한양대는 다른 대학과 마찬가지로 학부제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 수요자의 전공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대학 교육은 오히려 부실해졌다.

 

학생들은 해당 전공별로 반드시 이수해야 될 전공필수 과목을 수강하지 않고, 인접학과의 교육과정 중에서 이수하기 쉬운 특정 과목만을 집중적으로 듣는 게 현실이다. 전공교육을 제대로 배우지도 못한 ‘불량 상품’이 양산됐다는 평가다.

학습은 어렵게, 내용은 실용적으로

 

사회가 요구하는 ‘실용적 인재’를 길러내는 데도 실패했다는 게 교과과정 연구팀의 견해다.  전통적으로 한양대가 ‘실전형’ 인재양성에 주력하는 분위기이긴 했지만, 교육과정을 단과대학별 또는 계열별로 편성해 산업체 요구에 탄력적으로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내부 인식이다.

 

또 현실성을 강조하는 실험 및 사례 중심 과목도 거의 없다. 2001년~2004학년도 교과과정에서는 실천사례 중심학습(Case-Based Learning), 문제중심학습(Problem-Based Learning) 등 학습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교수-학습 방법을 활용하는 수업이 턱없이 부족했다.

인터넷이 삶의 일부로 자리 잡은 시대에, 한양대 컴퓨터 관련 강좌가 학생들의 정보화 역량을 강화시키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등과 같이 이론적이고 비실용적인 내용이 대부분이어서, 정보의 취사선택 능력, 편집 및 가공 능력 배양에는 별 효과가 없다는 평가다.

한양대는 일단 학생들의 졸업이수학점 부담을 줄이면서, 동시에 전공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학생들에게 과도한 졸업이수학점을 요구해 ‘쓸데없는’ 강좌를 듣지 않도록 하고, 졸업이수학점을 전반적으로 ‘구조조정’하는 가운데 전공교육을 알차게 한다는 생각이다.

현행 한양대 교육과정 하에서 학생들이 졸업하기 위해서 이수해야 할 학점은 1백40학점. 하지만 내년부터는 단과대학별로 적게는 1백30학점(인문과학대학 외 14개 단과대학), 많게는 1백36학점(공과대학 외 5개 대학)만 이수하면 졸업이 가능하다. 단, 건축대학을 비롯한 5년제 단과대학은 1백62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이에 비해 전공학점의 비율은 높였다. 예를 들어 인문과학대학의 경우 현행 한양대 교육과정에서는 36학점 정도만을 이수해야 했지만, 개편되는 교과과정에서는 전공필수 학점을 최소 54학점을 들어야 한다. 무려 18학점이 늘어난 셈이다. 이러한 요건은 전 단과대학에 똑같이 적용됐다.

이런 가운데 한양대는 ‘교육과정 자율 디자인제’를 선보였다. 학자를 길러내는 교육도, 기업에서 요구하는 실용적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교육과정은 ‘학문지향형’, ‘전문직업 지향형’, ‘멀티인재 지향형’으로 구분된다. ‘학문지향형’ 과정은 예컨대 대학원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위한 코스다.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학생들보다 훨씬 심화된 전공내용을 공부할 수 있도록 계획돼 있는 교육과정이다.

 

이에 비해 ‘전문직업 지향형’ 과정은 취업관련 과목 이수에 보다 많은 강조점을 부여하는 교육과정이다. 예를 들어 경영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이 금융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강좌를 이수해야 할지 로드맵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멀티인재 지향형’ 과정은 기존의 다중전공이나 복수전공을 계획하는 학생들이 밟아야 할 교과과정을 의미한다.

대학생활 보여주는 러닝 포트폴리오

 

학생들이 각자의 로드맵을 결정하는 시기는 학부 4학년. 즉 1학년 때에는 공통기초, 대학기초, 전공기초 등의 기초교육을 받고, 2~3학년 때에는 전공핵심, 전공심화 등 최소 54학점의 전공교육을 이수하게 된다. 그 다음 4학년에 이르러, 전문교육으로서 ‘학문지향’, ‘직업지향’, ‘멀티인재’ 중 한 가지를 선택해 해당 교육을 받게 되는 것이다.


현재 한양대는 각 학과, 단과대학에게 각각의 특성에 적합한 교육과정 이수 로드맵을 결정하게 하고, 각 로드맵별로 이수해야 할 교양기초, 전공필수(기초/심화), 전공선택 과목을 정하도록 지침을 내린 상태다.


어느 코스든 학생들이 4년 동안 공부한 흔적들은 ‘러닝 포트폴리오(Learning Portfolio)'에 고스란히 남게 된다. 러닝 포트폴리오란 입학에서 졸업할 때까지 학생 개인의 모든 성과물을 축적한 것으로서, 학생의 교육목표 달성도를 점검하는 데 사용되고, 취업 시에는 학생의 대학 4년의 생활을 보여줄 수 있는 자료로 활용된다.


포트폴리오에는 교과과정에서 얻은 과제 성과물, 졸업논문 또는 과제 연구 성과물, 성적기록부 뿐 만 아니라, 경진대회 기록, 산업체 인턴쉽 프로그램 활동 보고서, 실험실 연구보조 실적 등이 포함된다. 토익 및 기사 자격증 사본이나 동아리 및 봉사활동에 관한 보고서 역시 포트폴리오의 내용물이다.


보고서는 또 ‘경영학 부전공제’를 도입해 이번 교과과정 개편의 ‘실용적’ 성격을 한층 높였다. 많은 기업체들이 점점 전공에 관계없이 취업예정자에게 기업경영의 이해, 마케팅, 재무회계 등 경영학과 관련한 기본지식 및 소양을 갖추길 원하자, 아예 모든 학생이 경영학을 부전공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한양대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기업이 바라는 교과과정’에 근거해 기본인성 및 태도, 업무관련 기본지식, 기업경영 기초 등의 교과목을 부전공 이수학점 기준에 적합하게 편성할 계획이다.


모든 학생이 경영학 부전공 가능


하지만 기존 경영대학에서 이같은 수요를 모두 소화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 경영대학은 애초부터 경영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위해 존속시키고, 부전공 학생들을 위해 따로 교수진을 확보할 계획이다. 말하자면 일부 대학의 ‘교양학부’와 유사한 시스템을 운영하겠다는 의도다.


학생이 전공지식을 이용해 독창적인 그룹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능력을 갖추게 하는 교과과정도 선보일 계획이다. 이른바 ‘한양 창의력 개발 프로젝트’다.

 

신기술 개발 아이디어나, 기업이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기술적 딜레마 상황을 탈출할 수 있는 방안이 있으면 4학년 1학기에 소정의 제안서를 제출하고, 4학년 2학기에 학점으로 이수하는 과정이다. 2005학년도에는 시범적으로 공과대학부터 실시하고, 문제점을 개선해 점차 다른 단과대학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양대는 7월 초까지 학과별 교육과정 개편을 완료하고, 9월 중순까지는 최종 교육과정 개편안을 각 대학에 통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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