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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와 5·18왜곡 처벌 문제
표현의 자유와 5·18왜곡 처벌 문제
  • 심영의
  • 승인 2021.01.25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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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의의 문학프리즘]

2020년이 저물어 갈 무렵에 5·18과 관련한 중요한 사건이 있었다. 5·18왜곡에 대한 처벌을 명문화한 법률(5·18민주화운동특별법 개정안, 2020.12.10)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일이다. 그런데 5·18에 대한 사실 왜곡을 주장하는 자에게 형사적 처벌을 부과하도록 한 5·18특별법 개정안에 다양한 비판이 있다.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는 “나는 5·18을 왜곡한다” 는 제목의 시를 자신의 SNS에 올리고 난 후 5·18에 대해 가장 적대적인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5·18특별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하는 까닭을 밝히고 있다. 주된 내용은, 역사적 사실을 특별법으로 묶어 사실과 다른 말을 하는 것을 처벌하는 것은 비문명적이라는 것이다. 현행법으로도 허위사실을 말하거나 명예훼손은 얼마든지 처벌할 수 있다고도 부연한다. 

그러나 5·18역사왜곡처벌법 조항은 5·18에 대해 다르게 말하기 자체를 처벌하는 게 아니다. 5·18에 대한 부정, 부인행위를 처벌하는 게 아니라 허위사실유포행위만을 처벌의 대상으로 제한하고 있다. 북한특수군 개입설을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는 지만원이 해당될 수 있을 것이다. 지만원은 5·18에 참여했던 시민들을 북한특수군 제1광수, 제2광수 식으로 끊임없이 사실을 왜곡하고 관련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2016년 불구속 기소되었다. 이후 3년 10개월 만인 지난해 2월 13일 서울중앙지법은 징역 2년에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런데 법원은 실형을 선고하고서도 재판에 성실하게 출석했으며 고령이라는 이유로 법정구속을 하지 않았다. 현행법으로 지만원 같은 사람을 처벌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되겠다. 

뿐만 아니라 유튜브 (YouTube)를 비롯한 인터넷 매체에는 5·18에 대한 왜곡과 부정을 넘어 5·18항쟁에 참여했던 사람들에 대한 적대적인 내용으로 가득 찬 영상과 글들이 마치 사실인 양 전파되고 있어도 거의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그 무엇을 심판할 수는 없으며, 역사를 통해 평가 혹은 조명할 수 있을 뿐이다. 조명은 역사의 몫이요, 신이 사라진 이 세속사회에서 심판은 구체적으로는 법의 몫이다. 

임지현 서강대 교수는 “기념은 권력의 몫이고 기억은 우리의 몫”이라는 제목의 글(2020.12.22.경향신문)을 통해 기억을 법제화하는 것은 사상과 학문과 표현의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는 강상우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김군」을 예로 들어, 지만원의 역사왜곡에 대한 한국사회의 성숙한 대응을 주문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가 강상우 감독의 영화를 오독하거나 자신의 주장을 강조하기 위해 편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데 있다. 임지현 교수는 “가해자나 희생자 모두에게서 버림받고 사상자나 실종자 명단에도 오르지 못한 넝마주이 김군의 역사적 복권이야말로 5·18왜곡에 대한 가장 통렬하면서도 성숙한 답변”이라고 강조한다. 

강상우 감독이 무려 7년 동안 광주에 와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과 인터뷰한 끝에 찾아낸 당시 넝마주이였던 김군은, 80년 8월 24일 진월동 부근에서 매복 중이던 전투교육사령부 소속 육군보병학교 교도대와 11공수여단 사이의 오인 사격으로 아홉 명의 공수부대원이 사망한 사건에 대한 분풀이로 송암마을 주민들에게 무차별 난사를 하고 사람들을 체포해가는 과정에서 사살되어 암매장되었음이 밝혀졌다. 그 보복총격으로 아무런 죄 없는 마을 청년 3명이 죽고 총소리에 놀라 하수구로 몸을 숨긴  50대 여성과 저수지에서 물놀이를 하던 초등학생과 중학생도 목숨을 잃었다. 김군은 그때 사살된 후 암매장되었다. 그가 고아였고 가족이 없었던 탓에 그의 죽음이 묻혀졌을 뿐 결코 버림받은 것이 아니다. 

물론 5·18도 다른 역사적 사건과 마찬가지로 역사적 해석과 평가는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도리없이 5·18은 정치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 하나의 진실만을 주장하는 것은 그 자체로 모순과 기만일 수 있다. 다만 표현의 자유가 절대적인 선이나 진리인 것처럼 주장하는 임지현 교수가 “기억은 우리의 몫”이라 했을 때 그 ‘우리’에 자신도 포함되는지가 궁금하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심영의(문학박사. 소설가 겸 평론가)
심영의(문학박사. 소설가 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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