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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니’에서 읽은 1월의 책
‘책마니’에서 읽은 1월의 책
  • 신희선
  • 승인 2021.02.03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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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선의 딸깍발이]
능력주의, 패자를 굴욕과 분노로 몰아가
대학, 민주 시민을 키워 책무 다해야

수년 전부터 몇몇 교수들과 함께 한 달에 한 번 책을 읽고 대화하는 모임을 갖고 있다. 이름하여 ‘책마니’로 불리는 독서토론 모임으로, 책을 많이 읽고 심마니가 산삼을 찾듯이 의미 있는 책모임을 만들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전공도 다르고 대학도 다르지만 더 나은 세상을 꿈꾼다는 공통점이 있다. 올해 1월 같이 읽은 책은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이었다. 덕분에 우리 사회 공정의 문제를 깊게 생각해 본 시간이었다. 이 책이 대학 공동체에 주는 함의는 무엇일까?

마이클 샌델은 “학생을 능력에 따라 선별하는 대학 입시가 사회적 인정과 명망의 간판따기가 되고 있는 현상”에 주목한다. 개인의 역량, 자격, 성과를 강조하는 능력주의(meritocracy)가 민주주의에 미친 부정적 영향을 고찰한다. 자녀를 명문대학에 보내기 위해 미국 부유층이 입시사업가를 동원해 부정입학을 저지른 사례로부터 시작해 ‘인재선별기’가 되고 있는 지금의 대학의 모습을 능력주의의 거울을 통해 비춰준다. 오직 학생 자신의 실력과 능력에 입각해 입학할 수 있다고 여겼던 대학입시에 부모의 돈이 작용하고 있으며, SAT 점수와 수험생 집안의 소득이 비례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입시에 극성스러운 부모 개입이 심했던 나라들이 사회적 불평등도 두드러졌다며 미국과 한국을 인용하고 있다. 

이른바 ‘능력주의 신화’가 한국의 입시격차를 점점 벌려놓고 있다. 명문대 간판이 능력을 상징하는 지표로, 좋은 대학에 들어가면 인생이 달라진다며 학생들을 입시지옥으로 몰아놓고 있다. 학력기반 사회는‘인서울’현상을 부채질하고 이미 ‘SKY, 서성한, 중경외시’순으로 대학 서열을 고착화시켰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샌들의 말처럼 “능력주의는 승자들을 오만으로, 패자들을 굴욕과 분노로 몰아간다”는 점이다. 서울 중심의 사회구조, 명문대 특권이 작동되는 분위기가 지방대학 학생들을 ‘루저’로 만들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함께 더 나은 대학으로 상향이동하고 편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은 지방 대학에게 위기다.

연구와 교육을 위한 탐구공동체인 대학이 분리되고 분열되고 있다. 능력주의는 경쟁과 선별의 문화를 낳고 있다. 샌들 교수는 최근 수십 년 동안 학점에 목을 매는 학생들이 증가했음을 지적한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최고 성적을 받으려고 커닝을 하고 표절을 하고 시험에서 부정을 저지르는‘성공병’환자가 생기고 있다. 동아리 입단에도 능력의 잣대를 적용하여“우리는 아무나 들이지 않는다”고 자연스레 말하는 학생들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 대학사회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이 교수와 강사를 구별하고 수시와 정시 출신을 구분 짓고 학점과 평가에 지나치게 연연해하는 모습, 나아가 정부의 공공의대 설립에 반발해 국가시험을 집단 거부했던 의대생들의 모습도 이와 연결되어 있다.

샌들은 대학이 학생들이 직업 세계에서 필요한 역량을 갖추게만 하는 것으로 대학교육이 이루어져서는 안된다고 역설한다. 민주 시민으로서 공동선에 대해 숙고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준비시키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능력은 일정 관문을 넘는 조건으로만 평가하고 나머지는 운이 결정하도록 하는 일이 공동체의 건강함을 회복시켜 줄 것이라며‘유능력자 제비뽑기’와 같은 방식을 제안한다. 다양한 입시 전형을 통해 능력주의 폐해를 극복하고자 모색하고 있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대학에 들어온 학생들을 변화시키는 교수자들의 교육적 노력과 열정이다. 

“의미 있는 사회적 변혁은 관심사를 공유한 사람들이 흔들의자에 앉아 편하게 몸을 흔들며 나누는 대화에서 비롯한다. 단 대화 참가자는 솔직하게 대화에 임해야 하며 자신이 알게 된 바에 따라 책임 있게 행동할 의지도 있어야 한다.” 파커 J. 파머는 『대학의 영혼』에서 대학 구성원들이 격리되어 관계가 파편화됨을 우려한다. 대학은 공동체를 이루고 가꾸는 온전한 인간을 키우는 곳이기에 서로에게 손을 내미는 ‘변화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어쩌면 ‘책마니’ 모임이 책을 읽고 생각한 것들을 나누고 서로의 말을 진지하게 경청하는 가운데 “다름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변혁의 한 걸음을 내딛는 힘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신희선(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 정치학 박사)
신희선(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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