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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유출 사회와 개인생활
정보유출 사회와 개인생활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4.06.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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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교수의 하루...정보유출 얼마나 되나

●K 교수의 하루…정보유출 얼마나 돼나  

* 뉴EF쏘나타 타고 학교로 출발
자동차 내 MTS200 단말기 작동시작. 실시간 교통정보와 증권, 날씨에 대해 알려주지만, K 교수는 이것 때문에 24시간 내내 인공위성에 의해 자신의 위치가 탐지된다. 어딜 가더라도 그는 숨을 수 없는 노출상황이다.

* 연구실 도착. 컴퓨터 켜고 이메일 확인 
K교수는 모니터에 나온 메일내용을 본다. 하지만 메일내용 뿐 아니라 웹서핑 중 지나쳤던 모든 페이지가 노출될 수 있다. 물론 중요한 정보는 악용될 소지가 있다. K교수가 사용하는 메일서비스업체가 메일내용을 알리기 전 내용을 다운받고 파일내용을 분석해 화면에 표시하는 과정에서 정보는 새나간다.

* 인터넷서점에서 책 구입
구입하면서 주민등록번호, 신용카드번호, 비밀번호를 입력한다. 과연 안전할까. 정보통신부가 지난 4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상위 150개 인터넷쇼핑몰 업체(이용자 수) 중 62%가 개인정보보호를 제대로 하지 않는 걸로 드러났다. 해킹으로 인한 정보유출, 신용카드 무단도용, 스팸메일에의 노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인터넷으로 카드부정사용액은 2000년 197억원, 2001년 269억원, 2002년 504억원으로 증가해왔다.  

* 주유소에서 기름 넣기
신용카드로 기름값을 결제한다. 하지만 여기엔 감시장치가 부착돼있다. 즉 카드결제로 금융기관은 K 교수의 거래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은행연합회를 통한다면, 적금, 대출, 카드사용 내역, 백화점카드 등 현금으로 구입한 물건도 알 수 있다. 맘만 먹으면 K교수의 경제활동, 그리고 가족과 언제 어디서 외식한 것 까지 다 알아낸다.

* 인터넷 사이트 회원가입
인터넷 신문을 보려니 회원가입을 하란다. ‘가입’버튼을 누르자 약관과 함께 '동의합니까'라고 나온다. ‘동의’버튼을 누르고, ‘아이디중복확인'부터 주민등록번호-우편번호검색-직업-소득란까지 재빨리 입력해나간다. 하지만 K교수는 이런 정보가 신문사 제휴사와 공유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 지문인식 시스템 
인감증명서를 떼러 동사무소에 갔다. 지문인식기에 손을 댄다. 지문은 전자주민등록카드와 같다. 경찰이나 정부기관은 이걸로 K 교수의 신상정보를 속속들이 알 수 있다. 만일 지자체에 지문인식기가 도입된다면 “범죄·의료·신용정보 등이 통합되는 ‘지문 통제사회’가 촉발될 수 있다”라고 시민단체들은 경고한다.

* 휴대폰으로 통화
지난해 정부기관의 개인전화 통화기록 조회는 15만여 건. 하지만 일반인이라도 돈만 주면 원하는 상대방의 3개월치 통화기록을 받아볼 수 있다. 2003년 상반기의 통신수단별 통신사실 확인자료 건수는 이동전화 5만703건, 인터넷·PC통신 1만5367건, 유선전화 1만1048건으로 나타났다. 또 베터리만 있다면, 이동통신사는 당장 K교수가 어딨는지도 찾아낼 수 있다. 단지 찾지 않을 뿐이다.

* 메신저로 대화
메신저는 편리하지만, K 교수가 방해받고 싶지 않은 순간조차 상대방이 말을 걸어온다. 항상 타인에게 노출돼있는 것. 통신사, 주식거래사, 대기업 등은 직원들의 메신저 기록 3년 치를 보관하고 있는 곳이 많다. 사적인 대화도 본다. 개인을 얽어매는 또 다른 감시망이다.  

●정보유출에 저항하는 이들

각종 컴퓨터 범죄와 개인 사생활 침해로 디지털라이프를 거부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시민프라이버시센터’(www.privacy.or.kr)와‘넷세상지킴이'(www.myprivacy.or.kr)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위해 힘쓰는 곳. 시민들의 자발적 행동으로 프라이버시센터는 통신비밀보호법개정, 개인정보보호, 프라이버시가이드라인제정 운동을 펼쳐왔다. 넷세상지킴이는 주로 개인정보보호와 스팸베일 발송을 모니터링한다.

지문날인거부는 ‘지문날인반대연대’(http://fprint.jinbo.net)가 주축이다. 지문날인은 정부가 국민을 효율적으로 관리한다는 이유로 통제하기 위함이라는 것. 특히 지문이 디지털방식으로 채취되면 이를 통해 한 개인의 정보가 모두 파악된다. 진보네트워크 역시 지문날인반대 성명서를 발표해왔다.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동사무소에 전자 지문인식기를 설치한 게 드러나 거부운동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주민등록법개정행동연대’(www.idlaw.net)는 주민등록증을 거부한다. 주민등록번호 하나면 개인신상 열 가지는 유출될 위험이 있기 때문. 또한 국가의 개인통제수단도 될 수 있다. 몇 해 전 불거졌던 전자주민카드와 전자건강카드에 대해서도 시민단체들은 반대운동을 펼쳤다.

인터넷쇼핑자의 신용카드정보는 심각하게 유출돼왔다. 인터넷상이 아니라도 신용카드로 개인정보파악이 가능하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공청회 등을 통해 지난 2001년부터 신용정보 유출에 대해 지적해왔다.

이와는 좀 달리, 개인의 사생활이 침해된다는 이유로 핸드폰을 거부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즉응즉답형’ 인간을 요구하는 휴대폰을 버리고 삐삐로 돌아서는 것. 이들은 휴대폰을 타인이 아무 때라도 자신을 들여다보는 ‘원형감옥’에 비유한다. 삐삐를 예찬하는 모임(cafe.daum.net/ilovebeeper) 등이 있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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