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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보다 시장 지배력이 중요”
“논문보다 시장 지배력이 중요”
  • 김재호
  • 승인 2021.02.23 0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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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_『공학의 미래』(쌤앤파커스, 336쪽)

반도체 패키지 재료와 장비 분야
정부 지원으로 공동 개발해야 
인간과 미래에 대한 관심 필요

전문성과 비전, 오랜 경험을 녹여낸 책이 출간됐다. 바로 김정호 카이스트 교수(전기 및 전자공학부)의『공학의 미래』(쌤앤파커스)다. 이 책을 읽으니, 그동안 공학이 어떻게 발전해왔으며, 현재 어느 지점에 있고, 앞으로 어디로 향할지 큰 그림이 펼쳐진다. 한국 이 주목해야 할 기술 개발의 좌표로 삼아도 좋을 책이다.  

김정호 교수는 책에서 ‘반도체 패키지 재료와 장비 시장’에서 한국이 퍼스트무버가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10년 이상의 장기 로드맵에서 반도체 기업과 재료 관련 중소기업의 공동 개발을 제안했다. 그는 “정부 지원으로 3천억 원 규모의 차세대 패키지 재료와 장비 테스트 라인을 설치해야 합니다”라고 주장했다.  

반도체 제조 공정은 웨이퍼 공정(선 공정)과 패키지 공정(후공정)으로 나뉘는데, 웨이퍼 공정은 실리콘 기판 위에 트랜지스터와 금속 배선을 만드는 과정이다. 여기에 필요한 재료와 장비의 기술 독립이 필요하다는 게 김 교수의 아이디어다. 김 교수에 따르면, 2018년도 웨이퍼 공정 재료 시장의 규모가 34.5조원(61%), 패키지 재료 시장이 21.7조원(39%) 규모였다.  

중국의 빠른 추격 속에서 반도체 메모리 전쟁을 이기는 방법으로 다섯 가 지를 제시했다. △우수 인재의 지속적 인 육성 △인재 유출 막기 △혁신적인 기술 개발 지속 △개발된 기술 유출 막기 △새로운 시장 끊임없이 개척.

  
퍼스트무버가 될 수 있는 분야 

『공학의 미래』는 각 챕터의 제목인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와 컴퓨터’, ‘반도체’, ‘수학’, ‘인재’만 훑어도 무엇이 중요한지 알 수 있다. 특히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과 인체의 유사성을 나타낸 이미지는 한 눈에 이해가 가능하다. 뇌는 인공지능, 심장은 클라우드 컴퓨팅, 혈관은 빅데이터다. 김 교수는 이 세 가지의 영어 앞자를 따서 ‘ABC’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센서는 사물인터넷, 근육 은 로봇에 비유된다. 제4차 산업혁명은 우리의 몸과 같다.  

김정호 교수가 디자인한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과 인체의 유사성. 사진 = 쌤앤파커스

김 교수는 한국의 연구문화에 대한 제언도 서슴지 않는다. 그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우리의 학교와 연구소는 결과를 SCI에 논문이 등재(재인용) 되는 수준에서 만족하는데, 사실 진짜 중요한 ‘산업화 양산 기술’은 논문으로 내지도 않습니다. 산업용으로 상용화되어 얼마나 많은 시장 지배력을가 지느냐가 중요합니다.” 김 교수는 학교의 성적은 하나의 기준점일 뿐 인재를 선별하는 잣대가 될 수 없다고 제언한다. 성적 차원의 경쟁과 순위는 목적일 수 없다. 그렇다면 중요한 건 무엇인가? 바로 사람이 가진 독창성과 협동능력이다. 김 교수는 대학가에 ‘거꾸로 강의(플립 러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육 방식의 개혁 없이는 글로벌 경쟁 시대에 살아남 을 수가 없다.  

책은 “공학의 미래에는 ‘따뜻한 인간’이 있다”라는 제목의 에필로그로 끝난다. 김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열정을 강조한다.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메모를 하는 이유는 바로 열정이 있기 때문이다. 열정의 바탕을 이루는 건 ‘호기심, 탐험, 융합, 인간 그리고 미래에 대한 관심’이다. 플라즈마 공학, 펨토초 레이저, 반도체 패키지 설계, 자동차 전자파, 무선전력 전송, 인공지능 설계 등 한 분야에 머물지 않는 그의  열정이 공학의 미래다. 분명한 건 세 계를 장악할 기술과 과학 분야의 노벨상은 이러한 열정으로부터 비롯한다는 사실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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