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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 연세대 교수] “코로나19가 앞당긴 미래, ‘학위 외의 가치’ 제공해야”
[허준 연세대 교수] “코로나19가 앞당긴 미래, ‘학위 외의 가치’ 제공해야”
  • 장혜승
  • 승인 2021.03.08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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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미래를 말한다 2] 허준 연세대교수

“미래 대학의 가장 큰 경쟁력은 캠퍼스다. 캠퍼스를 어떻게 하면 학생들을 위해 새롭게 디자인해서 학습의 장으로 만들어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온라인 수업이 뉴노멀로 자리잡은 시대에 『대학의 과거와 미래』(연세대 대학출판문화원 刊)를 쓴 허준 연세대 교수(건설환경공학과·사진)는 역설적으로 ‘캠퍼스’의 가치를 강조했다. 미래 교육은 온라인 강의로 제공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사이의 차이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하는 허준 교수를 지난달 17일 만났다.

“학교를 닫으니 학교가 보였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비대면 개강을 발표하고 있는 중에도 허 교수는 꿋꿋이 캠퍼스의 역할을 힘주어 말한다. “‘학교를 닫으니 학교가 보였다’ 라고 한다. 대학이 제공하는 핵심가치라고 생각했던 교수자의 강좌 수강과 학위 취득이 대학이 제공하는 가치의 단지 일부분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허 교수는 일반대학이 제공할 미래 가치는 온라인 학습시대에 역설적으로 ‘캠퍼스’라는 실체적인 공간에서 가능한 다양하고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코로나19 상황에 대해서는 “어려운 문제지만 현 사태가 지속되지는 않을 거라는 가정” 하에 “20대 초반의 학생들이 대학이 제공해주는 학위라는 부분이 작은 거라는 걸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대학의 미래 가치는 온라인 학습시대에 역설적으로 ‘캠퍼스’라는 실체적인 공간에서 다양하고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허 교수에 따르면 대학이 학생에게 제공해야 할 가치는 ‘지식의 다양성, 연결성, 리질리언스(새로운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응 능력)’이다. 특히 허 교수는 ‘리질리언스’를 강조했다. 대학이 제공할 수 있는 차별성은 학생 질문에 답해주고 생각해볼 수 있는 질문을 던지고 리질리언스를 키워주는 과정이라는 것. 비교과활동을 통해 리질리언스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 허 교수의 주장이다. 외국 대학 학생들은 다양한 인종의 학생들이 만나서 동아리 활동을 하기도 하고 기숙사를 활용해 전인교육을 할 수 있는 레지던셜 칼리지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 간의 다양한 비교과활동을 한다는 것이 일례다. 

“원격수업이 대학교육의 새 미래는 아니다”

원격교육이 대학의 미래를 앞당겼다는 평가가 나오는 시점에서 허 교수는 “온라인 강의로의 전환이 대학 교육의 새로운 미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온라인 강의의 진정한 가치는 개별학생에게 개인화되고 적응화된 학습이 가능하다는 점에 있고, 이를 위해서는 온라인 강의에서 생산되는 학생들의 학습 데이터가 축적되어야 한다는 것이 허 교수의 판단이다. 적응형 학습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과 같은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학생들의 특성에 따른 맞춤형 학습경로와 학습환경을 지원해주는 것을 말한다. 개별 학생의 학습 수준, 학습 역량, 학습 방법 등을 분류하고, 개별 학생에 적절한 온라인 학습을 ‘처방’ 해서 기존 대면 강의의 성과를 넘어설 때 진정한 미래 교육이 시작된다는 의미다. 

이미 맥그로힐, 피어슨 세계적 교육출판그룹들은 AI 학습 프로그램 알렉스(ALEKS)와 같은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 종속되지 않으려면, 주요 국립대학들과 연구중심대학이 힘을 합쳐 기초강좌에 대해서 개인화된 적응형 학습 방법 구축을 시도해야 하고, 정부는 학생 데이터 축적을 위해 개인정보보호법의 예외조항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 허 교수의 진단이다.

적응형 학습을 현장에 적용하려면 학생들의 특성을 파악해야 하는데 데이터를 수집하려면 단순히 학생들의 학습활동 자체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학생들이 공고를 나왔는지, 상고를 나왔는지, 고등학교 때 어떤 수업을 들었는지, 그런 1차 정보를 활용한다면 더 효과적인 패턴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허 교수에 따르면 미국 대학에서는 학생들과 가족에 대한 정보를 사용하지 못하게 규제하는 ‘페르파’라는 법이 있는데 교육 향상을 위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들이 있다. 이를 통해 대학 당국이 수업의 질 향상을 위해 학생들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허 교수는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퍼져 있지 않을 뿐”이라면서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면서 적응하는 대학들과 변화의 격랑 속에서 도태되어 사라지는 대학들로 구분될 것이라 내다봤다.

장혜승 기자 zz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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