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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베트남, 흥정하는 인도
기다리는 베트남, 흥정하는 인도
  • 조준태
  • 승인 2021.03.05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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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_『베트남, 인도와 협상하기』 안세영, 김형준 지음 | 박영사 | 336쪽

한국 경제엔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다. 고도성장을 겪은 나라는 으레 저성장 국면을 맞기 마련이다. 성장 초기에는 생산요소를 늘릴수록 생산물 증가량이 크게 늘지만, 일정 수준을 넘으면 아무리 투입량을 늘려도 생산물 증가량이 미미해지는 순간이 오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한국 경제는 중국과 미국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코로나로 두 나라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지금, 한국에게는 무엇보다도 새로운 시장이 필요하다. ‘신남방국가 경제정책’은 이러한 배경에서 출발했다. 아세안(동남아시아 국가연합)과 인도를 통칭하는 ‘신남방국가’의 인구는 20억 명에 달하며 평균 연령은 30세이다. 또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정보산업을 키우고 있으며, 인공지능 연구 역량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저성장·탈중국 대안, 신남방국가

『베트남, 인도와 협상하기』는 소비력과 기술력의 결합으로 높은 잠재성장률을 갖춘 신남방국가의 두 축인 베트남, 인도와의 협상전략을 소개한다. 외국과의 비즈니스 관계를 구축하는 데에는 상대방의 문화와 사고방식을 기반으로 한 ‘다문화협상 전략’이 요구된다. 단일민족, 단일언어에 길들여진 한국인에게 이 부분은 약점으로 작용한다. 작은 행동, 말 한마디가 협상 결렬로 이어질 수 있기에 다문화협상을 위해선 외국 문화를 체화해야 한다. 이 책은 인사법과 호칭, 몸짓 언어부터 식사와 음주 예절, 선물법까지 해외 비즈니스에 필요한 문화 지식을 꼼꼼하게 전한다. 특히 실제 협상 사례를 분석해 상대의 숨은 뜻을 읽고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지 조언하는 부분은 치밀한 병법서를 보는 듯하다. 

이 책에 따르면 베트남인은 협상 테이블에서 강한 인내심을 보인다.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초조해져 조건을 조정하다 보면 불리한 협상을 하게 된다. 베트남인은 인내심을 바탕으로 다양한 기만적 술책을 구사하는데, 상대에게 부담감을 주는 ‘전략적 침묵’과 불편한 상황에서 시간을 끄는 ‘스트레스 상황 압박’이 바로 그것이다. 상대가 이렇게 나온다면 휴식시간을 요청해 여유를 찾는 ‘발코니 전략’을 사용하자.

이외에도 권한이 없는데도 있다고, 또는 있는데도 없다고 말하는 ‘허위권한 전략’, 가짜 정보를 꺼내 협상을 흔드는 ‘거짓 정보’ 등의 술책이 있다. 책은 그럴 때 당황하지 말고 은근히 상대를 압박하는 ‘암시적 위협’을 취하라고 조언한다. 속셈이 들켰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전달하면 기만을 거둘 것이기 때문이다.

 

협상을 유리하게 하는 위협과 유연함

인도인을 상대할 때에는 인도 사회 전반에 퍼진 ‘흥정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 작은 거래조차도 끊임없이 흥정하는 인도에서 쉽게 양보하는 것은 미덕이 아니다. 흥정에 임하지 않는 것은 인도에 무지하다고 밝히는 것이며, 상대에 따라서는 무시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인도에서 처음에 제시한 조건을 믿으면 안되는 것처럼 ‘문제 없다’, ‘약속한다’ 같은 말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된다. 인도에서는 애매한 상황에 ‘예스’로 답하는 경우가 있어 확실한 합의가 주어질 때까지 긴장해야 한다.

계약서를 작성할 때에는 조항을 유연하게 하라고 책은 조언한다. 작은 상황 변화에도 말을 바꾸고 약속을 깨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럴 때에는 변화를 받아주는 대신 요구 사항을 추가해 협상을 오히려 유리하게 만들 수 있다.

 

조준태 기자 aim@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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