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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학생과 ‘메타버스’가 이끄는 4차 학습혁명
새로운 학생과 ‘메타버스’가 이끄는 4차 학습혁명
  • 조준태
  • 승인 2021.03.30 0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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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내일을 말한다 3. 장대익 서울대 교수

 

지난 2일 교육부가 발표한 ‘교육분야 코로나19 대응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번 봄학기 전면 대면 수업을 실시하는 대학은 하나도 없다. 모든 대학이 지난해에 이어 줌(ZOOM)을 이용한 비대면 강의를 계속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환경의 변화에 학령인구 감소까지 겹쳐 많은 대학이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줌 화면만 바라봐야 하는 대학은 학생에게 더 이상 매력적인 배움의 장소가 아니다. 인구절벽에 도달한 한국사회에서 줄어만 가는 학생을 기다리기엔 대학에게 시간이 없다. 학생과 대학 모두가 한계에 도달한 듯하다. 

대학의 한계 상황을 돌파하고자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가 지난 19일 포럼 ‘대학의 미래’를 열었다. 장대익 서울대 교수(자유전공학부·사진)가 ‘이공계 연구자가 보는 대학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했다. 장 교수는 학습의 미래를 모색하기 위해 600만년 전 침팬지와 원시 인류가 공존하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윈시 인류와 침팬지는 같은 조건에서 출발했지만 한쪽은 문명을 만들었고 다른 한쪽은 그러지 못했다. 그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언어, 특히 문법의 존재가 하나의 답이 될 수 있겠다. 침팬지에게도 소통 방법이 있었지만 인간만큼 정교하지 못했다. 이것은 가르침과 배움의 차이로 이어져 문명 축적에 차이를 야기했다. 장 교수는 이것을 1차 학습혁명이라고 명명했다.

인류의 학습은 이후 문자가 탄생하면서 또 한 번 격변을 겪는다. 6천년 전부터 1980년대까지 구전학습이 문자학습으로 옮겨 간 이 시기가 2차 학습혁명이다. 이때 문자가 확산되면서 비로소 대면하지 않는 학습 네트워크가 생겨났다. 비대면 학습은 인터넷을 만나 그 규모를 지구 전체로 확대했다. 시간과 장소에서 자유로워진 온라인 학습의 등장이 3차 학습혁명이다.

이 다음은 어떨까? 장 교수는 4차 학습혁명을 이끌 ‘새로운 교실’이 첫 번째 대학의 미래라고 단언했다. ‘메타 유니버스’라 명명한 새로운 플랫폼은 오프라인 학습의 실재감과 몰입감, 상호작용을 온라인 환경에서 구현한다. 인공지능에 기반한 메타 유니버스는 개인의 수준과 필요에 맞춰 가상현실 학습공간을 만든다. 그곳에서의 체험은 책이나 영상보다 생생하다.

교실도 일종의 플랫폼이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돌아가야 할 고정된 자리가 아니다. 줌은 배움의 모습을 바꿨다. 결국 어떤 플랫폼을 고를 것인가의 문제는 어떤 형태로 배울 것인가라는 문제로 이어진다. 교실을 넘어설 때 학습은 지금껏 상상하지 못한 우주를 펼칠 것이다. 등 돌린 학생들에게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학습을 제공해야 한다고 장 교수는 말한다.

 

교실을 대체할 가상현실, 학생을 바꿀 40+

그는 이어 두 번째 대학의 미래로 ‘새로운 학생’을 제안했다. 약 500년 전 인간의 평균 수명은 40세였다. 그리고 현재 인간의 평균 수명은 83세이다. 평균 수명이 두 배가 넘게 늘 동안 대학생의 나이는 그대로였다. 평생교육이 마련됐지만 여전히 대학의 주 고객은 20대 대학생이다. 대학이 원하는 20대 학생들은 지나친 입시에 과식(過識) 상태가 돼 배움에 지쳐있다.

반면 40세 이상의 경우, 교육-일-은퇴 도식이 사라져 끝없이 새로운 지식을 필요로 한다. 그럼에도 사십플러스(40+)로 명명된 이 집단은 충분한 교육 기회를 얻지 못한다. 학생을 위한 학교와 은퇴자를 위한 문화센터 사이에 자리잡을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이 새로운 수요에 맞춰 사십플러스를 위한 교육을 제공할 때 대학은 비로소 인구감소라는 유령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

지난 1년여 간 대학은 마이너스를 메꾸는 데 급급했다. 오프라인 만남이 불가능해졌을 때 어떻게 그것과 최대한 가까운 경험을 만들까하는 고민에만 집중했다. 팬데믹의 끝이 요원한 지금, 대학은 수동적인 모방을 넘어 전환을 만들어야 한다. 기존 문제의식을 뒤집어 새 교실, 새 학생으로 새 교육을 추구해야 한다. 

결국 다시 인간과 침팬지다. 구태의연에 도전할 수 있고 없고가 둘 사이를 갈랐다. 기술을 이용한 과감한 도전과 학생에 대한 생각의 전환이 대학을 다음 단계로 이끌 것이라 장 교수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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