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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 평전
미국 정치 평전
  • 교수신문
  • 승인 2021.04.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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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현 지음 | 오월의봄 | 164쪽

『미국 정치 평전』은 미국 솔즈베리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남태현이 익숙하지만 낯선 미국의 민주주의를 살펴보는 책이다. 미국의 이상하고 독특한 선거제도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그 역사적 과정과 현재를 분석하고, 확고한 연방제와 삼권분립이 독재자를 꿈꾼 트럼프를 어떻게 좌절시켰는지를 분석한다. 또 트럼프의 반민주적 행태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이유 등도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트럼프가 등장하고 난 뒤의 미국 사회가 처한 상황도 분석한다. 트럼프는 특히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많이 했는데, 이를 곧이곧대로 믿은 트럼프 지지자들은 아이사인, 흑인 등에게 실제로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심지어는 살인까지 일어났다. 이 밖에 미국 민주주의의 취약점인 양당제의 폐해, 돈이 좌우하는 선거 등도 자세히 다룬다.

이 책의 백미는 ‘중력민주주의’라는 용어로 ‘트럼프 현상’,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치 독점(제3지대 정당이 존재할 수 없는 이유)’ 등을 살피는 대목이다. 남태현 교수는 중력이 모든 것을 가운데로 끌어들이듯이, 미국의 양당제라는 정치적 중력이 민주-공화 양당에 집중되었다고 말한다. 수많은 정당들이 이 중력에 도전했지만, 무관심 속에 생겼다 사라질 뿐이었다. 무소속 버니 샌더스 의원 또한 이 중력에 도전했다 실패할 정도로 양당제는 견고하기만 하다. 다수가 좋아하는 정책만을 펼쳐야 살아남는 양당제는 두 정당을 비슷하게 만들면서 각 당의 차이점을 없애버렸다(낙태 문제, 동성결혼 등 문화사회적인 차이만 있을 뿐 두 정당의 정책은 거의 비슷하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돈, 인재, 언론의 관심도 모두 양당에만 쏠린다. 그렇다보니 제3지대 정당은 자리 잡을 수 없고, 양당의 정책과 가치가 정치판뿐 아니라 미국인의 일상까지 지배하게 되었다. 자연히 양당의 관심에서 멀어진 사람들이 생기고, 그 소외감이 쌓이고 쌓여 트럼프라는 사람을 통해 폭발했다. 즉 트럼프는 이 소외된 사람들이 던진 “인간 수류탄”이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중력민주주의가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든 셈이다.

남태현 교수는 이 미국의 민주주의를 통해 한국의 민주주의도 돌아보자고 말한다. 한국도 미국에서처럼 양당제가 견고해지고 있고, 이로 인해 소외된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트럼프 현상이 일어날 제도적 조건이 한국에도 있는 셈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어느 정당이 집권해도 달라질 것 없는 사람들은 인종차별을 일삼는 트럼프를 받아들였습니다. 이 지긋지긋한 세상을 뒤흔들 수만 있다면 말이죠.” 태극기 부대가 이미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고, 또 다른 사람들이 여기에 합류할 여지가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대안은? 민주당-국민의힘 양당에 가려져 있는 목소리들을 돌아보는 것이다. “다양하고 낯선, 때로는 이상한 목소리까지 담을 수 있는 정치체제로 발전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런 다양한 목소리가 실질적 영향력을 갖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민주체제의 정당성은 민중에게서 나옵니다. 정치 참여가 일부에 국한돼서는 안 됩니다. 민중의 다양한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정치체제로의 전환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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