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흔들리고 있다. 오랜 생존 전략이었던 ‘몸집 불리기’가 실패했기 때문이다. 학과 수와 학생 수를 늘려 재원을 마련하고, 이를 활용해 건물을 짓고 부지를 넓혀 더 많은 학생을 모으는 선순환. 이 전략은 학령인구 감소와 만나 학과 폐지, 유지비 부담, 교육 부실로 뒤바뀌었다. 대학의 실패는 우리에게 새로운 교육의 모습을 요청한다. 충남 보령에 있는 아주자동차대에서 그 답을 찾았다.
아주자동차대는 국내 유일 자동차 특성화 대학이다. 학과 계열은 자동차 계열 하나뿐이며, 전체 모집 인원은 500여 명이다. ‘몸집 불리기’와는 거리가 멀다. 단 하나의 학과로 타 대학과 경쟁하는 아주자동차대의 저력은 유연성에 있었다. 학생들의 경우, 계열이 단일해 학과 내 전공 이동이 자유로웠다. 그 덕에 높은 교육 만족도를 달성했고 낮은 이탈률을 유지할 수 있었다.
유연성의 저력…산업변화에 기민한 대처
유연성은 급격한 산업 변화에서도 빛을 발했다. 기업 현장과 연계하는 주문식 교육은 기민한 대처를 가능케 했다. 그 일례가 지난해 개설된 스마트전기에너지 전공이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성장함에 따라 교수진은 보령시, 중부화력발전소 등의 의견을 받아 해당 전공을 신설했다. 모집 단위, 교원 확보 등 여러 지표를 맞춰야 하는 타 대학보다 빠르게 패러다임 전환을 따라잡은 것이다.
학생, 전공 간 높은 합치와 전공, 산업 간 끈끈한 연계는 자연히 뛰어난 성과로 이어졌다. 이를 바탕으로 아주자동차대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와의 협력을 확대해나갔다. 2012년, 교육부는 아주자동차대를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WCC)’으로 선정했다. 세계 산업체의 요구와 기술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것에 대한 인정이었다.
국내외 자동차 산업 전 영역에서 활동하며 형성된 동문 네트워크는 WCC 선정에 더욱 힘을 싣는다. 채용 요청도 꾸준히 늘었는데 BMW코리아는 지난해 공채인원의 28%를 아주자동차대에서 선발했다. 학과 하나에 집중해 교육의 질을 높이고 취업 문제까지 해결한 아주자동차대의 ‘특성화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