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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중 단국대 교수] “생업 없으면 선한 마음도 사라진다”
[김원중 단국대 교수] “생업 없으면 선한 마음도 사라진다”
  • 김재호
  • 승인 2021.04.21 08:51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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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역고전 시리즈’ 완간한 김원중 단국대 교수

원전에 충실하되 개인적 의견 배제하는 번역 
인성 강조하면서도 이해관계에는 냉철한 고전들 

지난 2월, 총 9권의 명역고전 시리즈가 완간됐다. 지난 12일 단국대 죽전캠퍼스에서 김원중 교수(한문교육과·사진)를 만났다. 그는 “번역 작업은 고되지만 초심과 겸허함으로 김원중의 색깔을 담으려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제 번역의 맛은 주석도 빼놓을 순 없죠. 사서의 경우 그 세밀함이 드러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가 말하는 번역의 특징은 바로 ‘일관성’이다. 그는 “학자와 일반독자를 두루 고려하되 철저히 원전 중심의 쉽고 품격있는 우리말 번역으로 임해야 한다” 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사기, 노자, 한비자 등에 대한 40여 편 이상의 논문을 전문학술지에 발표했다. 

김 교수는 약 30년 동안 매일 새벽에 일어나 고전을 마주했다. 그는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분명하게 드러내되 원문에 충실했다. 일종의 ‘무위’의 전략을 펼친 것이다. 김 교수는 “무위란 작위적이지 말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원중 교수가 전문 번역서로 베스트셀러를 출간한 비법은 바로 학자로서의 초심과 성실함이다. 기본이 늘 중요하다. 사진=김재호

“제 번역의 특징은 일관성” 

김원중 교수(57)는 인터뷰 도중 학창 시절 공부 했던 원전들을 보여주었다. 빼곡한 한자들에 그은 밑줄과 메모로 그가 얼마나 열심히 원전을 독파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 작업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김 교수는 안식년이지만, 여전히 고독한 학문 정진에 힘쓰고 있다. 사기 관련 논문이 9편 정도 되고, 노자와 한비자의 논문도 6편 정도 썼다. 

김 교수는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대만 중앙연구원과 중국 문철연구소 방문학자 및 대만사범대 국문연구소 방문교수를 지냈다. 대통령 직속 인문정신문화특별위원과 한국학진흥사업위원장도 역임했다. 

『대학·중용』을 보면, 교수·박사라는 말의 기원을 엿볼 수 있다. 한나라 때의 국립대학인 태학에서 가르치는 사람들을 교수나 박사라고 불렀다. 김 교수는 “박사는 박통한 자라는 의미인데 진시황의 진나라 때도 박사가 고금의 학문을 맡았다”라면서 “한나라 때는 9경(卿)의 하나인 태상(太常)의 속관(屬官)으로 박사를 두었고, 한 문제 때도 시경과 서경 등에 정통한 전문가를 박사로 임명했다”고 말했다. 이 박사들이, 곧 교수였던 셈이다. 

김원중 교수는 40여 편의 논문을 쓰며 번역 작업을 병행했다. 사진=김재호

박통한 자라는 의미의 박사 

『노자 도덕경』은 ‘무위의 철학’이라고 불린다. 무위를 자칫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김 교수는 “하는 것이 없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 없는 듯하라 는 의미로 보면 된다”라면서 “인의예지 이런 것들의 구속이 아닌 자연의 이치 그대로 따라하면 어떤 정치도 잘 되고 세상사가 그리된다는 (노자의) 말씀”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총 9권이나 되는 명역고전 시리즈와 전문 번역서로서 베스트셀러인 『사기열전』과 『삼국유사』를 번역한 비법 역시 바로 무위에서 비롯된 듯하다. 원문을 파고들되 욕심을 버리고 그 안에 온전히 자신을 던져 넣어 자연스럽게 한글로 번역한 것이다. 특히 김 교수는 번역에 집중하되, 자신의 의견은 철저히 배제하고자 한다. 성실한 번역, 주석과 해설, 해제로 명역고전 시리즈를 완간했다. 

김 교수는 우리가 유가를 충효와 의례로만 인식하는 걸 안타까워했다. 조선왕조 시절 통치이념으로 활용하고자 유가의 일부분만 가져와 적용한 결과다. 여전히 ‘유가’라고 하면 공자왈, 맹자왈하는 구태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유가를 비롯한 고전들은 자기 성찰과 조직운영, 정치철학과 공동체 생활에 나침반 역할을 한다. 중국의 공산당조차 고전들, 특히 법가인 『한비자』로부터 통치의 전략을 세운다. 

또한 『맹자』 제1편 ‘양혜왕 상’의 ‘측은지심과 크게 하고 자 하는 바’를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일반 백성으로 말하면 일정한 생업이 없으면 일정한 마음이 없어집니다.”(58쪽) 이게 바로 항산(恒産)과 항심(恒心)의 논리다. 측은지심을 갖되 자신을 중심에 둬야 하듯, 기본생활 의 중요함을 역설한 것이다. 아래는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22년 동안 총 20여 권의 번역서 중 ‘명역고전’이 9권이다. 각주에 해석에 원문 번역까지 정말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새벽에 일어나 작업하는 가운데, 체력이나 심적으로 힘든 점은 없었나. 
“고독과의 싸움이다. 힘들지만 보람있다. 보통 새벽에 일어나 학교에 나와 작업한다. 약속을 거의 잡지 않고 주로 몰입해서 작업한다. 또한 심리적 부담 역시 크다. 잘 알려진 고전 작업이라 해당 분야의 성과물이 많아서 문헌들을 찾아보고 비교, 분석하는 것 등에 어려움이 있다.” 

△ 고전들이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나 혹은 비대면 수업이 일상이 된 대학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집에 있거나 혼자 사색할 시간이 많아진 요즘은 어쩌면 고전을 깊이 읽을 수 있는 좋은 시기이기도 하다. 대학생들도 꼭 읽어봐야 할 책들이라고 본다. 『논어』는 필독서이다. 선현들은 고전을 통해 공부 못지 않게 인성교육에 힘써 효도와 우애, 예절을 무척 중시했으니 이기주의가 만연한 세상에서 한번 생각해 볼 고전이다. 이와 반대되는 경우도 있다. 『한비자』의 경우 시대를 보는 냉철한 시각이 보인다. 부부지간도 동상이몽의 존재가 아니냐는 비유를 들면서 왜 군주와 신하가 의로 맺어진다고 강변하냐고 반문한다. 사람과 사람 관계를 이해의 관계로 보는 것이다.” 

△ 서양철학(논리학이나 윤리학 등)을 교양인문학 강좌로 많이 가르치는 경향이 있다. 이번에 완간된 ‘명역고전 시리즈’가 대학에서 전공 강좌뿐만 아니라 교양인문학 교재로 활용되면 좋을 것 같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서양고전이 비교적 많은 편이고 동양고전은 적은 편이다. 그런데 동양 고전 『논어』나 『손자병법』, 『한비자』 등만 봐도 우리와 밀접한 이야기가 엄청 많지 않은가. 사실 한국은 중국과 같은 한자 문화권이라 많은 정서적 공감대가 있다. 우리는 한글 전용 원칙을 고수하는데 왜 한자를 의도적으로 배척할까 싶다. 이와 동시에 중국친화적인 정책을 취하기도 하는 데 좀 아쉬운 면이 있다.” 

△ 플라톤의 『대화편』이나 『논어』, 부처와 예수 등도 제자들과 대화한 내용을 많이 남겼다. ‘대화’가 인문학과 성찰에서 중요 한 의미를 차지한다. 대화가 그만큼 중요한가. 
“중요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대화법은 스승이 제자를 깨우치는 좋은 학습법이었다고 본다. 『논어』는 공자와 제자들의 대화록이다. 진솔한 공자의 대화가 일품이다. 공자의 인품이 드러나는 부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 특히 자공과의 대화나 자로와의 대화 등을 보면 공자의 까칠한 면도 드러난다. 자신의 길에 대한 확신이 들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심정을 밝힌 경우도 있다. 사유에 관한 폭도 그렇고 공자와 그의 제자들의 대화록을 직접 보길 권유한다.” 

△ 동양 고전들을 보면, ‘하늘’, ‘천명’ 등이 자주 비유되고 표현 된다. ‘하늘’, ‘천명’을 무엇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일찍이 중용에 공자는 첫머리에서 사람의 본성은 하늘이 사람에게 부여한 것으로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하늘이 사람에게 준 성품을 갖고 태어났다고 하여 ‘하늘이 명(命) 해준 것을 성(性)이라 하고, 성을 따르는 것을 도(道)라 하고 도를 닦는 것을 교(敎)라고 한다’라고 말했다. 공자는 형이상학적 문제에는 천착하지 않았다. ‘천’은 인간의 유일한, 대표적〮보편적이며 지고한 신(神)이다. 지고한 존재이지만 자의적인 의지는 없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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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한 2021-04-21 22:24:18
자본가들에 대해 왜곡하려는 사람들이 가끔 보여서 고민해왔습니다. 국가가 정한 충분한 세금을 내는 그 자체로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것입니다. 기독교도 “얼굴에 땀을 흘려야 먹을 것을 먹으리니”(창 3:19)"가 있다고 합니다. 또한 일하지 않는자는 먹지도 말라"는 가르침이 있다고 합니다.

윤진한 2021-04-21 22:23:34
교육시키셨다는 경험과 원칙을 밝히신 내용임.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현대처럼 발전한 건, 문자로 기록하는 역사로 볼 때, 근대 서유럽이 발원지임. 이를 볼 때,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인 현대 한국 유교사회에서, 하느님과 공자님의 禮를 배우는 동아시아 유교도들은, 공자님의 禮는 돈도 포함하는 현실적인 자기진단임을 분명하게 염두에 두고, 현실을 망각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합니다. 자본주의란 "생산수단의 사유제를 토대로 이윤획득을 위한 상품생산이 행해지는 경제체제"로 간략하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18세기 후반기에 지배적인 생산양식으로 대두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경제체제입니다.필자는 성대출신인데, 기독교를 잘 모르고 가톨릭측에서 어떤 해석을 할지모르는데, 현대사회에서 돈많은것이나 자본가들에

윤진한 2021-04-21 22:19:28
유교는 하느님(天)께서 인간에게 부여하신 의무인, 생업종사를 반드시 이행해야 합니다. 성인군자의 도를 가르치신 공자님도 교육자의 길을 통해 생업에 종사하셨습니다. 군자의 길을 추구하는분은 그에 맞게 제자를 가르치는 생업이 자연스럽게 형성됩니다. 맹자님의 無恒産 無恒心도 그런 판단에서 나온것입니다. @ 공자님. 수업료 받고 제자 교육.생계를 유지하시기 위해 일정한 제자의 禮(제자의 禮라는 공식적인 절차를 거치는게 중요했음)를 거치면 신분은 안 따지고 가르치심.

子曰 自行束脩以上 吾未賞無誨焉. 공자왈, 束脩의 禮 이상을 行한 사람이면 내 일찌기 가르치지 않은 바 없다.
.출처: 論語 述而.

. 필자 주: 공자님은 제자들의 신분을 따지지는 않고, 생계유지를 위해, 기본적인 수업료는 반드시 받고 교육시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