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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리뷰_ '자유의 미래', '인문학, 철학 그리고 유학'
신간리뷰_ '자유의 미래', '인문학, 철학 그리고 유학'
  • 최철규 기자
  • 승인 2004.09.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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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미래’(파리드 자카리아 지음, 나상원·이규정 옮김, 민음사 刊, 2004, 332쪽)

‘자유없는 민주주의' 고발해

국제관계 전문지 ‘포린 어페어’의 최연소 편집자였고, 현재는 ‘뉴스위크’ 국제판의 편집장인 파리드 자카리아가 민주주의의 위기를 선언하고 나섰다. 위기론적 시각의 기준은 ‘자유’의 실질화 여부.

신생 민주화 국가들의 위기는 선거로 선출된 지도자에게 권력이 독점되어 결국 민주주의가  자유를 박탈하는 역설로 전락한다는 것인 반면 서구 선진 국가들의 위기는 정책 결정자가 지나치게 여론을 의식하는 ‘민주주의의 과잉’이 문제라는 것.

각국의 민주화 현황을 구체적으로 분석해 내놓는 위기에 대한 대안은 대단히 설득력이 있다. 민주주의 초년국에 대하여 저자는 대학이나 지방정부, 정당 등의 헌정적 제약 수단을 활성화하여 절대 권력을 견제해야 하며, 또한 일정 수준의 경제성장이 선결조건임을 강조한다. 반면 ‘권위의 쇠퇴’가 만연한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게는 ‘엘리트들의 공적 덕성을 복원하고 더욱 많은 위임을 통해 여론에 의한 민주주의의 왜곡을 시정’하라고 촉구한다.

한국어판에 붙은 ‘51번째 주’에서는 석유자원을 통한 국부가 절대 권력의 도구가 되지 않도록 국제기구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이라크 민주화’만 외치는 미국의 일방적 태도를 힐난하는 저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관계가 대단히 모호하게 처리돼 있다는 것이 책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저자는 ‘사기업과 광범위한 부르주아’가 국민의 자유를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장담하지만, 자본에 우호적인 절대권력 앞에선 부르주아의 자유란 민주주의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역사적 교훈을 간과하고 있다. 또한 여론에 휘둘리지 않는 ‘권위’와 여론을 무시하는 ‘엘리트주의’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조율될 수 있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인문학, 철학 그리고 유학’(최진덕 지음, 청계 刊, 2004, 461쪽)

현실에 충실한 철학하기

저자는 인문학이 지적 욕망을 채워 줄 재미를 창출하지 못했기 때문에 위기에 빠졌다고 진단한다. 한편, 일상의 소소한 삶에만 국한된 재미는 깊이가 없는 즉흥적 재미에 불과하며 인문학의 참 재미는 아니다. ‘천박한 인문학’을 벗어나기 위한 결정적 재미는 ‘철학적 심오함’이다.

책의 1부는 인문학과 철학에 대한 저자의 치열한 자기반성의 흔적과 철학적 소망을 담고 있다. “철학은 늘 인문학인 동시에 인문학 이상이어야 하고, 말 많은 이론인 동시에 말없는 실천이어야 하고, 언어의 성찬인 동시에 무언의 침묵”이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가 생각하는 철학적 심오함의 정체다.

철학적 심오함을 담지한 가장 대표적인 것이 고전이다. 고전이 주는 즐거움은 바로 ‘바닥이 쉽게 확인되지 않는 심오함’을 통해 인문학다운 재미를 불려 준다는 것. 2부 ‘유교와 일상성의 세계’에서 저자는 유교에서 심오한 철학적 재미를 담은 고전의 맛을 탐색해 본다. 하지만 ‘효제의 윤리’를 핵심으로 ‘가족과 사회 속에서의 평범한 삶에 안주하기를 요구’하는 유교가 일상의 밖까지 넘어서는 철학적 사유의 탐사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면에서 유교에서 철학하기의 매력을 찾기는 결코 쉽지가 않다.

결국, 저자는 유교가 심오해서 재미있는 철학적 사유에로 나아가기를 주저한다는 그 사실만을 확인할 뿐, 유교의 일상적 가르침을 ‘일상을 넘어서는 철학 혹은 철학 이상의 어떤 것’으로 무리하게 격상시키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이 유교가 주는 매력이다. ‘아집’을 포장한 구도자나 혁명가의 위선적 열망에 휩쓸리기보다는 현실의 충실한 붙박이가 더 낫다고 보기 때문. 유교는 “너무 빨리 늙어버린 자의 체념적 지혜”라는 것이 저자의 정의다.

최철규 기자 hisfuf@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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