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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유학생의 애로
'중국' 유학생의 애로
  • 조대호
  • 승인 2021.05.05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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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대호야 너는 금석문 읽을 줄 아니?”, “광동어도 잘하겠네~” 심지어는 “중국에 성형외과는 주로 어디에 몰려있어?”, 모두 필자가 받아 본 질문이었다. 중국에서 유학을 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주변사람들에게 별의별 질문을 받곤 한다. 가만 보면 우리사회의 중국유학생에 대한 요구치는 다른 지역에 유학을 다녀온 학생에 비해 대단히 높다. 다행히 역사학을 전공한 나로서는 중국과 관련된 전반적인 내용을 공부한 적이 있고 견문 지식을 넓히기 위해서 매 학기 가 끝나고 이주나 삼주동안 현장으로 나간다. 그래서 필자는 누군가 내게 중국과 관련된 내용을 물어보았을 때 책의 지식과 실제로 다녀왔던 경험을 토대로 재미있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편이다.

요새는 역사이야기 뿐만 아니라 그 지역에 무슨 맛 집이 있고 사진 명소는 또 어디인지, 심지어 어디 클럽이 좋은 지까지 알아야만 과거와 현재를 뛰어 넘나드는 진정한 역사학도로 인정받는다. 뜻밖에 역사학의 아버지 헤로도토스도 이야기꾼이라 불리지 않았던가? 하지만 헤로도토스는 적어도 그저 재미있게 사실과 기록들을 풀어낸 것 이외에 맛 집과 사진 명소 등에 대한 대중들의 요구치에 부응할 필요는 없었다. 21세기 현실은 달랐다. 그러므로 나의 책무는 더 늘어나버렸다.

역사학을 전공한 나로서도 연구 분야 이외에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 완벽하게 섭렵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중국사를 전공함에도 말이다. 가령 필자의 친한 고등학교 친구 중에는 삼국지를 무척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삼국지에 나오는 인물이며 역사적 흐름을 필자보다도 더 잘 꿰뚫고 있다. 때로는 무서울 정도다. 그가 운을 떼면 나는 오히려 리스너(Listener)의 입장이 되어 경청한다. 마음속으로는 친구 입에서 “중국사를 전공한다면서 나보다 모르면 어떡해?”라는 말이 나오질 않기를 간절히 바랐던 적이 있다.

또 한 번은 북경에 손님이 오셨을 때였다. 필자의 주 임무는 이분들을 모시고 베이징의 고궁과 주요 명승고적들을 둘러보며 간단한 설명을 해드리는 것. 주요 명소들은 하루 이틀 고생해서 달달 외우면 되는 정보들이지만 이 또한 내가 화이트칼라인척 하기 위한 제스쳐(행동)에 불과했다. 어쩌면 이분들에게 필자가 기억에 의존한 설명을 듣는 것보다 더 정확한 정보를 한 눈에 보기 쉽게 전달하는 스마트폰을 열어보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겠다. 나를 돋보일 수 있는 유일한 기회는 어디서 치고 들어올지 모르는 질문들에 대한 유창한 답변으로 대응하는 것. 아니나 다를까 질문 세례는 공항 마중부터 시작되었다. 중국 사람들은 더운데 왜 차가운 물을 마시지 않느냐 부터 고궁 안의 비석에는 무슨 글이 써져있는지, 우리의 따거(大哥) 장국영의 일생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지... 하지만 이마저도 내게 벅찼다. 이 자리를 빌려 해명해야겠다. 금석문을 유창하게 읽는 다면 고대사를 전공했겠고 장국영 한 개인의 일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표준어에 광동어까지 할 줄 알아야 한다. 장국영은 내게도 따거지만 따거의 일생까지 이해하고 설명드리기에는 내 앞에 놓인 학위논문이 우선이었다.

그렇다. 일반 대중들에게 중국학 전공자, 중국 유학생에 대한 요구는, 즉 “중국”이라는 두 글자가 들어가게 되면 보편적이면서도 상당히 광범위한 지식들이었다. 그나마 필자는 전동차도 타고 다니며 시장에서 장도 보고 중국인의 일상 생활권에 조금이나마 몸을 담구고 있었기에 알고 있는 부분에 한 해서는 거침없이 이야기했다. 하지만 역사학을 전공하지도 않고 연구 이외 부분에 대한 관심도 그리고 경험마저도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중국”은 꽤나 다루기 까다롭고 부담스러운 존재겠다. 

내 길만을 바라보고 간다는 것. 그렇다면 대중들의 요구와 나는 담을 쌓아도 좋다. 하지만 적어도 나의 가치관은, 이들과 함께 소통하는 역사학자로 남고 싶다. 소위 요즘 말로 말하면 “썰을 잘 푸는 사람”이요, 있어 보이는 말로 말하자면 “만담꾼”으로 말이다.

조대호

원광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인민대학 대학원에 재학중이다. 중국국가유학기금회 우수재화장학생, 주한중국대사장학생, 중국정부장학생에 선발됐다. 현재 중국인민대학에서 석사과정 마지막 학기를 밟고 있으며 중국 공산당 역사를 연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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