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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위기, 창의적 자기혁신을
지방대 위기, 창의적 자기혁신을
  • 최재목
  • 승인 2021.05.04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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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_ 최재목 논설위원(영남대 철학과 교수)

 

최재목 논설위원
최재목 논설위원

오래전부터 예측되었던 학령인구 감소와 학생의 수도권 집중화로 ‘지방대학의 위기’가 본격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지방은 물론 수도권의 언론에서도 적지 않은 우려와 함께 다양한 해법을 쏟아내고 있다. 올해 대폭적인 정원미달을 경험하면서 지방대학들은 서둘러 각자도생을 강구 중이다. 

그래도 한계는 자명하다. 한정된 수의 학령인구를 대상으로 서로 신입생 유치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쪽이 웃으면 다른 한쪽은 울어야 하는 제로섬 게임이다. 지방 대 지방의 경쟁, 지방 대 서울·수도권의 경쟁은 격감하는 인구로 더욱 치열해 질 것이다. 

한편 학령인구의 절대 부족은 반드시 지방대학만이 껴안은 문제가 아니다. 서울·수도권 대학들도 지방대학의 위기를 어느 정도 공유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모든 학생들이 지방보다 서울을 좋아하여 서울로 몰릴 것이란 낙관도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일 수 있기 때문이다. ‘왜 대학에 가야하는가?’라는 청년들의 근본물음이 대학 졸업장과 간판 중시 사고를 밀어낼 상황이 언제, 어떻게 도래할지 아무도 모른다. 더구나 코로나를 겪으면서 학생들은 이미 비대면 수업방식에 익숙해져 수도권으로의 이동과 대학서열 자체에 관심을 떨어뜨리고 있기도 하다. 

현재 지방대학이 겪어야 할 위기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정원미달의 문제만이 아니며 다음과 같이 보다 근본적으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지방대학은 스스로가 왜 필요한지 본질적인 물음을 스스로 던지며 스스로 답해가야 한다. 이미 존재해왔기 때문에 계속되어야 한다는 타성에 젖은 구태의연한 사고가 아니라 ‘지금부터 왜 다시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거점 지역의 경제·산업·문화적 요청과 변화에 예민하게 밀착하여 실제와 실용으로 부단히 자신을 변모해가야 한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자신만의 탁월한 매력을 일궈내야 한다.     

둘째, 지방대학은 필요에 따라 권역 내의 대학과 상호 차별화된 생존전략 모색으로 연대하며 국가의 균형발전이라는 차원에서 스스로의 존재를 부각시켜 가야 한다. 이를 이해서는 대학 입학 정원을 수도권, 지방 구분 없이 균일하게 규제해야함을 적극 주장하고, 법제화해 내야한다. 지방대학이 죽으면 국가의 경쟁력도 동반 몰락한다는 논리를 스스로 개발하여 자기증명해가야 한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지방대학은 산학협력을 통해 창의적으로 특화하고, 거점화해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대학 생존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지역의 청년 취업과 직결된다. 지방대학은 그곳의 역사와 문화전통, 산업과 기술 등 타 지역과 차별화된 자치조직체를 이루기에 유리하며, 그것으로 해외와도 호흡할 수 있다. 

셋째, 향후 정원 미달사태에 따라 이루어질 지방대학의 구조조정은 구성원의 합의와 설득에 근거하여 이루어져야 하겠으나 근본적으로 위의 논의 즉 ‘대학의 존재 이유의 해명’, ‘차별화 생존전략을 통한 국가균형발전에 기여’라는 점과 연계해야 한다. 아울러 학령인구 감소분을 채울 잠재적 학생 재원(才源)은 장기적으로 볼 때 외국유학생도 중요하나 시니어 세대의 재교육도 적극 고려해야 할 때이다.

지방대학의 위기를 파멸적 위기가 아니라 창의적 위기로 바꾸려면 대학 스스로 성찰하며 자기혁신해가야 할 것이다.

최재목 논설위원
영남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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