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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와 음악'
'아름다운 시와 음악'
  • 정경량 목원대
  • 승인 2004.10.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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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강의시간

▲정경량 목원대 교수 ©
정경량 교수(목원대·독어독문학과)

“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새벽에 토끼가 눈 비비고 일어나...”

“웬 아이가 보았네 들에 핀 장미화, 갓 피어난 어여쁜 그 향기에 탐나서...”

우리가 알고 있는 이 ‘옹달샘’과 ‘들장미’는 독일 민요로서 내가 수업 시간에 즐겨 다루는 독일 노래들이다.

고등학교에서 외국어 교육이 일부 특정 외국어에 편중되면서 외국어 교육에 심각한 불균형이 초래됐다. 이로 인해 대학에서도 독일어를 비롯한 여러 제2외국어 학과들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됐다. 그래서 나는 우선 독일어를 배우는 우리 학생들이 독일어를 즐겁게 공부할 수 있도록 몇 년 전에 ‘노래로 배우는 독일어’라는 책을 펴냈다.

예전에도 우리 독문과 학생들에게 틈틈이 독일 노래를 가르쳐 주긴 했지만, 이 책의 출판을 계기로 나는 수업 시간에 기타를 들고 들어가 학생들과 함께 독일 노래를 부르게 됐으며, 가능한 한 우리에게 친숙한 독일 노래 가사를 활용하여 독일어를 가르쳤다. 기타 반주에 맞추어 함께 노래를 부르게 되면서 우리의 수업은 흡사 ‘열린 음악회’와 같은 흥겨운 분위기가 됐다.

‘노래로 배우는 독일어’책이 나오자 뒤를 이어 ‘노래로 배우는 스페인어’, ‘노래로 배우는 프랑스어’, ‘샹송으로 배우는 프랑스어’, ‘노래로 배우는 러시아어’, ‘노래로 배우는 이탈리아어’, ‘노래로 배우는 일본어’ 등등 노래로 배우는 외국어 교재가 연달아 여러 권 탄생했다.

그 동안의 수업 경험에 비춰 볼 때, 외국어 학습에 노래와 음악적인 요소를 활용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흥미를 가지고 아주 좋아한다. 여기에 악기까지 함께하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해가 지나면서 나는 점차적으로 독일어만이 아니라 독일 시와 음악, 독일의 정신과 문화 등을 서로 연계시켜 가르쳤다. ‘노래로 배우는 외국어’, ‘시와 음악’ 등의 수업은 우선 학생들의 정서 및 인성 함양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인문학적 차원의 언어문화 예술 교육으로까지 연결시킬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유익하고 창의적인 통합적 교과목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독문과 학생들만 재미있게 공부하는 게 좀 아쉬워서 지난 학기에는 아예 클래식기타와 함께하는 ‘아름다운 시와 음악’이라는 과목을 교양 과목으로 신설했다. 여러 해 동안 마음을 담아 준비해 온 신설 과목인지라 나는 이 수업에 많은 열정을 쏟아 부었고, 한 학기 내내 학생들과 나는 이 수업을 통해 서로 많은 감동과 인상을 주고받았다.

이 교양 과목 수업은 내가 지난 20년 동안 해 왔던 독문과 전공 수업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었다. 이 과목에는 무엇보다도 시와 음악에 관심 및 재능이 있는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모이게 돼 수업 시간에 참여한 학생들의 발표와 토론의 내용이 아주 다채롭고 풍성했다. 나는 ‘아름다운 시와 음악’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시와 음악이 서로 연계되는 문화 예술적 차원의 학습내용에 주된 관심을 집중시키면서, 전공을 초월한 그러면서도 각자의 전공과 관심분야에 최대한 연결되도록 수업을 진행했다.

‘시와 음악의 생활화, 시와 음악 생활의 대중화!’

이것이 바로 내가 이 수업에 거는 기대이자 나의 꿈이기도 하다. 이 수업의 연장활동을 겸해 올 해 나는 처음으로 ‘정교수와 함께하는 클래식기타와 노래의 밤’이라는 음악회를 연다. 비록 음악 전문가는 아닐지라도 중학교 1학년 때 기타를 잡은 이후 30여년이 넘도록 클래식기타를 연주하고 노래를 불러왔다.

어느 나이든 시인이 이런 내용의 시를 쓴 적이 있다. “사람은 시를 써야 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더 시를 써야 한다...” 여기에 나는 이렇게 덧붙이고 싶다. “사람은 노래를 불러야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더 노래를 불러야한다. 왜냐고요? 그만큼 노래 부를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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