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6:05 (금)
초점 : 시간강사, 왜 늘어나고 있나
초점 : 시간강사, 왜 늘어나고 있나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1.05.1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1-05-15 17:16:33
대학강의에서 시간강사가 차지하는 비율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91년도 31.4%였던 시간강사 강의 의존율이 1998년에는 32.6%, 1999년에는 35.9%로 늘어났고 지난해는 38.4%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양과목의 경우 91년 47.1%였던 것이 90년대 중반 절반을 넘어 국립대는 현재 60%의 강좌를 시간강사가 담당하고 있다. 일부 사립대의 경우에는 70%에 육박하고 있다.
이렇듯 강의에 대한 시간강사 의존율이 높아지다보니 서울대 등 몇몇 대학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대학에서 시간강사수가 전임강사를 앞질렀다. 심지어 서울의 한 사립대는 시간강사수가 전임강사의 3배를 웃돌기도 한다.

‘강사수 늘리기’, 학문기반 위협
학문 다변화 추세인 오늘날 시간강사가 늘어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 그렇다고 ‘강사수’ 늘리기를 통해 교육 문제를 풀어가려는 대학의 안이한 처사까지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강사수 늘리기야말로 가장 손쉬운, 당장의 발등의 불 끄기 식 처방인 셈이다.
이에 대해 시간강사가 수적으로 늘어날수록 이들의 처우 문제와 연구 환경이 악화된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두 번째, 이들 학문 후속세대들이 본격적인 학문의 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피로를 느끼고 좌절하게 됨으로써 국내 학문기반은 점차 취약해진다. 결과적으로 ‘강사수’ 늘리기는 안정적이고 역동적인 대학 교육을 위협할 소지가 다분하다.
이찬규 중앙대 교수(국어학)는 “강사 수입을 최저생계비 수준으로 조정한다면, 이들이 안정적인 연구와 강의를 병행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당 4만원 정도면 도시가구 최저생계비 수준이 된다. 그런데 이럴 경우, 대학들은 차라리 전임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면서 강사료 현실화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여기서 교수 증원의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재원임을 알 수 있다. 누가 파이 값을 더 지불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 정일용 한국외국어대 교무처장(무역학과)은 “교수 충원은 결국 재정문제다. 사학의 수입원이 뻔한 상황에서 겸임교수, 초빙교수 등으로 교수확보율을 높이는 것도 한계가 있다”며,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정부’쪽 도움을 기대고 있지만, 해법이 ‘정부’쪽에만 있을리 없다. 사립대가 수익성 위주로 대학을 운영, 수백억원의 적립금을 이월하면서도 교수 증원에 인색하다는게 교수사회의 중론이다.

교육부 정책도 한 몫
시간강사 비율이 높아지는 데는 여건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주도한 대학정책들도 한몫 한다.
연구중심대학으로 전환할 계획을 세운 대학들은 전임교수들의 강의 시간을 줄이고 연구의 비중을 높이면서 시간강사들을 유일한 대책으로 삼고 있다. 연세대의 경우 교수의 책임 시수를 9시간에서 6시간으로 줄이면서 올해만 5백명 이상의 시간강사를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교수들도 업적평가가 강화됨에 따라 책임 시간만 강의하고, 연구업적을 쌓으려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대규모 강당에 5백여 명의 학생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광경을 찾아보기란 어렵지 않다. 학생들의 불만이 없을 수 없다. 졸업을 앞두고 문과대 교양 강좌를 수강하고 있는 한 공대생의 비판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강사들이 유능하게 가르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 강의실에 몇백명을 집어넣고 수업하라고 하면, 제대로 배울 엄두가 나지 않는다. 제대로 된 수업을 하고 싶다.”
교육부는 사립대의 전임교수 비율을 높이기 위해, 교수확보율을 오는 2003년부터 해마다 10%씩 상향 조정하고 이를 충족하는 대학에만 증원을 허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이조차 교수 증원으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교수들도 강사 눈치보기 바쁘고, 강사들 역시 교수와 학교 눈치를 보면서, 피로에 피로를 느끼며 대형 강의실에서 목에 잠기는 현실. 그래도 대학 건물들은 화려하게 들어서고, 강사자리 구하기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손혁기 기자 pharos@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