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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서대, 철학과 없어진다
호서대, 철학과 없어진다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1.05.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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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5-16 08:59:15
호서대 철학과가 내년부터 폐지된다. 1989년에 신설된 호서대 철학과는 지난 98년부터 학부제를 도입하면서 영어영문학, 중어중문학 등 어문학계열 전공과 함께 어문학부로 묶여왔다. 그러나 1차 전공 신청에서 철학전공 희망자가 98년 2명, 99년 2명, 그리고 지난해에는 단 한 명도 없어 그 동안 강제배정으로 전공을 유지해왔다.

호서대 철학과는 ‘대중문화와 철학전공’으로 전공명칭을 변경하고, 전면학부제 도입, 학과독립 등의 자구 안을 모색했으나, 현실가능성이 적어 결국 예술학부에 ‘문화기획학’ 전공을 신설해 철학전공의 신입생 모집을 중지하기로 결정했다.

김교빈 교무처장(철학)은 “유사학과가 없어 어문계열과 함께 묶다보니 철학전공으로 강제 배정한 학생들 가운데 대다수가 휴학과 자퇴를 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더 이상 학과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문화가 철학을 밑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철학교육의 현실성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측의 철학전공 폐지방침에 대해 학생들과 학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철학전공 학생들은 지난 8일부터 대학본관건물을 점거하고 폐과 방침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최병성군(대중문화와 철학 전공)은 “어문학계열과 한데 묶었기 때문에 학생부족은 당연하다”며 “보완대책을 마련하지도 않고 학생들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폐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학부제 도입 이후 문학·사학·철학 등 인문학에 대한 학생들의 전공기피현상은 계속되고 있지만 학과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인원을 강제 배정하는 방법으로 이들 학과를 유지해 가는 상황에서 빚어진 이번 철학전공 폐지 조치는 대학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학계에서는 현 상태로 학부제가 계속 된다면 시장의 논리에 의해 학문구조조정이 진행될 수밖에 없으며, 결국 대학은 ‘영혼 없는 전문인’만 양성하는 곳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철학자들로 구성된 전국철학교육자연대회의(공동의장 김광수 한신대 교수, 이하 철학연대)는 지난 4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비판하고 나섰다. 김광수 공동의장은 “철학은 현실적으로 경쟁력이 없는 과목인데 경쟁력만을 기준으로 말살하려 한다”며 “이번 폐과 조치는 학생의 선택권을 보장한 학부제의 본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현재 5명인 철학과 교수들은 내년에 뿔뿔이 흩어진다. 언어분석 철학 전공자인 외국인 교수와 중국에서 중국철학을 전공한 교수는 관련언어전공으로 자리를 옮기고, 나머지 교수들은 신학부와 신설되는 문화기획학과로 이동한다. 손혁기 기자 pharo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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