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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대학 명강의: 임덕호 한양대 교수의 ‘경제시사토론’
우리대학 명강의: 임덕호 한양대 교수의 ‘경제시사토론’
  • 변종식
  • 승인 2004.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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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정토론통해 '자율적' 학습 유도…'평가'통해 체계적 정리

 

변종식 (한양대 3학년·경제학 전공)

“유사휘발유는 주유 업계 입장에서 보면 정상적인 유통구조를 파괴시키고 저질의 휘발유 판매로 인한 피해가 매우 큽니다. 환경 문제도 유발하는데 유해한 배기가스 때문에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유사휘발유는 법으로 제조 및 판매를 금지시켜야 합니다.”

“산업자원부장관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세녹스를 판매하는 입장에서 ○○○사장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세녹스는 처음부터 친환경적이고 자동차 성능 향상을 목적으로 개발된 것입니다. 또한 유사휘발유가 아니라 연료첨가제로 개발된 것이기 때문에 유사휘발유니 가짜휘발유니 이런 말은 옳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정부가 주장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부당하게 제조 및 판매를 금지하는 것은 결국 소비자를 우롱하고 선택의 여지를 정부가 없애는 것입니다.”

얼핏 보면 텔레비전에서 볼 수 있는 토론처럼 보이지만 ‘경제시사토론’이라는 과목 시간이다. 해마다 수강신청 때가 되면 대부분의 인기 강좌가 그렇듯이 금방 인원이 차 버리는 과목이다.

이 강좌는 수업 방식이 굉장히 독특하다. 우선 수강생들은 반드시 조를 만들어야 한다. 한 조의 인원은 5명이다. 그리고 한 주에 한 조씩 토론 주제를 선정해서 토론을 해야 한다. 토론주제는 무엇이든 상관없지만 반드시 경제와 연관된 것이어야 하고 한 명은 사회자, 두 명은 찬성 측 패널, 2명은 반대 측 패널로 참가해야한다. 반드시 찬성 측 입장에서는 찬성만 해야 한다. 반대쪽도 마찬가지다. 찬성이나 반대 측 패널은 토론 중 타협을 하거나 찬성 또는 반대를 하는 자신의 생각을 바꾸면 안 된다.

▲'경제시사토론' 수업에서 학생들은 토론과정에서 이론과 현실을 접목시킨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치열한 토론을 거치는 과정에서 나름의 경제학적 시각을 갖게 된다. © 한양대 교수학습개발센터

그리고 토론 시작 전후에 오늘 이야기할 주제에 대해 토론을 듣는 수강생들로부터 찬성하는 사람의 수와 반대하는 사람의 수를 파악한다. 토론 전후의 사람들의 생각을 가늠하기 위한 것이다. 발표시간은 1시간 정도 주어지며 토론 중간 중간 사회자는 객석에 앉아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질문을 받거나 질문을 해야 한다. 수업은 일주일에 한 번씩 하게 되며 수업시간은 3시간이다.

흔히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3시간을 앉아서 토론을 들어야만 하는 입장이라면 굉장히 고되고 지루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다. 토론 한 시간, 질문 답변 등으로 40분, 마지막으로 교수님의 평가 및 분석 등이 40분에서 50분 정도가 소요된다. 발표자들의 약간의 준비 시간이나 출석 체크 등을 위한 시간까지 합치면 3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다. 발표 내용에 따라서 시간이 부족한 경우도 있다. 그 만큼 토론은 진지하게 이루어진다.

그러나 각 자 발표하고 싶은 주제를 하는 관계로 진지하지만 재미있다. 독특한 주제도 많고 얼핏 보기에는 전혀 경제 문제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주제도 경제학적인 분석을 하다보니 독특한 이야기도 들을 때가 많다. 토론을 하다보면 준비를 열심히 한다고 하더라도 논리적인 근거가 상대보다 부족하다거나 주제에 따라 경제적 연관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내가 생각하는 대로 상대가 생각을 하도록 유도하거나 청중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토론은 진지하면서도 재미있게 진행된다.

경제 문제는 흔히 답이 없다고 한다. 현상은 하나지만 그 현상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사람마다 견해의 차가 크기 때문이다. 이 수업을 듣다보면 경제 현상의 문제에 대해서 ‘어떤 이론을 적용하고 설명할 것인가’에 대해서 스스로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라면 다른 과목하고 별 차이가 없다. 내가 공부한 것을 토론을 통해서 상대방에게 인정받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토론을 평가하고 발표 점수를 매기는 교수님께 인정받는 것이 제일 좋은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건 정말 쉽지 않다. 우선 토론을 바라보는 교수님의 눈빛은 굉장히 매섭다. 발표자도 아무렇지 않게 넘어간 부분 하나까지 세심하게 체크하신다. 그래서 아무리 열심히 준비하고 발표를 잘 했다고 하더라도 토론이 끝나고 교수님께서 토론에 대한 분석을 해주시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물론 교수님은 못 해도 잘 했다고 칭찬하시고 다음에 더 잘 하라고 격려해 주시지만 교수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아무래도 내 스스로 부족함을 많이 느끼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 수업 중에 교수님의 역할은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경제에 작용하는 것처럼 눈에 띄게 나타나지는 않지만 교수님이 특별히 말하지 않아도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토론에 임할 수 있도록 수업을 꾸려 나가신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 해야겠다는 경쟁심을 토론이라는 방식을 통해서 만들어 놨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사람들에게 후배들이나 친한 타과 사람들에게 ‘경제시사토론’에 대해서 한 번 들어보라고 권유한다. 스스로 자율적으로 공부한 덕분에 나는 아직도 그 때 내가 공부한 경제 모형 등에서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기억한다. 시험 때 반짝 공부한 이론이 아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서도 내 나름대로의 틀을 가지고 볼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이 수업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교수님께서는 계산이 복잡한 시험 문제를 내시거나 하는 편은 아니시다. 시험 문제는 교수님이 이론 설명을 한 부분과 수업 시간에 했던 토론 내용에서 나온다. 단순히 생각하면 문제가 어려워 보이지는 않지만 다시 한 번 주의 깊게 생각하지 않고 답안지를 제출하면 나중에 답안지를 받거나 성적표를 받을 때 후회하게 된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가라!’ 교수님의 시험을 잘 보는 방법이다. 절대로 수업시간에 졸아서도 안 된다.

특정 과목을 가지고 교수님의 강의를 전부 다 평가하는 것은 사실 좀 무리가 있기도 하지만 세 과목 째 임덕호 교수님의 강의를 들으면 다른 교수님 강의 때보다 훨씬 학생들이 생기 넘치고 질문 등을 많이 한다. 따라서 경제학을 고리타분하거나 배우고 싶어도 용기를 못 내는 학생들에게 난 꼭 ‘경제시사토론’을 들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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