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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장 떠나는 한교조, “대학 강사의 삶과 노동을 존중하라”
농성장 떠나는 한교조, “대학 강사의 삶과 노동을 존중하라”
  • 박강수
  • 승인 2021.05.27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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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비정규교수노조, 교육부 농성장 철수 기자회견
사진=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사진=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위원장 박중렬, 이하 한교조)이 지난 3일 “대학강사 고용 보장, 처우 개선 예산 확보”를 요구하며 시작한 교육부 앞 농성장을 떠난다. 한교조는 27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숙농성 종료를 알리며 문재인 정부에 “비록 1년밖에 남지 않았지만 대학 교육 공공성을 회복하고 대학 강사의 삶과 교육노동이 온전히 존중 받을 수 있도록 교육개혁에 매진할 것”을 촉구했다.

한교조는 입장문을 통해 “대학 비정규교수의 교육을 ‘봉사’와 ‘헌신’이라는 고귀함으로 포장해 왔을 뿐, 단 한 번도 우리의 삶을 ‘노동’으로 보지 않으려 했던 저 위선적인 교육 권력에 저항해 10년 세월을 싸워 왔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 투쟁의 산물인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 시행 후 2년이 다 되어 가지만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대학 강사들의 처우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한교조는 △사립대 강사 처우개선비 확대 △방학 중 임금 정상화 △전임교원 최대 시수제 도입 △과밀 강의실 해소 △퇴직금과 직장건강보험 등 강사 사회 안전망 확보 △임금과 학내 시설, 복지에 대한 대학 내 강사 차별 철폐 등 8개 주요 요구 사항을 재차 강조했다.

권용두 한교조 사무처장(경북대)은 “사립대 강사 처우 개선비 유지가 가장 급선무”라고 밝혔다. 사립대 강사의 방학 중 임금과 퇴직금 비용 일부를 국가가 보조하는 제도다. 권 사무처장은 “2019년 고등교육법 개정하면서 3년을 기한으로 예산이 책정됐는데 2022년 일몰되고 나면 지방대 재정 부담이 가중되면서 강사 해고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권 사무처장은 “강사 고용보장을 위해서 전임교원 최대시수제도 도입돼야 한다”고 짚었다. 현재 대학 전임교원들은 매주 9시간 강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실상은 12시간에서 많게는 18시간까지 강의를 소화하고 있어 업무는 강의의 질은 떨어지고 업무는 과부화된다는 것이다. 권 사무처장은 “수업 최대시수와 과밀학급을 규제해 수업의 질을 올리고 강사 고용도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육부 농성장에서는 철수하지만 국회의원 등을 대상으로 한 정책적 접촉은 계속해 나가겠다는 것이 한교조의 입장이다. 권 사무처장은 “교육부와 기재부에 대한 압박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한국비정규직교수노조 기자회견문 전문.

 

언제까지 대학 강사의 삶과 노동을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 문재인 정부에 고(告)함 -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은 지난 5월 3일 돌입한 <대학강사 고용 보장, 처우개선 예산 확보 노숙 천막농성>을 끝내고 대학 강사의 교육노동이 존중받는 세상을 건설하기 위해 또 다른 길로 나서고자 한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대학 강사는 이른바 노바디(Nobody)였다. 지옥철(地獄鐵)의 무한궤도에 올라탄 유령이었다. 이승과 저승을 떠도는 중음신(中陰身)이었다. 공부가 좋아서, 젊은 청년들을 가르치는 게 좋아서 시작한 교육과 연구의 삶이 말 그대로 ‘불구덕’의 나락(奈落)일 줄 어찌 상상이나 했겠는가.

6개월마다 전화 한 통화로 재임용 여부를 통보받았고, 학생을 상담하고 연구논문을 써내려가면서도 단 한 푼의 수당을 받지 못했고, 방학이면 아르바이트를 할 것이냐 책을 볼 것이냐로 고민하던 나날이 한 두 해가 아니었고, 말이 직장이지 건강보험 하나 보장받지 못했다. 10년 20년 대학에서 강의해도 소송을 해야만 쟁취할 수 있었던 퇴직금도 마찬가지다. 2019년 강사법이 시행되기 전 우리의 삶은 말하기도 부끄러울 지경이었던 것이다. 도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고 우리 대학 강사들은 이토록 가혹한 형벌을 감내해야 했단 말인가.

그래서 10년 세월을 싸워 왔다. 대학 비정규교수의 교육을 ‘봉사’와 ‘헌신’이라는 고귀함으로 포장해 왔을 뿐, 단 한 번도 우리의 삶을 ‘노동’으로 보지 않으려 했던, 저 위선적인 교육 권력에 저항해 왔다. 청와대와 국회와 교육부와 대학 본부 앞에서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외쳐 왔다. 대학과 강사의 대표로 구성된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의 논의를 거쳐 만들어진, 소위 강사법이라 불리는 2019년 고등교육법 개정안은 그 투쟁의 산물이었다. 전국 4만명이 넘는 대학 강사들이 애타게 기다려왔던 그 법령이었다.

우리는 이 강사법이 제정되기까지 문재인 정부가 기울여 왔던 수고를 기억한다. 대학 강사제도가 조금씩 개선되어 가도록 애쓴 교육부의 노력 또한 인정한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강사법이 시행된 후 2년이 다 되어 가지만 그때로부터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법령에 명시된 ‘방학 중 임금’은 22주 방학 중 단 4주분만 지급되고 있고, 퇴직금도 주 5시간 이상 강의에만 적용하고 있다. 직장건강보험 논의는 늘 제자리 걸음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법도 개정하고 예산도 필요하다고 한다. 누군들 몰라서 오늘 이 자리에 있겠는가. 교육부가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누가 움직이고, 정부가 앞장서지 않으면 어느 세월에 비정규교수의 삶이 달라질 수 있겠는가? 또 다시 오늘처럼 1년 365일 내내 거리에서 서성대고 천막 안에서 밤을 새우란 말인가? 강의 도중 쉴 자리가 없어서, 잠시 짬을 내어 책 볼 공간이 없어서, 커피숍이나 차 안에서 강의안을 들여다보고, 교재 연구를 해야 하는 이 ‘보따리 장수’ 같은 삶을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는가.

문재인 정부에게 묻고자 한다. 수준 높은 대학 교육이 이루어지려면 어찌해야 하는가? 말할 것도 없이 그 교육을 담당하는 대학 교원의 삶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야 가능하지 않겠는가. 고용이 불안정하고, 처우가 바닥이어서야 어찌 고등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있겠는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가르치고 연구하는 데에는 아낌없이 지원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촛불민심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라면 적어도 이 정도는 감당해야 교육공공성의 책무를 완수했다고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문재인 정부에 당부한다.

우리 대학 강사들은 아무리 어렵더라도 교육과 연구의 길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럴수록 책과 씨름했고 강단에서 학생과 함께 호흡했다. 문재인 정부도 그러하길 바란다. 비록 채 1년밖에 남지 않았지만 대학 교육의 공공성을 회복하고 대학 강사의 삶과 교육노동이 온전히 존중받을 수 있도록 교육개혁의 한길로 매진하기 바란다.

 

- 문재인 정부는 대학 강사의 삶과 노동을 존중하라

- 대학 강사의 방학 중 임금을 전면 확대하라

- 모든 대학 강사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라

- 대학 강사에게도 교육연구비를 지급하라

- 대학 강사에게도 직장건강보험 적용하라

- 강사에게 대학 기구 참정권과 총장선출권 보장하라

 

2021년 5월 27일

 

민주노총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박강수 기자 pp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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