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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뉴노멀 핵심은 '유연성'... 슈퍼 패컬티 필요"
"대학 뉴노멀 핵심은 '유연성'... 슈퍼 패컬티 필요"
  • 정민기
  • 승인 2021.05.3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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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등교육 전문지 크로니클_ ‘고등교육의 미래’ 포럼 ① 크라우 미 아리조나주립대 총장
"사회로부터 고립된 '상아탑' 대학은 현시대에 안 맞다"

"균일한 대학 평가는 멈추고

세분화할 필요 있어

캠퍼스는 교육의 허브 역할

지역사회에 대학을 개방해야"

크라우 아리조나주립대 총장이 대학의 미래에 대해 인터뷰 답변 중인 모습. 사진= 크로니클 온라인 인터뷰 화면 캡쳐.
크라우 아리조나주립대 총장이 대학의 미래에 대해 인터뷰 답변 중인 모습. 사진= 크로니클 온라인 인터뷰 화면 캡쳐.

미국의 고등교육 전문지 <더 크로니클 오브 하이어 에듀케이션>(이하 <크로니클>)은 4월 20일부터 이틀간 ‘고등교육의 미래’를 주제로 온라인 포럼을 진행했다. 

포럼 첫 번째 날에는 <크로니클>의 베테랑 기자 블루멘스티크가 두 명의 고등교육 전문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교수신문>은 각 인터뷰에서 나온 핵심 내용을 두 차례에 나누어 소개한다.

첫 번째 인터뷰는 크라우 아리조나 주립대 총장과 진행됐다. 크라우 총장은 콜롬비아대 학장을 지냈고 같은 대학에서 과학기술정책 전공 교수를 역임했다. 또한, 교육 혁신과 관련해 여러 캠페인을 진행했으며 저소득층 학생의 교육권을 위해 힘쓰고 있다. 

크라우 총장은 대학이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된 이후에도 코로나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즉 대학이 코로나 이전의 ‘노멀(normal)’이 아니라 새로운 모델인 ‘뉴노멀(new normal)’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크라우 총장은 “문제는 대학이 노멀과 뉴노멀의 차이를 모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크라우 총장이 제시하는 대학의 뉴노멀의 핵심은 ‘유연성’이다. 앞으로 코로나19와 같은 대규모 전염병이 생길 가능성도 있고, 이보다 더 복잡한 사회 변화가 찾아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제 단기간에 급격한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대학은 빠르게 발전하는 과학기술을 적용하면서 진화해나가야 합니다”

크라우 총장이 제시하는 대학의 진화 속에는 ‘슈퍼 페컬티(super faculty)’가 있다. 슈퍼 페컬티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서 교수진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을 말한다. 크라우 총장은 “물리적 공간이 있는 캠퍼스를 중심 허브로 삼고 학교 주변에 수천 명의 학생, 기업, 교수진, 정부 기관, 일반 시민이 연결되는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크라우 총장은 “그동안 대학이 지역 커뮤니티를 신경 쓰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고 많이 반성했다”며 “지역사회를 위해 대학이 가진 시설과 제원, 교육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루멘스티크 기자는 크라우 총장에게 ‘코로나19 이후 고등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여러 질문을 던졌다. 인터뷰 전체를 재구성해 정리했다.

 

△ 고등교육이 코로나 이후에 다시 원래대로, 소위 말하는 ‘정상’으로 되돌아간다면 어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고등교육이 다시 원래대로 되돌아갈 길은 없다고 봅니다. 좋든 실든 코로나는 큰 변화를 주었습니다. 모든 대학은 ‘노멀’이 아니라 ‘뉴노멀’로 갈 것입니다. 문제는 대학이 노멀과 뉴노멀의 차이를 모르고 있다는 거죠.

△ 뉴노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뉴노멀이라는 의미는 대학이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나가면서 유연성을 기르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어떤 변화가 찾아와도 즉각 즉각 대응할 수 있게 말이죠. 코로나 이후에 더 강력한 바이러스가 찾아올 수도 있고, 이보다 더 복잡성이 높은 사회 변화가 도래할 수도 있습니다. 대학은 이를 대비해야 합니다.

△ 고등교육이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이유는
기술 발전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회는 이 속도를 못 따라가고 있어요. 고등교육도 마찬가지죠. 기술은 점점 발전하는데 대학은 오래전 모델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들어 대학이 변화의 속도를 높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만연해진 것 같습니다. 미국의 역사를 되짚어봐도 대학은 끊임없이 진화해왔는데, 진화의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 기술을 이용해서 대학은 어떤 변화를 이뤄낼 수 있습니까
먼저 슈퍼 패컬티(super faculty)를 만들 수 있습니다. 슈퍼 패컬티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서 교수진의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캠퍼스를 중심 허브로 삼고 학교 주변에 수천 명의 학생, 기업, 교수진, 정부 기관, 일반 시민이 연결되는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합니다. 대학은 그동안 모든 사람을 연결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교육을 제공하지 않았죠. 교육의 희소성이 해당 대학을 우수하게 만드는 ‘희소성의 원칙’이 적용됐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 대학 간 협업도 네트워크에 포함됩니까
네 물론입니다. 대학끼리 경쟁하기보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맹을 구축하고 협업을 강화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협업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먼저 ‘카네기 대학 분류 시스템’이 바뀌어야 합니다. 이 시스템은 모든 대학은 동일하게 평가합니다. 그래서 모든 대학이 서로 경쟁을 하게 됩니다. 이 방식은 좋지 않습니다. 대학마다 목적, 사명, 학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모든 대학을 소위 ‘플라톤의 철학자 왕’이 소수의 우수 학생과 함께 연구를 진행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이것은 너무 엘리트주의적인 방식입니다. 대학의 카테고리를 더 세분화해서 분야별로 대학이 경쟁하게 해야 합니다. 

△ 대학이 지역 커뮤니티를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번 코로나 사태로 큰 반성을 했습니다. 대학은 그동안 지역사회를 위해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대학의 자원들을 대학 내부에서만 쓸 수 있게 고립시켜왔습니다. 앞으로 대학은 도서관, 체육관뿐만 아니라 교육까지 공유해야 합니다. 대학은 수많은 특권을 받고 있습니다. 세제 혜택부터, 방대한 자료, 전임교원 시스템, 여름방학 제도, 이 모든 것들이 다른 곳에서는 제공되지 않는 특권입니다. 대학은 지역사회와 더 연결돼서 이런 특권을 사회에 환원해야 합니다.

△ 이번 코로나 사태 때 사람들이 깨닫게 된 점이 있다면
두 가지가 있다고 봅니다. 먼저 사람들이 단기간에 급격한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파급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에 더 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고요. 둘째는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위기가 닥쳐도 혼자서 해결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적응하고 배워나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 온라인 교육이 활성화되면 대학 캠퍼스의 물리적인 공간은 쓸모가 없게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캠퍼스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학생들은 캠퍼스에 와서 학생을 사귀고 그룹 프로젝트나 단체 활동 수업을 들을 수 있죠. 물론 이 모든 것들은 디지털로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디지털과 온라인은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두 과정이 병행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캠퍼스는 앞으로 교육의 허브 역할을 할 것입니다. 허브 주위로 교육 네트워크가 형성돼 수천 명의 학생, 교수진, 기업, 다른 대학들이 연결될 것입니다. 캠퍼스처럼 물리적 기반이 있어야 네트워크가 더 견고하게 커나갈 수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대학이 멈춘 것들 중에서 계속 멈췄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
지금 생각나는 것은 딱 한 가지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대학은 한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대학이 사회 전체의 일부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 틀렸다는 것을 말이죠. 코로나가 끝나도 대학이 사회의 일부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대학은 스스로 고립되기를 멈춰야 합니다.

△ 반대로 코로나 이후 고등교육에 추가되어야 할 점이 있다면
온라인 교육의 강화입니다. 현재 진행하는 온라인 교육은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앞으로는 훨씬 정교하게 동기화돼서 학생들이 온라인으로도 ‘디지털 몰입’이 가능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서 엄청난 기회가 생겨날 것입니다. 전 세계에서 미국으로 유학을 오는 박사과정생들은 이제 각자의 나라에서 독립적으로 연구하고 온라인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정민기 기자 bonsens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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