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11-29 14:17 (월)
권력 개혁이 검찰 개혁에서 시작되어야 하는 이유
권력 개혁이 검찰 개혁에서 시작되어야 하는 이유
  • 김선진
  • 승인 2021.06.03 08: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통찰의 재미_『죄수와 검사』 | 심인보, 김경래 지음 | 뉴스타파 | 378쪽

죄수의 전문성을 상대로 정보 빼내는 검찰
죄수가 검사 상대로 그 죄를 고발하다

아직도 난 순진하다. 세상은, 적어도 대한민국은 정의로운 사회라 믿고 있으니. 어쩌면 그것은 일종의 희망사항이다. 50줄이 될 때까지 나 자신이 기득권자였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게 이유라면 이유다. 나와 비슷한 희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책 한권으로 그 믿음이 희망 고문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단번에 확인하게 될 것이다. 이 나라의 불의와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압축한 사례를 만나게 될테니.

이 책은 수사권, 기소권이라는 절대 권력으로 벌해야 할 죄는 덮고, 없는 죄를 만드는 검찰의 부조리를 고발한다. 전관 변호사(검찰 입장에서는 선배 검사)를 활용해 자기 식구라 여기는 자들의 비리에 눈감고, 죄수를 활용해 증거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드러난다. 검찰의 능력은 있는 죄를 덮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증거를 조작하여 없는 죄를 만들어낸다. 그것도 실형을 살고 있는 죄수에게 온갖 회유와 협박을 동원하는 기술을 활용한다.  

정의가 이렇게 선택적이라면 그것은 더 이상 정의가 아니다. 괴물을 잡겠다고 검사가 됐는데 우리가 괴물이더라는 내부고발자 임은정 검사의 자기 고백은 검찰의 김학의 성접대 사건 처리 하나만으로도 이유없는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검찰이 늘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성역없는 잣대’는 검찰 자신에게도 그러한가를 물을 수 있어야 검찰이 정의에 봉사할 자격을 갖는다.

권력 개혁이 희망 고문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진실을 이해하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존재가 필수 조건이다!

선택적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어떤 조직이든 음지와 양지가 있고 악화와 양화가 있기 마련이라지만 음지와 악화가 있어선 안되는 조직이 있는 법이다. 검찰은 우리 사회의 정의와 공정을 지켜내는 최후의 보루여야 하기 때문이다. 권력이 자신의 이익에 봉사할 목적으로 악용된다면 권력을 정점으로 온 사회가 부패의 나락으로 추락한다. 권력이 나쁜 힘을 사용하는 본보기를 사회에 가르친 결과다. 신성 불가침의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사실은 역사의 진실이다. 

취재를 통해 밝혀진 바, 특수부 검사들은 죄수에게 특혜를 베풀 수 있는 권력을 가지고 죄수를 수사에 활용한다. 노동력을 착취하기도 하고 죄수의 전문성을 이용해 정보를 빼낸다. 죄수가 가진 돈을 활용해 다른 죄수들의 정보를 사기도 하고 심한 경우에는 거짓 증언을 시키기도 한다. 이 책에는 특수부 검사들이 죄수를 활용해 벌인 다양한 불법 사례가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책 제목이 왜 ‘검사와 죄수’가 아니고 ‘죄수와 검사’일까. 일반적이라면 기소권을 가진 검사가 죄수의 죄에 대해 구형하는 입장이지만 이 책에서는 죄수가 검사를 상대로 검사의 죄를 고발하는 주체가 되기 때문이다. 

권력 개혁이 희망 고문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진실을 이해하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존재가 필수 조건이다. 억울함이 쌓이는 사회는 공동체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정의를 세워야 할 역할이 주어진 조직에겐 더 엄격한 잣대를 요구해야 한다. 사소한 잘못이라도 더 엄한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럴 의지가 없다면 자격을 박탈해야 마땅하다. 그것이 정의에 부합하는 일이다. 경찰 검찰의 권한 조정, 공수처 신설이 우리 사회를 한 걸음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길 간절히 기대한다.

 

 

김선진
경성대 교수·디지털미디어학부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