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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초기 한인들이 보여준 배움과 예술에 대한 열정
러시아 초기 한인들이 보여준 배움과 예술에 대한 열정
  • 김재호
  • 승인 2021.05.30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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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사색_『언 강을 건넌 사람들』 이원용 지음 | 북코리아 | 192쪽

나는, 우리는 누구인가? 민족이란 무엇이며, 국가는 어때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소련 붕괴 후 러시아에 있던 고려인들이 한국으로 들어왔다. 조상의 조국에 정착하기 위해서다. 이 책의 부제는 ‘사진으로 읽는 러시아 초기 한인사’이다. 이들 대부분은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살았다. 일제 강점기 핍박을 피해 척박한 땅으로 이주한 것이었다. 1937년 고려인들은 다시, 스탈린에 의해 낯선 중앙아시아 등지로 흩어졌다. 이들의 후손들이 다시 안산에 고려인으로 정착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 이원용 박사는 안산의 비영리민간단체 ‘고려인센터 미르’에서 한국어 야학과 상담을 하고 있다. 강제이주 전 연해주에 살던 고려인의 삶을 기록하고자 이 책을 썼다. 창피하지만 기자도 솔직히 잘 몰랐다. 고려인들이 국내에 약8만5천 명이 있다. 대부분 하청노동 등을 하며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그 옛날에는 어땠을까?

1863년 9월 21일자 연해주의 공식문서에 따르면, 한인 13가구가 빈곤과 착취를 피해 이주했다. 남우수리스크 뽀시에트 지역의 찌진헤(지신허)에서 몰래 농사를 지으며 정착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찌진헤는 바다를 끼고 있으며 두만강과 가깝다. 아마도 강과 바다가 있으니 먹을 거리를 더 쉽게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1913년 연해주 군총독이 쓴 보고서에 의하면, 1911년 한인 수는 5만7천289 명이었다. 이들은 한반도의 4분의 3면적에 해당하는 연해주를 중심으로 뿌리를 내렸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우수리스크 고려사범학교’, ‘블라디보스토크 고려사범대학교’, ‘고려극장’이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연해주의 항만도시다. 우수리스크 역시 연해주의 도시로서 독립운동가의 거점이었다. 그 당시 고려인들은 배움과 예술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았다. 연극동아리를 꾸려 항일투쟁 관련 작품과 전통극을 공연했다. 책은 러시아 초기 한인사인데, 자꾸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나는, 우리는 누구인가? 민족이란 무엇이며, 국가는 어때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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