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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72] 섬초롱꽃에 얽힌 이야기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72] 섬초롱꽃에 얽힌 이야기
  • 권오길
  • 승인 2021.06.14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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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초롱꽃. 사진=위키피디아
섬초롱꽃. 사진=위키피디아

내 글방이 있는 3층 연립아파트단지 정원에 섬초롱꽃(Korean bellflower)들이 등불을 잔뜩 켜고 있다. 섬초롱꽃은 초롱꽃과의 여러해살이풀(多年草)로 원래는 경상북도 울릉군에 많이 자생했으나, 사람들이 씨를 받아 사방에 뿌려서 곳곳에 이들이 많이 자란다.
  
굵은 줄기는 곧추서고, 높이 30-90cm이며, 흔히 자줏빛이 돌고, 능선이 있으며, 비교적 털이 적다. 뿌리잎(根葉)은 잎자루가 길고, 심장형이며,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줄기잎(莖葉)은 어긋나며 긴 타원형이고, 줄기가 자라면서 잎자루가 점점 짧아지다가 없어진다. 굵은 뿌리가 옆으로 뻗으면서 마디에서 새싹이 돋아난다.  청사초롱(靑紗초籠) 닮은 꽃은 6-7월에 피고, 연한 자줏빛 바탕에 짙은 점이 있으며, 길이 3-5cm로서 가지와 원줄기 끝에서 밑을 향해 달린다. 꽃받침은 5개로 갈지고, 갈래조각 사이에 뒤로 젖혀지는 부속체가 있다. 열매는 익으면 과피(果皮)가 말라 쪼개지면서 씨를 퍼뜨리는, 여러 개의 씨방으로 된 삭과(蒴果)이다.

  섬초롱꽃은 한국특산종으로 울릉도에서만 자생(自生)하는 야생화였다. 햇볕이 잘 드는 풀밭 또는 산비탈 등지에서 분포하며, 물 빠짐이 좋고, 주로 척박한 토양에서 생육한다. 꽃이 예뻐서 관상용으로 심고, 채취한 종자를 파종하면 이듬해 봄에 발아하며, 어린 묘는 7~8월경에 이식한다. 잎은 식용하며, 뿌리는 약용한다. 전초(全草)를 자반풍령초(紫斑風領草)라 하며, 청열(淸熱,열을 내림), 해독, 지통(止痛,통증을 가라앉힘)의 효능이 있고 인후염과 두통을 치료하는데 사용하였다.

  일반적인 초롱꽃이 백색인 반면 섬초롱꽃(Campanula takesimana Nakai)은 연한 자주색을 꽃을 피운다. 일본인 나카이(Nakai)가 처음 발견하여 일본의 학회에 보고하였으며, 그 후 계속된 연구를 통하여 우리나라 울릉도(독도)에만 살고 있는 특산식물로 밝혔다.

  학명(種名,specific name)의 takeshimana는 우리나라의 독도를 뜻한다. 나카이가 본종을 처음 채집한 독도(獨島, solitary island)의 주소는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인데, 일본은 독도를 takeshima(竹島,bamboo island)라 부른다.

  그런데 나카이 다케노신(Nakai Takenoshin,1882~1952년)은 일본의 식물분류학자로 일본국립과학박물관장을 지냈으며, 일제 강점기에 조선총독부에서 일하면서 우리나라식물을 채집정리하고 소개하였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많은 자생식물학명에 Nakai가 명명자로 등재되어 있다. 자신의 이름 말고도 일본에서 유명한 인물이름을 한국식물의 학명에 넣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초롱꽃과에는 섬초롱꽃 말고도 초롱꽃, 금강초롱꽃이  있다. 초롱꽃(Campanula punctata)은 초롱꽃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한국남부와 중북부의 산에 자생하는 다년생초본이며, 양지 혹은 반그늘의 토양이 비옥한 곳에서 자란다. 한국원산으로 일본과 동부시베리아에도 분포한다. 햇볕이 잘 드는 들이나 낮은 산에서도 자라며, 꽃이 아름다워 심어 기르기도 한다. 키는 30-100cm 남짓이고, 줄기는 곧게 서며, 전체에 거친 털이 있다. 꽃이 꼭 초롱모양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어 이름이 초롱꽃인데, 흰색 꽃과 연한 자주색 꽃이 있다. 꽃의 길이는 4-8cm정도이고, 꽃받침은 5개이다. 이른 봄에 나는 어린 순을 나물로 먹으며, 진해, 거담에 잘 들어 약으로도 쓴다. 

 

금강초롱꽃. 사진=위키피디아
금강초롱꽃. 사진=위키피디아

위 사진의 금강초롱꽃(Hanabusaya asiatica)은 나카이가 처음 금강산에서 채집한 한국 특산종으로 보랏빛 꽃을 피우기에‘diamond bluebell’이라 부른다. 높은 산의 숲 그늘에서 자라는 점이 초롱꽃과 다르다. 한국 고유 식물로 전 세계에 오로지 1속 1종밖에 없는 희귀식물이다. 우리나라 중부 및 북부 이북의 고산지대 깊은 숲에서 자라는 다년생 초본이다. 반그늘 혹은 양지쪽의 바위틈이나 계곡의 물이 많고 습도가 높은 곳에서 자란다. 키는 30-90㎝이고, 잎은 길이 5.5-15㎝, 폭 2.5~7㎝로 긴 타원형이며, 윗부분에는 털이 조금 있고, 가장자리는 안으로 굽은 불규칙한 톱니가 있다.

금강초롱꽃은 전 세계에서 한반도에만 나는 고유특산식물이지만 금강초롱꽃의 학명에는 식민지시대의 시린 역사가 담겨있으며, 금강초롱꽃의 학명 역시 나카이가 지었다. 그의 연구의 대부분이 조선총독부의 지원금을 받아 이루어진 것이다. 금강초롱꽃 屬名(generic name)인 Hanabusaya는 초대조선공사(初代朝鮮公司)를 지낸 하나부사 요시모토(Hanabusa Yoshimoto)를 기리기 위해 그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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