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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정 경희대 교수] “세계 1% 달성한 늦깍이 독성학자”
[박은정 경희대 교수] “세계 1% 달성한 늦깍이 독성학자”
  • 김재호
  • 승인 2021.06.21 0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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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의 커리어노트 ①

 

유해 물질에 의한 만성질환의 원인 연구

미국 면역학회 구두 발표 후 전율을 느껴

‘K-클럽(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은 과학기술인의 성장과 변화, 재도약을 위해 경력개발 성공사례와 관련 이슈를 ‘커리어노트’로 제공하고 있다. 이에 <교수신문>은 K-클럽과 공동으로 연구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인터뷰 중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인터뷰는 K-클럽에서 진행했다. 인터뷰 내용은 일부 재구성했다. 

박은정 경희대 교수는 자신의 연구에서 딱 3년만 집중해보라고 조언했다. 사진=K-클럽(https://k-club.kird.re.k)의 인터뷰 동영상 캡처.

첫회는 박은정 경희대 교수(동서의학대학원)이다. 박 교수는 현재 환경성질환연구실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박 교수는 대기 중 미세먼지나 제조나노물질 등 환경 중에 존재하는 다양한 유해 물질에 의해서 발생 될 수 있는 만성 질환의 원인을 세포와 동물을 이용해서 연구하고 있다.  

박 교수는 “한국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연구를 고집스럽게 밀고 나가다 보면 때로는 주변의 시선이 곱지 않을 때가 많다”면서 “고집스럽고 공격적이라는 비난도 받을 수 있고, 때로는 과학기술정책 기조하고 또 맞지 않아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일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그럴 때 흔들리지 않고 그냥 밀고 나갈 수 있는 뚝심이 있어야 할 것 같고요. 뚝심을 믿고 지켜봐 주며, 옆에서 서포트해 줄 수 있는 학문적 동료들이 있다면 흔들릴 때마다 평정심을 찾고 밀고 나가기가 더욱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연구는 어떻게 시작했나.
다니던 회사에서 권유하시고, 저도 면역학에 대한 관심이 있어서 삼육대 면역학 교실에 들어갔었습니다. 지도 교수님께서 어느 날 갑자기 '우리는 미국 면역학회에서 구두발표를 해야 졸업을 시킨다'라고 하셨습니다. 학회 포스터 장에서 저도 지금도 이유를 모르겠는데 온몸에 전율이 흘렀습니다. 이를 계기로 해서 풀타임으로 변경하고, 면역학 연구에 필요한 다양한 실험기법과 원리를 익혀 나가게 됐습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습니다. 결국 제가 알고 싶은 것이 순수한 면역학이 아니라 면역독성학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동덕여대 독성학 교실에서 1년 동안 연구원 생활을 거친 후, 박사과정에 편입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분야의 연구를 시작하면서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나.
이 부분에서 제가 참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독성학 실험실로 옮긴 후 제가 가장 먼저 받을 숙제가 대기 중 미세먼지와 뇌졸중 및 폐암의 연관 관계를 풀어가는 일이었습니다. 대기 중 미세먼지를 모으기도 하고, 성분 분석, 독성평가까지 모두 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제가 제조나노물질을 접하기 전에 대기 중 미세먼지의 생성이나 발달 과정 그리고 노출되었을 때 우리 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 연구하지 않았다면, 또한 그에 앞서서 면역학에 대한 공부가 되어 있지 않았다면, 다른 연구자들과 마찬가지로 제조되는 물질의 독성 기질을 파악하는 데 있어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연구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이 무엇이었나.
저는 솔직히 어렸을 때부터 차근차근 학문을 쌓아온 정통 학자는 아닙니다. 제가 연구 생활하면서 들은 말 중 기억에 남는 말이 ‘어그레시브(Aggressive)하다’, ‘세상에 길이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내용이었어요. 한국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연구를 고집스럽게 밀고 나가다 보면 때로는 주변의 시선이 곱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고집스럽고 공격적이라는 비난도 받을 수 있고, 때로는 과학기술정책 기조하고 또 맞지 않아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일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럴 때 흔들리지 않고 그냥 밀고 나갈 수 있는 뚝심이 있어야 할 것 같고요. 뚝심을 믿고 지켜봐 주며, 옆에서 서포트해 줄 수 있는 학문적 동료들이 있다면 흔들릴 때마다 평정심을 찾고 밀고 나가기가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향후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제 아들의 지금 제일 큰 소망이 안 아프고 오래 사는 거라고 합니다. 제 아들이 저한테 아주 큰 숙제를 줬어요. '미세먼지로부터 자기를 구할 수 있는 건 엄마밖에 없다', '집에 안 들어가도 되니까 그것만 해결하라'고요. 앞으로 저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일지는 잘 모르지만, 그동안 제가 쌓아온 경험과 기술, 학문적 지식이 그 누군가의 건강이나 어느 가정의 행복을 지키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연구자로서 최선을 다해서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해 나갈 생각입니다.

△후배 과학기술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정확하게 3년만, 앞이 안 보이더라도 어떤 목표가 안 보이더라도 딱 3년만, 다 끊고 한번 미쳐 보라고 얘기해 보고 싶어요. 그러면 어떤 자기 목표가 가야 할 길이 선명하게 좀 보일 테니까 그때까지 정확하게 저 믿고 딱 3년만 한번 미쳐 보라고 얘기해 보고 싶습니다.

K-클럽(https://k-club.kird.re.kr)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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