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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非正한 사회’…“호봉제 교수가 연봉제 교수를 무시하고 갑질”
‘非正한 사회’…“호봉제 교수가 연봉제 교수를 무시하고 갑질”
  • 교수신문
  • 승인 2021.07.05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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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수노동조합 '교수논평'(2021년 7월 5일)

전국교수노동조합(위원장 박정원)은 지난 3월부터 격주 월요일에 교수논평을 발행하고 있습니다. 대학과 교육 현안에 대한 입장 표명을 통해 대학민주화와 고등교육 개혁의 주체로서 올바른 교육·대학정책 수립에 참여하고자 하는 취지입니다. 202175일에 발행한 교수논평을 소개합니다.

"최근의 한 교권상담 사례는 이율배반의 끝을 보여주는 것 같다. 정년과 비정년 교수 사이에서 발생하는 차별과 불평등, 갑질의 문제가 아니라, '정년트랙' 교수사이에서 발생한 일이다." 

전국교수노조의 교권상담 업무를 통해 절감하는 가장 큰 일은 교수사회의 비정함이다. 홍수 때 오히려 마실 물이 없다는 역설처럼 민주, 정의, 공정 등의 가치가 가장 많이 넘쳐날 것 같고, 흡사 그 가치를 기본으로 조직되고 운영될 것 같은 대학이 오히려 바로 그 민주, 정의, 공정 등의 가치부재로 홍역을 앓는다는 것이 그래서 아이러니다. 더구나 대학에 만연한 이런 비정함의 핵심에 대학교수가 똬리를 틀고 있다는 것은 우리들의 슬픈 자화상이다.

교권상담의 태반을 이루는 것이 정년과 비정년 교수 사이에서 발생하는 불평등에 의한 차별과 갑질이다.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비정년트랙교수를 지칭하는 명칭만큼이나 그 차별과 불평등은 다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리고 대학사회에는 비정년 교수에 대한 그런 차별과 불평등을 불편한 진실로 묵인하는 시선의 교수들이 있는가 하면, 여느 동물의 세계에서처럼 약육강식의 논리로 완장을 찬 행세를 하는 교수들도 있다. 정말 구약성경 솔로몬의 아가서 74절에 있는 상아탑의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

최근의 한 교권상담 사례는 이 이율배반의 끝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몸서리 처지며 아직까지 괴악한 일이 있다. 이건 정년과 비정년 교수 사이에서 발생하는 차별과 불평등과 갑질의 문제가 아니라, ‘정년트랙교수 사이에서 발생한 일로 호봉제 교수가 연봉제 교수를 무시하고 갑질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정말 얼굴이 불콰해지고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다.

대학이란 유교적 가치관 大學에 따르면 말 그대로 큰 학문의 전당이며, 이런 의미에서 대학의 교수란 큰 학문의 전당에서 큰 학문을 가르치는 큰사람의 다름 아닐 것이다. 그리고 서양의 개념을 빌려와도 universityuniversum이란 라틴어가 시사 하듯이 모든 보편을 끌어안는 넓음을 뜻한다. 그런데 교수에 의한, 교수에 대한 차별과 갑질이 틈만 나면 보이며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번지고 이걸 제도적으로 방치하는 것은 더 큰 구조악으로 보인다.

법률 중에 착한 사마리아인 법(Good Samaritan Law)이라는 것이 있다. 이 법은 위험에 빠진 사람을 자신이 위험에 빠질 상황이 아님에도 구조하지 않았을 때, 사람을 구조해야 하는 착한 일을 하지 않은 사람을 처벌할 수 있게 하는 법이다. 이 법의 근거는 신약성경 누가복음 1030절 이하로, 핵심은 가장 가까운 사람이 당한 어려운 일에 무관심하지 말라는 것이다. 대학은 그 어디보다도 민주, 정의, 공정 등의 가치가 많이 발설되는 곳이다. 그런데 이 사회는 아직도 동물의 세계에서도 벗어나지 못하고 전근대적 사고에 머물러 있는 비정한 사회다. 그리고 그 중심에 교수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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