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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현대사 서술, 학술쟁점으로 떠올라
교과서 현대사 서술, 학술쟁점으로 떠올라
  • 최철규 기자
  • 승인 2005.02.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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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포럼’, ‘현대한국사강좌’ 펴내

지난 해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제기된 한국 근현대사 검정 교과서의 이념성이 학계의 대책모임 출범과 저술출판으로 표면화되면서 본격적인 학술논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25일, 역사 바로 쓰기를 표방하며 출범한 ‘교과서 포럼’(공동대표 박효종 서울대 교수 외)은 같은 날 열린 창립기념 심포지엄 ‘고등학교 근현대사 교과서, 이대로 좋은가’에서 “대한민국의 건국과 분단, 정치와 경제발전 등을 다루는 근현대사 교과서들이 사실 오류와 왜곡, 이념적 편향으로 점철돼 있다”라고 비판하면서 논쟁의 포문을 열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전상인(한림대 사회학), 이대근(성균관대 경제학), 김영일(성균관대 정치학) 교수 및 신지호 서강대 겸임교수(북한정치)는 “기존 교과서들이 편협한 민족주의와 명분론에 치우쳐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폄하하는 자학사관을 전개하고 있다”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일국론적 시각과 명분론의 한계를 그간 교과서 집필을 독점해 온 국사학계의 책임으로 돌려, 한국근현대사 이해에 대한 학문 분과간의 격렬한 논쟁이 예상된다.

현대사 다시 보기를 주제로 한 역사서들도 잇달아 출간됐다. 양호민 한림대 석좌교수(북한정치), 신일철 고려대 명예교수(철학), 차상철 충남대 교수(미국사), 김일영 성균관대 교수 등의 필진으로 구성된 ‘현대한국사강좌’(전5권, 생각의나무 刊)는 분단, 정치발전, 북한정치, 한미동맹, 주체사상의 역사를 각각 다루고 있다. ‘건국과 부국’ 편에서 김일영 교수는 “수정주의자들 및 386세대의 역사해석이 미시적, 일국적, 도덕적 시각에 머물렀다”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거시적이며 비교사적 시각에 기반한 포스트-수정주의적 역사 분석을 제시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역사 다시 쓰기가 과거사 청산을 둘러싼 정치권과 일부 언론의 이념갈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시각도 있다. '교과서포럼'이 문제삼는 금성출판사판 '한국 근현대사'의 대표집필자인 김한종 교수는 "북한을 비판한 부분도 있는데 이런 부분은 빼고, 어떤 틀에 맞춰 분석하려는 흔적이 보인다. 그리고 지나치게 글쓰기의 의도를 확대 해석하는 경향도 있다"라고 김일영 교수와의 대담에서 불만을 표시했다. 교과서포럼이 제기한 문제가 학술적 논의로 발전할 수 있을 지 우려스럽다.
최철규 기자 hisfuf@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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