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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정 너머에 사람이 있다
액정 너머에 사람이 있다
  • 김재호
  • 승인 2021.07.09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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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읽기_『안전하게 로그아웃』 김수아 지음 | 창비 | 176쪽

과잉 연결의 시대, 오히려 고독감이 커질 수 있어
포괄적 차별 금지법으로 온라인 혐오 극복해야

“모니터 뒤에 사람이 있다.” 스마트폰과 모니터와 마주하는 시간이 더욱 늘어나는 요즘. 우리는 화면 너머에 누군가 있다는 걸 망각하고 사는 건 아닐까. 이 책은 디지털 문화와 온라인 미디어를 젠더 관점에서 연구하는 김수아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과)가 최근 펴냈다. 어떻게 하면 액정 너머의 누군가를 배려할 수 있을까. 

가상 공간이 늘어나면서 차별이 사라지고 민주주의가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흔히 기대한다. 하지만 여전히 그 세계에서도 악플과 욕설이 존재한다. 김 교수는 그 원인에 대해 ‘과잉 연결’을 지적한다. 그는 미국의 공학자 윌리엄 데이비도우를 인용해 “‘과잉 연결’이란 일상적 커뮤니케이션이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질 뿐 아니라, 정치와 금융 같은 인간의 모든 활동이 연결되어 서로 밀접하게 영향을 주는 현실”이라고 정의했다. 우리는 이제 하루 종일 로그인·로그아웃을 반복하는 존재다.

가끔 대화 도중에 스마트폰을 응시하는 상대방이 있다. 그땐 왠지 모르게 불쾌감이 든다. 이런 상황은 ‘퍼빙(phubbing)’이라 부른다. 전화기(phone)와 무시를 뜻하는 단어(snubbing)가 합쳐진 말이다.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퍼빙은 만연하다. 상대방을 위해서라도 대화 중엔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놓자. 

현재는 팬데믹으로 인해 온라인 교류가 많아졌다. 그래서 더욱 SNS와 유튜브에 목매단다. 하지만 오히려 온라인에서 소통하는 게 군중 속의 고독감을 느끼게 한다는 연구가 있다고 한다. 김 교수는 “온라인을 통해 사회와 소통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사람들을 덜 만나게 되니 고독감이 커지는 것”이라며 “유튜브에서 연결된 사람들이 현실에서도 알고 지낼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고독감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적었다. 특히 온라인에 드러나는 이미지나 모습들이 결코 그 대상의 전부는 아니니 상대적 박탈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주목받고자 하는 욕구가 혐오·비하 발언 키워

온라인에서 성행하는 혐오 발언, 지역 비하, 성차별적 언급 등은 주목받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됐다. 조롱이 자신의 쾌감을 자극한다면 더 이상 온라인에 머물러선 안 된다.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성인 남녀 1천200명을 대상으로 ‘혐오차별 국민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이중 혐오표현 유경험자 770명 중 약 절반이 위축감(50.5%), 공포심(53.1%)를 느낀다고 답했다. 댓글 하나에도 상처 입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건들이 터지는 걸 보면 혐오는 지양해야 한 온라인 문화다. 김 교수는 “혐오는 그냥 불쾌함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구조적인 차별을 반영하고 또 재생산한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혐오 표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 책에서 눈길을 끄는 건 바로 ‘대항 발화’와 ‘미러링 전략’이다. 대항 발화는 물론 여러 형식이 있을 것인데, 책에선 “긍정적인 전략으로 혐오 표현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있다”고 밝혔다. 미러링 전략의 한 예는 제국주의 국가의 모습을 그렸다고 비판 받는 『로빈슨 크루소』(대니엘 디포, 1719)의 역전판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미셀 투르니, 1967)가 제시된다. 전자는 백인 남성 로빈슨 크루소가 흑인 원주민을 야만인으로 일컬으며 복종시키는 얘기를 다룬다. 후자에도 로빈슨 크루소가 등장하는데, 원주민 방드리드는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주체로 묘사”된다. 방드리드는 프랑스어로 금요일을 듯한다. 로빈슨 크루소는 원주민을 금요일에 만났다고 이름을 ‘방드리드’로 불렀다. 

김 교수는 ‘포괄적 차별 금지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지난해 이 법은 국회에 발의됐다. 김 교수는 “법으로 규제하는 것 즉 형사 처벌은 혐오의 선동 표현에 한정하고, 차별적 인식을 강화하고 타자를 비하하는 표현은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 자율 규제함으로써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포괄적 차별 금지법이 더욱 중요해진다. 남녀고용평등법이나 장애인 차별 금지법 등 개별적 차별법이 포괄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게 바로 포괄적 차별 금지법이다. 

디지털 공간에서 올바른 시민으로 산다는 건 노력을 요한다. ‘안전하게 로그인·로그아웃’ 할 수 있는 능력은 개인과 사회 모두의 노력으로 배양된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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