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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집현 사업’을 제안한다
새 ‘집현 사업’을 제안한다
  • 최재목
  • 승인 2021.07.27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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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_ 최재목 논설위원 / 영남대 철학과 교수

 

최재목 논설위원

한 마디로 인재는 많고 할 일은 없다. 특히 인문학 계통은 박사학위를 받아도 일거리가 없다. 학령인구가 줄어 학과정원이 축소되고, 강좌가 줄어 강의 자리도 사라진다. 따라서 학문후속 세대 양성도 어려워지고 있다. 과거에는 ‘배워서 남 주나?’라며, 위기지학을 강조하였으나 배워서 남 줄 기회마저 없으니 애써 배우라 할 당위성도 상실되고 있다. 지역 사립대학의 경우 대학원 정원 채우기에 급급하다.더욱이 입학자의 대부분은 20~30대가 아닌 60~70대들이다. 물론 이런 경향은 그대로 의미가 있다. 다만 장기적 안목에서 젊은 학문후속세대 양성이 이대로 괜찮은가 라는 이의제기는 해볼 필요 있다. 

정년퇴임한 교수 자리를 속속 충원을 할 가능성도 희박해져, 강사료 인상에 의존하고 있는 박사학위소지 비정규직 교수의 전면 정규직화도 그렇게 희망적이지 않다. 이미 대학은 존립 자체에 경고등이 켜진 상태이며, 막스베버가 직업으로서의 학문에 희망이 없음을 지적한 대로 무작정 새벽이 오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 적극적으로 창의적 모색을 해볼 때이다.   

이에 정부가 중심이 되어 각 대학 측과 협력하여 고급 인력(=인재)을 총체적으로 활용하는 이른바 ‘신 집현(集賢) 사업’에 주목해보면 어떨까 한다. 아래에 그 구상을 정리해본다. 

첫째,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언어의 인문・사회・예술(이하 ‘인문예술’) 주요 학술자료를 20년 이상의 계획 하에 완역하는 사업을 구상해보자. ‘인문예술’ 분야의 비정규직 교수들은 주로 강사료에 의존하며 대부분 최저 임금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학문 경영의 형식을 그만두고, 현재의 비정규직 교수를 모든 대학의 해당 연구소에 절차를 거쳐 유급연구원으로 소속시켜 각 분야의 미번역 자료를 총괄 완역을 담당하도록 하면 좋겠다. 이들 연구원에게는 대학과 정부가 협력하여 매달 200만 원 이상의 급여를 지불하여, 장기적으로 번역사업에 몰두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물론 그 결과물을 대중적으로 알리거나 학계에 보고하고, 일부 강의할 수 있는 통로는 열어두어야 한다. 주요 기관[전국대학협의회+비정규직교수+정부(교육부)+한국연구재단 등]의 책임자는 내년 대선 전에 머리를 맞대고 재원 마련 등을 논의했으면 한다.

둘째, 지구상의 모든 언어의 ‘인문예술’ 주요 학술자료를 총괄 번역하여 세계 속의 최고 문화 강국을 이룩하여 그간의 학술 후진성과 외세 의존성을 극복해내자. 세계 주요 학술서의 완전 한글화 작업은 우리의 ‘인문예술’ 학술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이른바 코페르니쿠스적 전회를 가져올 것이다. 

셋째, 이로 인해 매년 이루어지는 지난한 소모적인 강사료 협상의 에너지를 새로운 사업으로 승화시켜 갈 수 있고, 우리 사회의 고급인력을 대승적으로 포용하여 발전적으로 대학 및 국가와 상생하는 길을 열 수 있다. 이미 집행되고 있는, 다양한 국가적 학술사업의 재원을 재조정하여 집중투자 한다면 적은 돈으로 위대한 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업의 구상은 조선 세종 때 궁중에 설치한 학문 연구기관 집현전(集賢殿)의 ‘집현’에서 얻었으나, 현 대학 및 대학원의 사정 나아가 지역대학들이 처한 상황 등을 총괄 고려한 것이다. 앞으로 <교수신문>이 주축이 되어 비정규직 교수 등과 협력하여 소박한 이 아이디어의 초안을 잘 다듬어주었으면 한다.

최재목 논설위원
영남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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