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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보통사람의 집’은 어떤 변천사 거쳤나
대한민국 ‘보통사람의 집’은 어떤 변천사 거쳤나
  • 정민기
  • 승인 2021.08.03 0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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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수집에 30년, 분석하는 데 10년, 집필에만 6년
대한민국의 40여가지 주택 유형의 역사를 새로 쓰다

근대화 이후 한국 건축사는 무서운 속도로 변해왔다. 그와 함께 주택의 형태 역시 다양해졌다. ‘00주택’이라고 불리는 이름이 자그마치 100여 가지가 된다. 박철수 서울시립대 교수(건축학부)는 30년 정도 수집한 자료를 기반으로 한국 근현대사에서 들여다볼 만한 주택 유형 40여 종을 골라 『한국주택 유전자1·2』을 냈다.

박 교수는 서울시립대에서 박사까지 했다. 1991년부터 12년간 대한주택공사 주택연구소에서 연구위원으로 일하다가 2002년에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가 됐다. 『아파트의 문화사』(살림, 2006), 『아파트와 바꾼 집』(공저, 동녘, 2011) 등을 썼다. 지난달 23일 서울시립대에서 박 교수를 만났다.

박철수 서울시립대 교수가 캠퍼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 교수는 한국 주택사의 계보를 정립하기 위해 30년 동안 자료를 모으고, 10년 간 분석한 다음, 6년 동안 집필해 책을 냈다. 사진=정민기 기자
박철수 서울시립대 교수가 캠퍼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 교수는 한국 주택사의 계보를 정립하기 위해 30년 동안 자료를 모으고, 10년 간 분석한 다음, 6년 동안 집필해 책을 냈다. 사진=정민기 기자

△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나 자신을 향한 부끄러움에서 시작했다. 서울시립대에 오기 전에 LH의 전 모델인 대한주택공사 주택연구소에서 연구위원으로 12년간 일했다. 그리고 서울시립대에 주거학을 전공으로 교수가 된 거다. 그런데 그때 당시 한국에 00주택이라고 이름 붙여진 게 100가지 정도 됐는데 나는 그중 절반밖에 몰랐다. 주거론을 연구하는 입장에서 주택 유형을 잘 모르는 것이 부끄러움이었다. 그래서 한국 주택사를 서술하는 하나의 계보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 집필 과정은 얼마나 걸렸는지.
“대한주택공사 시절부터 자료를 모았으니 거의 30년간 자료를 모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자료의 중요도와 기록물로서의 유효성은 살피는 과정이 또 10년 걸렸다. 그리고 글을 쓰는 데만 6년이 걸렸다.”

△ 일반적인 건축 책과는 달리 ‘보통사람의 집’에 주목한 것이 인상적이다.
“한국 건축사를 개괄할 때 보통사람의 주거사가 매우 취약하다. 역사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데, 조선왕조실록과 같은 통치 계급의 역사는 매우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는 반면, 일반 백성들은 어떻게 살았는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역사란 승리한 사람들의 기록물이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 건축사의 빈틈, 즉 보통사람의 집의 역사를 메우고 싶었다.”

△ 계보를 완성하는 데 성공했나.
“연구를 진행하다 보니 주택이라는 다차원적인 속성을 단일한 유전자의 조합으로 설명하는 게 무리한 시도라는 걸 깨달았다. A라는 유형이 B와 만나서 C가 됐다는 설명은 건축에서 명료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건축은 욕망을 드러낸다. 집을 지을 때 각자의 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는 로망 같은 것들이 분출된다. 따라서 건축은 기억의 공간 속에 내용이 저장되어 있다가 세대를 건너뛰어서 발현되기도 한다. 아치 모양이 대표적이다. 돌로 건물을 지었던 서구의 건축양식이 자신의 기억 속에 내재되어 있다가 맥락도 없이 건축과정에서 적용되는 것이다. 주택에 화려한 돌난간도 마찬가지다 과거 서유럽 귀족 계층이 사용하던 빌라는 시각적으로 캐치한 다음 시멘트로 지은 것이다. 이렇게 건축은 수십 년 동안 기억의 공간 속에 있다가 변형된 형태로 발현되기도 한다. 건축의 이러한 복잡성은 주택 형태를 유전자라는 분석적인 방법으로 살펴보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추가적인 연구는 후학들에게 넘겨주려고 한다.”

△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의의는 무엇인가.
“자료를 정리하고 선별해서 후학들에게 넘겨준 것이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나는 한자, 일본어, 영어, 한국어를 모두 읽을 줄 아는 마지막 세대다. 주택사와 관련된 자료는 대부분 관공서에서 만든 자료다. 이런 자료를 국가가 나서서 데이터베이스화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런 자료는 건축사, 특히 일반인들의 주거사를 살펴보는데 아주 중요하다. 이번 연구는 이런 자료들을 학문후속세대가 보기 편하게 번역하고 정리한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 우리나라의 아파트 구조는 어떻게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대한민국 아파트 평면은 1951년 일본에서 들어온 것이다. 결혼한 단순 핵가족을 전제로 설계됐다. 그런데 요즘 들어 이 구조의 유효성에 대해 의문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대부분의 영상 시청을 자기 방 침대에서 하는데, 굳이 거실에 TV를 놓아야 할까. 온 가족이 식탁에서 함께 밥을 먹는 경우가 매우 드문데 식탁은 4인용을 크게 두어야 할까. 이런 고민들이 새로운 건축 형태를 만들어낼 것이다. 예를 들면 어떤 재건축 아파트에는 공동식당이 있다. 집에서 요리를 할 시간과 여력이 없는 가족은 공동식당에서 간편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면 집 안에 부엌과 식탁이 놓여야 할 자리에 다른 가구들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아파트 구조를 만들 수 있다.”

△ 10년 전에 주택으로 이사를 갔다고 들었다.
“항상 아파트에 살면서 ‘이곳은 나의 최종 거처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파트에 살면 어딘가 붕 떠 있는 느낌이 들고 ‘여기에 내 뼈를 묻어야겠다’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또 아파트값에 너무 연연하는 삶이 싫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고 용인에 집을 지었다. 꿈을 과감하게 실천한 거다. 그런데 내가 옛날에 살던 아파트값이 엄청나게 올랐다. 지금 생각하면 배가 아프기도 하지만, 내 인생의 최종 거처를 가졌다는 마음이 그 배 아픔을 상쇄하는 것 같다.”

정민기 기자 bonsens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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