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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사는 길
대학이 사는 길
  • 강신철
  • 승인 2021.08.02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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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_ 강신철 논설위원 / 한남대 경영정보학과 교수·대학정책연구소장

 

강신철 논설위원/한남대

등록금 동결과 학령인구 감소는 어느 대학에나 똑같이 주어진 환경으로, 대학으로서는 피할 수 없는 위협요인이다. 이제 대학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기존의 교육방식을 고수하면서 자연스럽게 퇴출되기를 기다릴 것이냐, 아니면 새로운 교육 수요를 창출하여 대학교육시스템을 확대 재생산할 것이냐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대학의 거버넌스를 바로잡기 위해 사립학교법과 고등교육법을 개정하고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신설하여 국가가 대학 교육의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주장에는 한 가지 전제가 빠져있다. 대학이 스스로 사회에서 요구하는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역량이 있느냐가 전제되어야 그런 교육정책은 의미가 있다. 교육부가 무계획하게 대학을 난립시켜놓고 이제 와서 구조조정의 칼날을 들이댄다고 비난해보았자 소용없다. 사회가 요구하는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능력이 없는 대학들을 그저 교직원의 직장을 유지시켜주고 학생들의 모교를 남겨두기 위해 혈세를 낭비해야 하는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대학들은 그 존재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크게 두 가지 혁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첫째, 교수들이 가르칠 수 있는 과목을 가르치려고 하지 말고,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하기 위해 배우고 싶어 하는 과목을 가르쳐야 한다. 즉 실질학습시스템(Authentic Learning System)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대학교육의 대상을 19~26세의 좁은 연령대에 국한시키지 말고 성인 전 연령대로 확대하여 평생교육시스템(Lifelong Education System)을 구축해야 한다.   

실질학습시스템을 구축하려면 학생들이 실제 사회현장에서 요구하는 문제해결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교과과정과 학점 체계를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은 교과과정을 마친 후 자신들의 역량이나 자격 혹은 결과물이 사회에서 요구하는 수준을 보장할 수 있는지 교수들에게 묻고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평가도 교수뿐만 아니라 현장 실무자가 함께 해야 한다. 최근 캡스톤 디자인 과목이 대학마다 개설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실질학습의 요건을 맞추기에는 태부족이다.

대부분의 전공과목은 다학제간 융복합적 사고를 지향하고 한 학기 동안 자기 전공분야의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형 수업이 보편적인 교수학습법이 되어야 하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시간만큼 학점을 부여하는 유연 학점체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여러 교육 선진국들은 이미 평생교육시스템으로 급격히 전환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학의 우수한 교육자원을 특정 연령대의 교육에만 국한시키는 것은 사회적 낭비이다. 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전 생애에 걸쳐 자신의 역량을 개발하기 위한 평생학습과정을 관리해준다면 학생들은 굳이 4년 동안 학점을 채우고 졸업하면 그만이라는 개념에서 탈피하여 대학을 평생 학습기관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대학은 학생들이 취업을 하고 난 뒤에도 대학에서 자신의 업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을 평생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대학에 진입장벽이 없고, 원하는 교육을 언제든지 받을 수 있다면 대학은 자연스럽게 학생들의 평생 배움터로 인식될 것이다.

더 이상 대학의 위기를 외적 요인에서만 원인을 찾지 말고 대학 스스로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교육혁신 노력을 기울여 현명하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강신철 논설위원
한남대 경영정보학과 교수·대학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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