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04:35 (토)
‘그러라 그래’, ‘그래, 그럴 수 있어’…양희은을 만나다
‘그러라 그래’, ‘그래, 그럴 수 있어’…양희은을 만나다
  • 김재호
  • 승인 2021.07.30 16: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화제의 책_『그러라 그래』 양희은 지음 | 김영사 | 244쪽

‘양희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바로 「아침이슬」(1971)이다. 거리에서 많이 불렀던 이 노래는 전국민이 사랑한다. 양희은은 만 18살에 이 노래를 음반으로 냈다. 작사, 작곡가인 김민가의 허락 하에 말이다. 「아침이슬」은 건전가요로 선정됐다가 나중엔 금지가요가 됐다. 그 이유는 그 당시 민주화열기 속에서 울려퍼진 죄가 아닐까. 

또한 기자가 좋아하는 양희은의 노래는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1991)이다. 양희은 가수다. 그런데 양희은은 친구 같은 라디오DJ이기도 하다. 이번엔 그가 에세이집을 내며 작가로 나섰다. 가수 아이유와 이적이 추천의 말을 써준 책이 바로 『그러라 그래』이다.  

객석이 그립다는 양희은. 종종 방송을 통해 본 양희은은 당찬 여성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할 수 있는 말, 해야 하는 말은 꼭 하는 양희은이다. 똑 부러진 성격이 마치 대나무 같다. 양희은은 노래 대신 책으로 독자에게 안부를 전했다. 책의 첫 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인생이 내게 베푼 모든 실패와 어려움, / 내가 한 실수와 결례, / 철없었던 시행착오도 다 고맙습니다. / 그 덕에 마음자리가 조금 넓어졌으니까요. / 무대에서 뵐 때까지 제발 강건히 버텨주세요.”

책의 제목 ‘그러라 그래’가 참 와닿는다. 우리는 왜 그렇게 남들을 신경쓰는지 모르겠다. 다른 이들의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게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이라고 하지만, 타인은 타인일 뿐이다. 양희인은 나이를 먹어가며 이제 좀 그런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라 그래’와 더불어 ‘그래, 그럴 수 있어’라고 되뇌며 말이다. 

각자 본인 속도에 맞춰서 임해야 한다

나이 들어감에 익숙해지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양희은. 다음 한 문장이 가슴에 와닿는다. “각자 본인 속도에 맞춰서 임해야 한다.” 나도 그렇다. 젊은 날 욕망과 철없음으로 도전했던 많은 것들이 이제와 생각해보면 무모한 것들도 있었다. 언젠간 다 놓아줄 것들인데도 말이다. 

양희은은 아이가 없다. 어찌어찌 살다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양희은은 젊은 날 암에 걸리면서 친구 한 두 명이면 족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물에 빠져 죽게 되었을 때,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단 한 사람만 있다면. 그 삶은 성공한 삶이리라. 

여러 에세이들 중 생각을 바꾸게 해준 글이 있다. 바로 ‘여자라고 주례 서지 말라는 법 있나’이다. 생각해보니 주례는 언제나 남자가 맡았던 것 같다. ‘주례=남자’라는 공식이 나도 모르게 편견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이런 편견을 깨기 위해 양희은은 기꺼이 주례를 맡았다. 배우 오지혜와의 오랜 인연도 한몫했다. 

『그러라 그래』는 전국민이 다 아는 양희은의 이야기라기보단 한 평범한 할머니의 일상처럼 잔잔하고 가깝게 느껴진다. 노래를 하고, 라디오 DJ를 하는 양희은의 일상과 단상으로 내 하루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