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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위기와 과학기술
인류의 위기와 과학기술
  • 이중원
  • 승인 2021.08.20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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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_ 이중원 논설위원 / 서울시립대 철학과 교수

 

이중원 논설위원

21세기의 과학기술문명은 그 이전 세기와 비교해 볼 때 패러다임적 전환을 이루고 있다. 그 바탕에는 20세기 말에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생명공학기술, 나노기술, 정보통신기술, 인공지능기술, 로봇기술 등이 있다. 이들이 생산해 낸 문명 이기들의 엄청난 유용성은, 인간의 삶의 양식은 물론이고 인간이 인간·사회·자연과 맺는 관계들과 심지어 인간의 정체성까지 근본적으로 흔들고 바꾸고 있다. 

생명공학기술은 이미 유전정보를 단순히 ‘읽는’(read) 단계를 뛰어넘어, 이를 조작하여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쓰는’(write) 단계로 진입하였고, 정교한 유전자가위 기술의 발달로 생명체의 편집 또한 가능하게 되었다. 나노기술은 미세공정을 통해 기존 물질의 새로운 기능을 창출하거나 기존에 없던 신물질을 개발하는 등 물질의 혁명을 일으키고 있고, 생명공학과의 접목을 통해 인공세포나 나노 의약품의 제조, 인간과 기계가 결합한 사이보그의 개발 등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는 인간의 능력증강을 가능케 함으로써, 인간의 탈인간화라는 윤리적 문제와 그에 수반하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또한 정보통신기술과 인공지능(로봇)기술에 기반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사회 패러다임뿐 아니라 인간의 정체성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특히 빅데이터의 활용과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 사이의 긴장과 갈등, 자율성을 지닌 인공지능(로봇)의 개발에 따른 인간 자율성의 약화와 위험의 증가, 인간의 기계화 경향과 기계의 인간화 경향이 빚어낼 인간과 기계의 탈경계와 그에 따른 휴머니즘에 대한 성찰, 인공지능(로봇)과 인간이 공존하기 위한 새로운 사회적·윤리적 담론의 구축과 같은 윤리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들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과학기술의 힘과 영향력이 커질수록 그로 인해 우리에게 제공되는 혜택이 증가할수록, 동전의 양면처럼 그것의 부작용과 위험성도 함께 증대하는 위험사회적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과학기술이 진정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21세기에 들어와 미국이나 유럽 등 과학기술 선진국에선 과학기술의 발전이 경제성장에 지나치게 치우치지 않고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미래 사회를 위한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20세기에 추진됐던 과학기술의 개발 및 이의 산업화를 통한 경제적 이윤의 극대화 전략이, 다양한 사회문제들을 양산하고 지구 온난화와 기후 재앙과 같은 전지구적 문제를 초래함으로써, 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또한 공공의 이익을 증진시키고 사회문제를 해결하며 인류의 공동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방향으로 과학기술을 개발하여 활용하는 것이 책임 있는 사회발전과 미래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과학기술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최근에 와서야 이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과학기술기반 사회문제해결 종합실천계획’의 수립(2013년 12월, 범부처)이라든가, 윤리적·사회적 문제를 고려한 ICT R&D 혁신 전략인 ‘I-KOREA 4.0(2018년 1월)’의 수립 등이 그 좋은 예다. 하지만 그 관심은 여전히 특정의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화된 과학기술 문제에 국한돼 있다. 21세기 과학기술문명이 보편적으로 야기하는 윤리적이고 사회적인 문제 일반에 대한 성찰과 그에 따른 과학기술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논의는 여전히 미흡하다. 공론화와 함께 그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 지원이 필요하다.

이중원 논설위원
서울시립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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