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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변화에 순발력 있는 ‘자율성’ 키워야…역시 기본이 중요”
“사회변화에 순발력 있는 ‘자율성’ 키워야…역시 기본이 중요”
  • 정민기
  • 승인 2021.08.20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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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양기초교육원, 개원 10주년 심포지엄… ‘뉴노멀 시대, 대학의 과제’ 라운드테이블1
한국교양기초교육원 1부 토론의 장면. 사진=줌(ZOOM) 화면 캡쳐
한국교양기초교육원 1부 토론의 장면. 사진=줌(ZOOM) 화면 캡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부설 한국교양기초교육원(이하 교기원)이 개원 10주년을 맞아 ‘대학교육의 미래’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20일 열었다. 

이번 심포지엄은 전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코로나19와 현실로 다가온 4차 산업혁명 상황에서, 대학 교양교육의 본질적 가치와 중요성을 공유하고 새로운 비전을 논하기 위해 마련됐다. 

‘뉴노멀 시대의 고등교육의 방향’을 주제로 첫 번째 토론이 진행됐다. 김응권 한라대 총장, 박형주 아주대 총장, 송호근 포항공대 석좌교수, 박정호 중앙일보 논설위원, 유진녕 앤젤식스플러스 대표(전LG화학 사장)가 참석했고, 유홍준 성균관대 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앞으로 10년 후에 국내 대학 중 얼마나 살아남을 것인가.

김응권 한라대 총장 “너무 어려운 질문이지만 답해보겠다. 먼저 학생 수를 봐야 할 것이다. 학령인구수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계산해보면 2030년에는 3만9천 명의 미충원이 발생할 것으로 나온다. 약 110개 대학 정원에 해당하는 인원이다. 이 상황이 계속되면 대학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다. 그 중 살아남는 대학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하이브리드 교육을 잘 하는 대학일 것이다.”

박형주 아주대 총장 “학령인구가 줄지 않은 미국도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즉, 대학이 맞는 미충원 위기는 전세계적 현상이다. 대학 진학률이 줄어드는 이유는 대학이 아닌 곳에서도 지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 대학만이 제공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

송호근 포항공대 석좌교수 “지금까지는 교육에 대한 보상률이 높아서 교육열 역시 높았다. 그러나 지금은 교육에 대한 보상률이 낮아지면서 대체 교육을 찾는 것이다. 10년 후에는 소수의 명문대와 국립대만 살아남을 것이다. 전문대는 평생 직업을 교육할 수 있는 커뮤니티 칼리지로 존속할 것이다. 정부가 부실 대학의 재단들에게 출구를 만들어주면 급격히 대학 수가 줄어들 것이다.”

△ 대학 학위가 무력화되면서 진학률이 어느 정도 떨어질 것이라고 보는가.

송호근 포항공대 석좌교수 “학력주의가 급격하게 물러가고 있다. 포스코 현장직 교육을 가보면, 100명 중 10명은 대학 졸업자, 90명은 고등학교 졸업생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공고 학생들이 받는 교육을 받고 들어오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앞으로 대학 진학률은 OECD 평균이나 50% 정도까지 떨어질 것이다.”

△ 한국 대학의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인가.

박정호 중앙일보 논설위원 “대학을 졸업한 지 40년 가까이 됐다. 그런데 기자가 되기 위해 대학에서 배운 게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캠퍼스의 분위기, 학생들, 교수님들과의 소통이었다. 대학은 타인과의 공감을 키울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이후 대학은 온라인 교육을 하면서 타인과 연대 기회를 제공하지 못했다. 대학은 2년 동안 공백에 있던 학생들을 어떻게 연대, 공감 같은 것들을 제공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유진녕 앤젤식스플러스 대표(전LG화학사장) “기업의 관점에서 대학에 하고 싶은 말씀을 드리겠다. 대학의 도전과제는 대학의 자율성을 키우는 것이라고 본다. 사회 변화에 순발력 있게 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기업의 관점에서 교수님들의 경험을 살펴보면 기업이나 조직에서 경험을 가진 경우가 드물다. 따라서 이론에 치우쳐져있다. 이론이 기업에서 어떻게 응용되는지 체감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어떤 이론을 배우면 실제 실무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경험한 교수님들이 많다면 학생들이 실무 경험에 빨리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은 대학이 기본을 잘 가르치기를 바란다. 그런데 최근 전공필수가 없어진 과가 많다. 이건 큰 문제라고 본다. 현실적으로 기업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인재를 대학에서 배출하는 것은 무리다. 다만, 특정 학과에서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는 전공필수 정도는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학생도 기회가 많아지고, 기업도 추가 교육을 통해 필요한 인력으로 만들 수 있다. 
융합교육을 하다 보면 한 과목도 깊이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기본은 충실하게 잘 가르치고, 교양을 통해 협업의 사실을 잘 인지시켜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가르치는 방식도 케이스 스터디(case study) 방식의 토론·체험 중심으로 가야 할 것이다.”

△ 미래 사회가 필요로 하는 대학의 역할은 무엇인가.

송호근 포항공대 석좌교수 “한국대학의 대부분은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이것 때문에 대학은 새로운 시도를 못한다. 또한, 총장의 비전을 실행할 수 있는 권력 구조가 아니다. 대학은 교수들의 왕국이다. 이 왕국을 개방하지 않으면 변화가 어렵다. 20세기는 대학이 문명을 끌고 갔다. 21세기에 와서는 대학이 질주하는 문명에 맞추는 수동적인 존재로 바뀌었다. 21세기는 기업과 자본이 이끌고 있다.”

김응권 한라대 총장 “대학이 교수들의 왕국이라는 말씀에 공감한다. 재정난 역시 큰 도전이다. 그러나 이런 위기의 시기일수록 대학의 새로운 자세와 각오가 필요하다고 본다. 교수의 채용, 정년 제도 역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박형주 아주대 총장 “대학만이 가지고 있는 역할은 ‘우연한 조우’라고 본다. 교육, 봉사, 연구라는 대학의 3대 역할은 대학이 아닌 곳에서도 수행할 수 있다. 대학에 와서 우연히 다른 분야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나눈 대화가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미래 대학은 이러한 우연한 조우가 더 잘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주대 졸업생의 취업을 주제로 빅데이터 분석을 해보니 ‘비교과 활동’을 많이 한 학생이 취업률이 훨씬 높았다. 이런 사실은 그동안 대학이 몰랐던 사실이다. 교육, 봉사, 연구 이외에도 대학에서만 가능한 활동에 대한 생각이 필요하다.”

 

정민기 기자 bonsens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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