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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공과대, 더 무너지기 전에 뭘 해야 할까
지방 공과대, 더 무너지기 전에 뭘 해야 할까
  • 양승훈
  • 승인 2021.08.31 0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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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사각지대를 비추다 ⑥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제조업 구조조정과 수도권으로 옮겨간 연구시설이라는 이중고
지역 공과대 교육을 부근 생산현장의 제조 역량과 연결해 극복

최근 ‘LNG 특화 생산설계교육생 모집’ 공고를 본 적이 있다. 2개월 동안 AM·TTM·Smart 3D 등 CAD(컴퓨터 보조 설계)를 배우면 취업이 된다는 것.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3사가 LNG선을 많이 수주하고 있으니 설계 수요가 많을 것이고, 생산설계를 익히면 취업 전망이 좋아질 것이라는 전제에서 나온 사업이리라. 

생산직 노동자가 용접을 하거나 조립을 할 수 있도록 직접 볼 수 있는 도면을 만들어 내는 생산설계는 최근 외주화가 빈번해 지고 있다. 생산설계의 선행 설계인 기본설계나 상세설계를 엔지니어가 수행하면 도면과 기술문서가 나오는데, 이러한 생산설계교육을 마친 설계자들은 도면은 그릴 수 있지만 사양이나 규정, 표준(ISO 등) 고려사항을 기술한 기술문서는 만들 수가 없다. 엔지니어보다는 디자이너를 만들어 내는 교육과정이다. 요컨대 2개월의 교육을 마치면, 교육생들에게는 ‘설계사무소’의 직원이 되어 물량이 많아질 때 과로하고, 물량이 줄어들면 해고의 위협에 놓이는 하청 노동자가 되기 쉽다.

지방대 위기 속에서, 지방 이공대 역시 위기다. 양승훈 경남대 교수는 ‘지역 맞춤형 공학교육’으로 위기를 극복하자고 제언한다. 사진=픽사베이 

제조업의 공간분업은 심화 되고 있고 이는 공과대학 졸업생들의 취업전망과 연결된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지방 사립대나 지방 전문대학 출신들은 공채로 채용되지 않아도 그럭저럭 다양한 방식의 전형으로 대기업에 입사할 수 있었다. 제조업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화학공업의 생산 기지가 영남(구미 등 경북, 부산·울산·경남)이나 남해안(여수, 광양)에 있으므로 지역 거점국립대가 아니더라도, 산업도시가 위치한 권역의 공과대학 출신들은 취업 전망이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2015년을 전후로 한 제조업 구조조정 여파가 자동차, 조선업, 건설기계업 등 전통적인 중후장대산업들의 설계 및 생산관리 엔지니어에 대한 인력 수요를 줄였다. 같은 시점 ‘인재’에 대한 기업들의 강박적 집착은 수도권으로 엔지니어링 센터(설계 센터)나 연구개발센터를 짓는 결정을 유도했다. 여기까지가 ‘구상과 실행의 공간분업’이 심화한 것이라면, 최근에는 2019년 SK 하이닉스 용인공장 신축 등 제조 대기업들이 ‘실행’ 기능(제조)마저 수도권으로 향하는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수도권으로 공장마저 이전할 때 지방대 공대생들의 일자리는 ‘N차 하청업체’나 ‘외주 설계업체’, 그리고 영세 중소기업이 되고 만다.

지방대 공대생들은 하청·외주업체로 전락할 수 있어

취업 전망이 나빠지자, 인재들이 지역의 공과대학을 기피하거나 교육과정을 따라갈 동기부여를 잃게 되고, 결과적으로 지역 내 평판이 나빠져서 다시금 더 좋은 기업으로의 취업 전망이 더 나빠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기 일쑤다. 2021년 입시 이후 전망을 고려하건대, 지방의 사립대학은 ‘추가모집’을 통해 신입생을 충원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상황에서 대학에서 최소 역량을 갖춘 신입생을 기대하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어렵게’ 가르치는 전공들은 인문사회계열의 학과처럼 폐과 위기에 놓이기도 한다. 자연스레 공학교육의 수준 역시도 ‘쉽게’ 가르치는 것에만 주안점을 되고 필요한 과정을 버려두게 되기 일쑤다. 예컨대 현업에서 필요한 수리적 역량, 역학적 역량 등을 서울의 대학 수준으로 학생들이 익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많은 공학지식은 습득의 방법론에 있어 일을 수행하면서 익히는 것이 중요하지만, 방법론적 혁신이 내용적 결손을 대체하기는 어렵다.

즉 인문사회계열뿐만 아니라 공과대학도 ‘벚꽃이 지는 순서대로’ 문 닫는 것에 대한 고민을 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몇 가지 제언을 해보고자 한다. 핵심은 어느 지점에서든 공학교육의 질적 수준 저하를 막아내야 한다는 거다. 지방 사립대로 올수록, ‘자기주도학습’과 ‘핸즈 온’ 접근 등 손쉽게 공학을 최소수준에서 재미 붙이게 하는 교육과정 개발은 잘 되어 있다. 좋은 방법론이 있지만, 4년의 기간이 기초부터 대기업 등이 공개채용에서 바라는 수준이나 기술창업을 하기 위한 유의미한 수준까지 역량을 끌어올릴 기간이 부족한 게 문제다. 

학사와 석사 부문을 통합하여 석사 1년여를 현업과의 프로젝트를 통해 취업 전망을 타진할 수 있는 취업 석사 과정을 개설하는 게 어떤가 한다. 그 1년여를 현업 엔지니어들이 직접 강의하는 과정으로 고안할 수도 있을 것이다. USG(경상남도지역혁신플랫폼의 인재 양성 교육 시스템) 등의 공유대학 플랫폼을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공학 인재 양성의 관점을 생산현장의 제조 역량과 연결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수십 년의 제조업 운영을 통해 축적한 독특한 지역 산업의 축적된 노하우이자 암묵지인 제조 역량에 대한 보완과 혁신의 계기로서 지역의 공학교육을 다시금 살펴보는 계기가 필요해 보인다. 

공학이 표준적이며 보편적인 것으로 비칠 수 있지만, 수많은 계약학과와 지역 맞춤형 일자리 사업의 사례들을 보면 고유한 ‘지역 맞춤형 공학교육’도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엔지니어는 주어진 공학적 문제들을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인력, 기계, 소재, 방법론을 동원해 해결하는 사람들이다. 더 무너지기 전에 지역의 맥락들을 고려한 특화된 공학교육에 대한 엔지니어링을 수행할 때다.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학부에서 정치학, 대학원에서 문화인류학을 공부했다. 대우조선해양에서 5년간 회사 생활을 했다.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 산업도시 거제, 빛과 그림자』로 ‘제21회 2020 한국사회학회 학술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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