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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 사상사적 대면이 필요하다
한중관계, 사상사적 대면이 필요하다
  • 백원담
  • 승인 2021.09.02 0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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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다_『1919와 1949』 백원담, 백승욱, 왕후이, 백지운, 옥창준, 이일영 지음 | 진인진 | 286쪽

한국·중국이 추동해온 국가주의와 성장주의 발전모델
상호 근현대사 제대로 이해하고 새로운 지평 열어야

한국과 중국의 근현대 100년을 돌이켜보면 서구와 일본 제국주의의 침탈에 반제국주의 민족해방운동으로 대응해온 공통의 역사적 경험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그 실제는 식민지와 반식민지, 해방과 혁명이라는 차이가 두드러지고, 그 이후는 내전과 열전에 의한 다른 분단과  적대라는 불행한 관계상을 이루어왔다. 그리고 사회주의 중국이 스스로 자본주의의 경계 안으로 진입,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의 결탁과 의존 속에서 엄청난 경제발전을 이루었고, 그러한 자본의 전지구적 지역화의 파고 속에서 한국과 중국은 수교와 경제협력 등으로 교융하면서 바야흐로 신형대국관계를 이루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21세기 접어들어 한국과 중국은 더 이상 자본주의적 근대 전개의 자명한 피해양상이 아니라 이 세계체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구성성분이자, 주축세력이 되었다. 그리고 중국의 대국굴기에 따른 세계 지배체제의 변화국면 속에서 경제무역, 군사안보, 문화문제, 역사문제 등 갈등양상이 두드러짐으로써 한중 간의 새로운 관계설정을 요구받고 있다. 

한국은 중국과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지만 미국과의 강력한 동맹관계로 인해 현실주의적 대응조차 쉽지 않다. 그리고 민간사회에서도 사드배치로 인한 중국의 경제제재 이후 혐한·혐중현상이 점증하고 있다. 그러나 근래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팽배한 반중정서는 중국 당국가(黨國) 체제가 야기한 측면이 크다는 것이 문제적이다. 

시진핑주석은 최근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화상연설을 통해 다자주의와 인류운명공동체를 재차 천명했다. 그리고 중국 공산당 100주년을 맞아 탈빈곤과 소강사회 실현을 선언하며,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과 함께 공동부유(共同富裕)의 기치를 표명, 기업 규제와 노동권 강화, 사교육·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방역 성공에도 불구하고 중국 국내에서의 언론통제와 노동운동탄압, 신장문제 등은 중국의 당-국가체제의 정치역량과 한계를 노정하였다. 또한 홍콩에 대한 국가보안법과 선거법 개정 문제와 대만에 대한 무력통합 의지표명으로 일국양제 정치실험의 한계는 자명해보인다. 한편 유라시아 경제협력네트워크로서의 일대일로는 해당국이 부채함정에 빠지고, 기후변화를 무시한 과도한 개발문제 등 우려가 크며, 늑대전사외교(战狼外交), 미얀마 사태에 대한 모호한 대응 등으로 반중정서는 격화일로에 있다. 미중무역전쟁과 군사안보긴장에 대한 중국 당국의 미숙하고 강권적인 대응은 팍스 시니카(Pax Sinica)가 미국의 패권적 세계지배와는 다원평등의 세계가 아니라 또다른 헤게몬의 등장에 다름아님을 각인시키는 듯하다. 

그러나 한중관계는 한국 젊은이들의 반중정서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 바, 이데올로기나 담론, 언어로 설명될 수 없는 각기 신체에 각인된 장구한 관계성의 역사적 정동(情動)을 반추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한국과 중국이 추동해온 국가주의와 성장주의 발전모델로 인해 배태된 관계의 교착국면들을 (동)아시아적 근대의 굴절이라는 긴 시간성 속에서 성찰해보아야 할 것이다. 한국과 중국 양국이 타율적 근대 극복과 ‘반근대성적 근대’ 기획의 기점으로 상정한 3·1운동과 5·4운동으로 돌아가 그로부터 근대역정을 통찰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3·1운동과 중국의 5·4 운동 100주년을 맞아 한국과 중국은 국가 주도로 그리고 지식문화계에서 한 세기의 역사를 다시쓰기 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그렇다면 그 국가 주도의 ‘국사 다시쓰기’와 지식계에서의 ‘역사 다시 쓰기’의 함의는 무엇인가. 

신체에 각인된 장구한 관계성과 역사적 감정

이 책은 한국의 3·1운동 100주년과 중국의 5·4운동 100주년, 임시정부 100주년과 중화인민공화국 건설 70주년이라는 한 세기 혹은 70년의 시간성을 반근대적 근대성의 기획의 역상(逆像)이자 동보성(同步性)을 문제화하여 양국의 경합과 절합의 관계동력이 아시아와 세계의 전후체제 전환에 어떻게 작동해왔으며 향후 전환 동력 형성에 주목하고자 하였다. 

제1부에서는 191년 3·1운동과 5·4 운동에 대한 한국과 중국에서의 역사다시쓰기 문제를 쟁론적으로 접근한다. 그리고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설이 갖는 함의를 일국적 맥락이 아닌 한반도와의 관계성 나아가 아시아와 세계에서 찾아보고자 신중국의 한국전쟁 참전, 곧 항미원조전쟁(抗美援朝戰爭)을 논의한다. 

제2부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전후 아시아의 세계적 냉전체제로의 편입과정에 대해 그것이 일방적 편제가 아니라 탈식민과 탈냉전의 기획을 중층적으로 가시화한다는 점에서 그 역정의 정면과 반면을 논구한다. 그리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문제를 그것을 추동해온 사상적 기초들에 주안하여 관계성의 중층적 맥락들을 짚어내는 논의 또한 포함한다. 

역사 다시 쓰기란 단지 역사의 연대기적 기술로 공허하고 동질적인 시간의 반복적 기술이 아니라 과거 어떤 정점의 순간을 상잡아 역사를 거슬러 솔질을 하고 새로운 도정을 추동하는 사상사적 준비과정이다. 따라서 국가 주도의 국사가 아니라 복수성의 정치가 구현되는 담론장의 역사적 구성과 탈경계적 재맥락화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식민-냉전-전지구화의 모순이 중첩되는 아시아에서 하나의 역사적 사태라도 모순의 중층성을 담지하고 있으므로 그 문제의 실상을 드러내고 얽힌 실타래를 함께 풀어나갈 수 있는 인터 코리아, 인터 차이나, 인터 아시아의 관계적 시좌의 긴요함을 촉구한다. 

최근 중국 비판적 지식계의 대표론자인 왕후이(汪暉)는 중국 정부의 코로나 방역 성공을 ‘인민전쟁의 승리로 의미화하면서 이를 이끈 공산당의 통치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그것을 중국 공산당의 인민성으로 성격지웠다. 이 책은 최근 중국의 국가와 사회에서 정치담론 혹은 정치사상담론들이 ‘중국 특색’의 예외성을 밝히는 방법으로 ‘중국다움의 과학화’를 도모하는 광포한 행보에 대한 쟁론적 성격이 강하다. 그것은 2019년 5.4 100주년을 전후로 중국 내에서 사상의 지평이 사라지고 모든 논의가 정치제도론으로 치환되고 수렴되는 사상적 곤경의 경관을 들여다보고 문제화하는 작업의 일환이다. 그러나 이는 중국의 대상화나 상황논리가 아니라 상호 근현대사의 역정에 대한 풍부한 이해와 그로부터 새로운 관계의 지평을 열어갈 사상사적 대면의 필요성에 대한 절감의 소산이다.  

 

 

백원담
성공회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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