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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턴 입학으로 증명된 전문대 교육의 저력
U턴 입학으로 증명된 전문대 교육의 저력
  • 정민기
  • 승인 2021.09.09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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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부족으로 늘어가는 U턴 입학... 경쟁률도 높아져

일반대학을 다니다가 중퇴하거나 졸업 후 전문대학으로 재입학하는 이른바 ‘U턴 입학’이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해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전문대 유턴입학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0학년도에 1만268명이 유턴입학에 지원했다. 전문대 유턴입학은 2016년 6천명대에서 매년 1천명 이상씩 늘어 올해 처음으로 1만명을 돌파했다. 지원자가 늘면서 경쟁률 역시 2016년 4.4대1에서 2020년 6.5대 1로 높아졌다.유턴입학한 사람들은 어떤 사연을 갖고있을까. 4명의 유턴입학자 사연을 모아봤다.

대구보건대 물리치료과에 재학 중인 배세환 씨(37세)는 서울대 체육교육과에서 석사까지 마쳤다. 학교를 다니면서 필드하키 선수로 활동하면서 플레잉 코치로도 선수들을 5년간 지도했다. 졸업 후에는 대학 교직원과 시간강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배씨는 체육 분야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위해 트레이닝 분야의 방대한 자료와 원서를 통해 개인적으로 공부에 매진했다. 하지만 실제 스포츠 현장에 나와보니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부상 이력과 통증이 모두 달라서 애를 먹었다. 운동 처방을 다르게 적용시켜 회복시키고 경기력을 향상 시키는 방법이 어려움과 동시에 한계에 부딪혔다.

일반대 체육분야에서 배우는 스포츠의학, 스포츠재활이 현장에서 적용하기 힘들다는 점도 문제였다. 반면 전문대에서 가르치는 물리치료학은 현장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기술을 중심으로 배울 뿐만 아니라, 국가공인 자격증을 딸 수 있다. 배 씨는 대구보건대를 졸업 후 스포츠재활센터를 개원해 선수들의 부상방지를 위해 재활을 돕고 기량을 올려주는 전문 트레이너가 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북전문대 물리치료과에 다니는 이유리 씨(29세)는 일반대학 졸업 후 항공사 전산센터에서 근무하다 전문대학에 U턴 입학했다. 

이 씨는 “일반대학에서 마케팅을 전공하고 백화점 매장관리를 했고 이후 항공사 전산센터에서 근무했다. 그 당시 직장을 다니던 중 허리통증이 심해 3개월 정도 집중치료를 받으며 ‘물리치료사’라는 직업을 알게 됐고 전문직업인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며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매력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이 씨가 U턴 입학을 결심하자 가족과 주변 친구들은 축하의 메시지를 건내왔다. 이 씨는 “전문대 입학에 대해 가족과 친구들도 축하해 줬고 주위에 직장생활을 하다 재입학하여 대학 생활을 하는 친구들이 있었기에 자신 있게 선택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경북전문대 물리치료과는 최근 5년 간 평균 취업률이 95%가 넘고 국가고시 합격도 97%에 이른다. 물리치료과는 고령화시대에 각광받는 학과로, 많은 학생들이 U턴 입학을 하고 있다. 

해외에서 일반대를 졸업 후 한국으로 이민와서 전문대에 진학하는 경우도 있다. 바로 계명문화대 경찰행정과에 입학한 외국인 학생 카라살알리나 씨(34세)다. 

카라살알리나 씨는 모스크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한국어·러시아어·영어·터키어·투바어·중국어가 가능한 다재다능한 학생이다. 현재 한국인 남편과 결혼을 하고 귀화 과정을 준비 중인 카라살알리나 씨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중국인 불법체류자들도 코로나 검사를 해야 하는데 불법 체류가 적발되면 강제 추방이 되니 검사를 받지 않고 숨어 지내는 일이 많았다”며 “이때 중국에서 귀화한 관광경찰이 이들을 회유하고 코로나 검사를 받게 하는 등 활약이 컸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범죄 등으로 고통 받는 그들에게 ‘대한민국 관광경찰’로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진학 포부를 밝혔다. 

아주자동차대 자동차디자인 전공 입학생 임현균 씨(31세)는 이번이 세 번째 대학입학이다. 임 씨는 타 대학 회계학과를 졸업한 후 회계 관련 회사에서 근무 중 자동차 디자인에 관심이 생겨 디자인 회사로 이직했다. 이후 더 체계적인 전문성을 갖기 위해 일본 동경에 있는 디자인 대학으로 유학을 갔다. 임 씨는 ‘클레이모델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아주자동차대학에 진학했다. 클레이모델러는 자동차 디자인을 입체로 형상화하는 창작가를 말한다.

김 씨는 “자동차 ‘클레이모델러’는 4~5년에 한 번씩 채용 공고가 나올 정도로 극소수 인원을 선발한다”며 “이 분야의 학습을 위해선 자동차 특성화 전문대학에 입학하여 클레이모델링 분야에 전문가인 교수님에게 제대로 배워야 한다고 확신했다”고 입학 동기를 밝혔다. 김씨는 “다른 입학생보단 나이가 많지만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라는 생각으로 지원했고, 우리나라 우수 자동차 디자인센터의 ‘클레이모델러’가 되어 창의적인 미래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민기 기자 bonsens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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