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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메타버스 타고 '메타버시티'로 간다
캠퍼스, 메타버스 타고 '메타버시티'로 간다
  • 윤정민
  • 승인 2021.09.13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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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메타버스에 빠지다

“로그인하는 순간, 모든 것이 현실이 된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누구든 어디든지 갈 수 있고,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상상하는 모든 게 가능한 세계가 있다면, 그것이 유토피아 아닐까. 공상과학(SF)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우리에게 이러한 세계가 가능하다는 것과 함께 ‘메타버스(Metaverse)’를 대중화시켰다.

‘현실의 물리적 환경이 온라인 가상세계와 융합한 세상’이라는 뜻의 메타버스는 우리 귀에 익숙할 정도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늘면서 여러 업계가 실감 나는 가상세계 만들기에 뛰어든 것이다.

 

동신대 교양 교과 ‘독서와 토론’의 오리엔테이션이 메타버스 강의실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진=동신대

대학들도 올해 들어 캠퍼스를 메타버스로 확장하는 ‘메타버시티(Meta-versity)’를 만들기 시작했다. 동신대는 광주·전남 대학 중 최초로 3D 아바타 기반의 메타버스 강의 체계를 구축했다. 올 2학기부터 5개 전공과 2개 교양 교과목을 시범 운영하는데, 수강생들은 교과목에 따라 짧게는 2주, 길게는 9주 동안 메타버스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는다.

고려대도 SK텔레콤과 지난 7월, 양해각서를 체결해 ‘차세대 스마트 캠퍼스’ 구축 계획을 밝혔다. 고려대는 실험·실습 등 비대면으로는 한계가 있는 일부 교과목과 동아리·국제교류·사회봉사 등 다양한 비교과 활동에 메타버스를 적용할 예정이다.

 

메타버스, 대학의 실험·실습 수업환경을 바꿔

대학들은 왜 지금 메타버스를 활용한 교육 연구에 몰두할까. 이유는 학생들의 수업 만족도와 학교 경쟁력 증진이다.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은 지난 6월, 대학생 2천 613명을 대상으로 비대면 수업 만족도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대학생 10명 중 7명이 비대면 강의에 만족한다고 답했는데, ‘통학에 필요한 시간 및 비용 절약(70.2%·복수응답)’ 등 외부 환경이 큰 이유였다. 반대로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한 학생들은 ‘교수와 학생 간의 원활하지 못한 소통(56.5%)’, ‘강의 품질 저하(50%)’ 등 대면 수업보다 질적 측면에서 낮은 수준의 교육 환경을 이유로 들었다.

 

유씨 카할라(Jussi Kajala) 3DBear CEO가 지난 8일, 카이스트가 주최한 ‘GSI-2021 온라인 국제포럼’에서 메타버스 기반의 공장 기술 실습교육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카이스트

대학들은 이러한 비대면 수업의 장단점을 메타버스로 강화하거나 보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학생들이 집에서 기존 비대면 수업으로는 참여하기 어려웠거나, 대학이 예산 문제로 갖추지 못한 높은 수준의 실험·실습 수업을 메타버스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셉 페라로(Joseph Ferraro) 랩스터(메타버스 에듀테크 회사) 부사장은 지난 8일, 카이스트가 주최한 ‘GSI-2021 온라인 국제포럼’에서 “대학마다 정교한 실험실 환경이나 장비를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메타버스가) 실험실 제공과 폐기물 처리 등의 걱정을 없앨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전문대 20여 곳, 연합형 메타버시티 추진

대학들은 메타버스를 활용한 교육 인프라가 앞으로 신입생 모집에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대학이 온전한 메타버시티를 갖추기엔 3D 캠퍼스 디자인 비용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조훈 서정대 교수(호텔경영과)는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회장, 박주희 삼육보건대 기획처장, 이하 학회)가 지난 1일 주최한 ‘메타버시티 & 에듀테크 직업교육 혁신 세미나’에서 대학들이 입학식 등 메타버스 기반의 일회성 행사를 열기 위해 메타버스 관련 비용만 최소 1천만 원에서 5천만 원 가까이 지출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프리랜서·아웃소싱 플랫폼 ‘크몽(kmong)’ 등에서 제페토(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 크리에이터들은 외주 비용을 기본 300만 원부터 디자인 수준이나 요구사항에 따라 많게는 750~900만 원으로 받고 있다. 그래서 대학이 자체적으로 메타버스를 개발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학이 단독으로 개발하고 운영하기에는 많은 예산과 시간이 필요하다.

조 교수는 위 세미나에서 대학들이 힘을 합쳐 메타버시티를 공동개발하자고 제안했다. 학회는 오는 10월에 전문대학 20여 곳이 참여하는 메타버시티 컨소시엄을 구성할 예정이다. 이후 2024년 2월까지 교과과정 실감형 콘텐츠 등을 설계하고 개발할 예정이며, 참여대학 간 운영기술과 노하우 등을 공유하면서 메타버스를 활용한 대학 간 공동학위 콘텐츠도 만들 계획이다.

 

윤정민 기자 luca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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