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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이 벌이는 디지털 거버넌스 경쟁…한국이 공존할 방안은?
미·중이 벌이는 디지털 거버넌스 경쟁…한국이 공존할 방안은?
  • 정구연
  • 승인 2021.09.16 1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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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연 강원대 교수 '팬더믹 시대 디지털 권위주의와 민주주의의 미래'

팬데믹이 장기화 함에 따라 디지털 거버넌스가 더욱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은 자율과 통제 속에서 디지털 거버넌스를 구축하며 정보 수집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디지털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어떤 디지털 생태계를 갖춰야 하는지가 쟁점이다. 이에 정구연 강원대 교수(정치외교학과)가 제주평화연구원에 쓴 「팬더믹 시대 디지털 권위주의와 민주주의의 미래」(2021-15)를 게재 동의를 얻어 소개한다. 

출처: 제주평화연구원, 피스넷 , 「팬더믹 시대 디지털 권위주의와 민주주의의 미래」(2021-15) (http://jpi.or.kr/?p=18492

 

미국은 정보 공개와 자유로운 초국적 유통을 강조
중국은 정권 유지를 목표로 자체 기술로 정보 통제

미중 경쟁이 군사, 정치, 경제, 기술, 체제와 규범 등 전방위로 확산되는 가운데, 각각의 영역에서의 강대국 경쟁 현황과 전망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디지털 거버넌스와 관련한 미중 경쟁은 코로나19 팬더믹 국면 속에서도 더욱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이는 일차적으로는 팬더믹에 대응하기 위한 감염경로 추적 및 백신 개발, 또한 팬더믹 극복에 유용한 디지털 거버넌스 체제의 경쟁이라는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 미중 양국은 디지털 기술 경쟁을 통해 인도태평양 전략과 일대일로 이니셔티브가 관통하는 지정학적 공간에 대한 디지털 거버넌스 구축을 통해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발전의 속도는 그에 대한 정치적, 법적 규범의 확립 속도보다 빠르기에, 무엇이 ‘자유로운 디지털 질서’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국제적 합의와 규범적 판단은 여전히 부재하다. 미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유럽연합 등 다양한 행위자들이 각각 가지고 있는 디지털 기술 역량 수준뿐만 아니라 사이버 주권과 인터넷 자유 개념 간의 긴장, 그리고 디지털 공간 속에서 무엇이 ‘자유주의적 가치’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려와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무엇이 자유로운 디지털 질서인가

그중에서도 각국이 ‘정보’에 대해 갖고 있는 관념이 상이함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국가들은 정보에 대한 끊임없는 경쟁을 치러왔다. 이때의 정보경쟁이란 정보의 내용뿐만 아니라 정보 아키텍쳐에 대한 경쟁 모두를 아우르는데, 이는 근본적으로 ‘정보’에 관한 상이한 이해로부터 기인한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정부의 권력 남용 방지 및 견제 차원에서 정보 공개와 초국적 유통에 대해 강조한다. 반면 권위주의 국가들의 경우 정보를 정권에 대한 위협으로 상정하기에 정권 유지를 목표로 정보 통제를 수행하며, 이러한 과정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AI와 바이오테크놀로지 기술은 권위주의 정부의 대국민 정보수집과 표현의 자유 억제, 데이터 접근성 차단, 디지털 검열 등에 활용된다.

각 나라마다 다른 정보 개념 이해로 디지털 전략이 다양해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또한, 이러한 정보 통제는 국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가짜뉴스 확산, 해외 영향력 캠페인으로도 이어지기도 한다. 예컨대 지난 홍콩 민주화운동 당시 시위와 관련한 해시태그는 페이스북 등 주요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는 다수 확인된 바 있으나, 틱톡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고, 신장 위구르 무슬림 박해 관련 콘텐츠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미국은 초국가적 데이터 유통을 통한 디지털 생태계 구축을 선호한다면, 중국은 데이터 주권 차원 및 자원 보호에서 중국 내부에서의 데이터 공유만을 허용하고 해외로의 유출을 거부하는 블록화 전략을 추진한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2017년 「사이버보안법」을 통해 데이터를 중국의 미래 산업의 주요 요소이자 주권 차원에서 보호해야 할 자원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중국이 상정하는 사이버 주권은 결국 정보환경과 시민의 행동을 통제하는 정부의 권한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시민들에 대한 검열을 선제적으로 실시할 유인을 제공한다. 한편 시민들에 대한 검열이 선제적으로 진행된다면, 오히려 시민들을 억압할 필요성은 줄어들 수도 있다. 자기검열, 사회적 감독, 디지털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시민들 간의 상호 감시를 통해 정부에 대한 대항이 사전에 차단될 수 있으며, 위와 같은 시민들과 정부와의 상호작용은 오히려 권위주의 정권이 표방하는 가치와 규범을 강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어, 디지털 권위주의 거버넌스는 공고화될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은 사이버 주권을 강조하며 구글과 같은 민간기업의 저항에 부딪혔으나, 이에 대한 대체 플랫폼, 예컨대 바이두, 웨이보, 위챗, 알리바바를 활용함으로써 중국의 디지털 거버넌스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는 중국 디지털 시장 규모가 여타 권위주의 국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또한 중국의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에 가능했다. 
 

미국·중국의 디지털 역량에 대항하는 지정학 전략

미국 상원에서 지난 6월 가결된 미국혁신법은 위와 같이 빠르게 발전하는 중국의 디지털 역량에 대항하는 미국의 대중국 지정학 전략을 대표하며, 향후 5년간 최소 2천억 달러 예산이 투입될 전망이다. 본 법안은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가 발의한 첨단기술 육성을 목표로 하는 ‘끝없는 프론티어 법안’ 그리고 대중국 지정학 견제를 위한 ‘전략적 경쟁법’ 등을 통합한 형태로 입법이 추진되었고, 그 가운데에서도 미래 과학기술 선도를 위해 총 1천200억 달러가 투자될 전망이다. 이는 반도체, 통신 분야에 집중되어있으며, 국립과학재단, 상무부, 에너지부의 연구개발 예산으로 주로 소요될 것이다. 과거 맨해튼 프로젝트와 같이 선도기술분야에 대한 압도적 예산 투입을 통해 기술 경쟁력 우위를 지속하고자 하는 미국의 의중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미국혁신법에 따른 해외공여가능금액은 1천억 달러로 묶여있고 이는 중국의 디지털 실크로드 이니셔티브 (약 2천억 달러 이상) 예산 투입규모보다 작은 상황이다. 지난 G7 회담 당시 참여국들이 공약한 ‘B3W(Build Back Batter World)' 이니셔티브 역시 그러하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 설립된 국제개발금융공사 역시 역내 공여금액 한도를 600억 달러로 제한시켜두어, 과연 디지털 거버넌스 구축을 통한 지정학적 우위를 점하려는 목표가 달성될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 불확실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은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다시 한 번 강조할 것이며, 디지털 기술개발 차원에서의 협력뿐만 아니라 미중경쟁이 집중된 공간에 대한 디지털 거버넌스 구축에 있어서도 동맹국들과의 단합을 이끌어낼 공산이 크다.

중국은 사이버 공간에서의 규칙 제정에 있어 유엔을 중심으로 한 규칙 마련을 선호한다. 이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사이버 국가주권을 강조하는 입장에 근거하며, 민간영역,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규칙제정보다 국가주도의 규칙제정을 선호하는 것이다. 또한 규칙 마련과정에서 디지털 실크로드를 통해 협력해온 개발도상국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존재한다. 한국의 입장에서 볼 때, 이러한 논쟁 속에서 중요한 것은 한국 스스로의 역량과 잠재력에 대한 정확한 판단뿐만 아니라 그것의 지정학적 함의에 대한 고려일 것이다. 디지털 기술이 기술로만 남아있지 않으며 한국이 공존할 디지털 생태계, 그에 따른 대외적 위상과 운신의 폭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정구연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캘리포니아대학 로스앤젤레스(UCLA) 정치학 박사학위 취득 후 국립외교원 객원교수,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으로 근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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