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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사회로 나아가는 길, 의심과 질문에서 시작한다
공정사회로 나아가는 길, 의심과 질문에서 시작한다
  • 유무수
  • 승인 2021.10.01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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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불공정사회』 이진우 지음 | 휴머니스트 | 304쪽

공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공정하지 않다는 것을 상징

  
간음하다가 잡힌 여자를 예수 앞에 끌고 왔을 때 예수는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요한 8:7)”고 말했다. 군중은 자기성찰을 하며 돌을 내려놓았다. ‘내로남불’에 찌들어 있었다면 남의 잘못만 파헤치며 의인 행세를 했을 것이다. 

정치철학자인 이진우 저자는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가 실현되어 왔는가, 질문하고, 우리 사회에서 “공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으며 이는 “그만큼 공정하지 않다”는 것을 상징한다고 주장한다. 

“이니(대통령) 마음대로 해.” 문 대통령 지지자의 외침이다. 대통령이 어느 누구보다 진실하고 공정하며, 미래에 대해 가장 밝은 통찰력을 지녔을지라도 야당의 비판을 수렴하는 것이 민주적 지성이다. 회의(懷疑)를 시도할 때 미심쩍은 요소가 금방 드러날수록 견제를 받아야만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정체를 드러낸 것이다. 저자는 내로남불로 점철된 ‘조국 사태’를 언급하면서 “이니 마음대로 해”는 도덕적 타락의 정점이라고 통렬하게 지적한다. 

“언제부터인지 정치적 대화를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만연하여 관용조차 말하기 힘든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 느낌은 현실을 반영한 것인가? 비판을 위축시키고 침묵을 강요하는 분위기는 청산돼야 할 독재자의 열등감과 오만과 아집을 의미한다. 

이진우 저자는 민감한 정치판의 이슈들(추미애·윤석렬 충돌,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학벌주의와 교육불평등, LH 부동산투기, 180석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의 문제제기를 배제하고 강행처리한 민주절차무시,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 제도를 무용지물로 전락시킨 공직자 임명, 적폐청산 등)에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약속했던 ‘공정’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면서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공정이라는 말을 하지 않으면서 불공정한 사람보다는 공정이라는 말을 하면서 불공정한 사람이 훨씬 더 가증스럽게 느껴지는 법이다.”

그는 플라톤, 홉스, 로크, 마르크스, 막스 베버, 로버트 노직, 니체, 존 롤스, 마이클 샌델 등 정치철학자들의 사상을 논리전개의 보조도구로 삼아 우리 사회에서 민주주의·자본주의 체제와 밀접하게 얽힌 법치, 능력주의, 부의 집중, 경쟁, 연대, 정의, 신뢰 등이 ‘공정’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질문하면서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사회를 분석했다. 저자는 현재 우리 사회는 매우 불공정하며, “불공정 사회에서 공정사회로 나아가는 길은 이렇게 의심하고 질문하는 능력에서 시작한다”고 글을 맺었다. 

민주화의 깃발을 흔들던 무리들이 의회권력을 압도적으로 차지했는데 민주주의가 퇴보하며 비판과 관용이 억압되고 있다면 그들이 진실로 추구해온 것은 무엇인가. 최순실의 딸과 조국의 딸에게 적용하고 있는 잣대는 정의의 여신 유스티티아의 저울처럼 공정한가, 악취를 내장한 내로남불 고무줄로 제작한 것인가.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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