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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OOC 강좌 ‘지역문화의 이해’ 탄생기
K-MOOC 강좌 ‘지역문화의 이해’ 탄생기
  • 양진오
  • 승인 2021.09.28 0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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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오의 거리의 대학 19

“캠퍼스 강의실의 경계를 탈피해 우리 학생만이 아니라 
일반 대중과 만나는 교과목을 만들고 싶었다. 
당장 K-MOOC가 지역대학 살리기의 대안이 되지는 않더라도 
그 영역에 입문해 배우고 경험하고 싶었다.”

 

지역대학 교수에게 9월은 즐거운 달이 아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수시모집이 본격 시작되어서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수시모집이라면 앞으로 가르칠 학생을 선발하는 입시 제도를 말하는 게 아닌가? 괴로울 일이 아니지 않나, 수시모집 전형 수험생을 반겨야 할 일이 아닌가? 틀린 말은 아니다. 반겨야 할 일이다. 문제의 시작점은 학령인구 급감이다. 더 풀어 말해 비수도권 지역에 수험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거다. 언제부터인가 이런 까닭에 수시모집은 비수도권 지역대학의 위기를 대내외에 입증하는 사건이 되고 말았다. 

필자가 재직하는 대학이 대구대학교이다. 대구대학교는 9월 14일 자로 올해 수시모집을 종료했다. 대구대학교만 그렇지는 않았다. 대개의 대학이 9월 14일 자로 수시모집을 종료했다. 여느 대학도 그랬지만 입학처 보직자와 담당 직원은 수시모집 전형 홍보를 위해 하계방학을 뜨겁게 보냈다. 필자 역시 입학처 요구에 따라 고등학교 학생 대상 특강을 몇 차례 다녀왔다. 수시모집 전형이 마치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가 아니라 모시는 제도 같았다.

최근 언론은 물 만난 고기처럼 수시모집 결과를 연일 보도하고 있다. 대충 이런 식의 보도이다. 수도권 소재 대학의 수시모집 경쟁률은 지난해 평균 14.7%보다 높아질 것이다. 반면 비수도권 소재 대학의 수시모집 경쟁률은 지난해 평균 5.6:1보다 떨어질 것이라고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게다가 몇몇 언론은 비수도권 소재 사립대학의 수시모집 경쟁률 저하가 미달과 미충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복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처럼 수시모집은 지역대학이 당면한 위기의 현실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계기로 대학 관계자는 물론 언론 관계자들에게 이해되고 있다. 9월이 즐거운 달이 아닌 이유가 이렇다. 

캠퍼스 공간에 갇히지 않는 방법이 없을까?

사실 지역대학의 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 위기에 대한 원인 분석과 진단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위기는 위기인데 위기 같지 않은 위기가 바로 지역대학 위기이다. 수시모집, 정시모집처럼 학생 모집 시즌이 다가오면 지역대학 위기론이 언론 지면을 장식한다. 그런데 그 시즌이 지나면 지역대학 위기론은 슬쩍 사라진다. 그러다 다시 학생 모집 시즌이 다가오면 지역대학 위기론이 언론을 장식한다. 지역대학 위기론이 언론의 소재로 주기적으로 소비되는 형국이다.

나는 언론의 지역대학 위기론에 시선을 오래 두지는 않는 편이다. 지역대학의 위기를 부정한다는 말이 아니다. 언론이 생산하는 지역대학 위기론에 몰입되어 걱정하고 탄식하기보다는 지역대학을 지역 개념으로 재구조화하는 방법, 이를 근간으로 고등교육 구조를 개혁하는 방법을 생각하는 게 더 중요해 보여서 그렇다. 지역대학 위기의 시대에서 중요한 건 위기론에 매몰된 교수자로 사는 게 아니라 지역대학 회생의 도정에 동참하는 게 아닐까 싶다. 

과연 지역대학을 살릴 수는 있을까? 아니 비수도권 지역에 학생이 없다는 거 아닌가? 지역대학이 학생을 캠퍼스로 충원하는 방식이 과연 언제까지 가능할 수 있을까? 필자가 북성로대학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고민한 의제가 바로 이렇다. 교육자와 연구자로서 캠퍼스라는 특정한 공간에 갇히지 않는 방법이 없을까? 이런 고민을 했다. 캠퍼스 단위의 대학 운영 방식을 창조적으로 파괴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다. 나 혼자라도 그런 실험을 학습하고 싶었다. 캠퍼스 중심의 교육 탈피, 교수 중심의 전통적 교수법 혁신을 하고 싶었다. 마침 캠퍼스가 아닌 지역 원도심에서 인문학 의제를 발굴하던 차여서 이런 구상이 나에게는 각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K-MOOC 교과목 지역문화의 이해를 촬영하는 첫날 촬영장 풍경이다. 촬영이 10월 가을에 시작되어 12월에 마무리되었다. 2020년 10월 12일 촬영. 사진=양진오

지역을 모르는 지역대학 학생이 참 많다

이런 배경에서 K-MOOC 교과목 만들기에 도전하게 되었다. 캠퍼스 강의실의 경계를 탈피하여 우리 학생만이 아니라 일반 대중과 만나는 교과목을 만들고 싶었다. 당장 K-MOOC가 지역대학 살리기의 대안이 되지는 않더라도 그 영역에 입문하여 배우고 경험하고 싶었다. ‘이봐, 학생들 너희가 강의실로 와야 해’가 아니라 시공간 제약 없이 학생과 대중들을 만나고 싶었다. 이 과정에서 시행착오의 오류는 오류대로 보완하고 성과는 성과대로 계승하며 온라인 공개강좌의 세계를 경험하고 싶었다. 다행히 2020년 작년에 ‘지역문화의 이해’ 교과목이 K-MOOC 교과목으로 선정되었다. 겨울이 서서히 다가오는 무렵부터 이 교과목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교안 만든다. 촬영한다 일이 많았다. 그리고 올해 2021년부터 ‘지역문화의 이해’ 교과목이 MOOC 플랫폼에 탑재, 개설되었다.

이 교과목은 지역문화 전반을 가르치지 않는다. 교과목 명칭은 지역문화의 이해이지만 교육내용은 대구·경북 지역문화가 중심이다. 애초 학교 담당 부서로부터 이렇게 부탁을 받기도 했다. 대구·경북 중심의 지역문화 교과목을 만든 이유는 이렇다. 대구·경북 출신이 대다수인 대구대 학생들이 대구·경북의 지역문화를 너무 몰랐다. 

K-MOOC 플랫폼에 탑재된 지역문화의 이해 홍보 영상. 15주 촬영을 마무리하고 홍보 영상을 촬영했다. 사진=양진오

그런데 대구대 학생만 이럴까. 지역을 모르는 지역대학 학생이 참으로 많다. 학생을 탓할 일도 아니다. 대구·경북의 지역문화를 주체적으로 발견하고 체험하며 이를 자신의 앎으로 생성하는 내용으로 지역문화의 이해를 구상하게 된 이유가 이와 같았다. 나의 K-MOOC 교과목 ‘지역문화의 이해’, 지역대학 살리기의 배경에서 탄생했다. 누가 알아주고 말고는 중요하지 않다. 온라인 공개강좌의 세계에 다른 이가 아닌 내가 입문했다는 게 중요했다. 지역 원도심에서 시작한 북성로대학 프로젝트를 수행하지 않았다면 온라인 공개강좌 세계로의 입문은 어려웠을 것이다. 

양진오 대구대 교수·한국어문학과
한국 현대문학과 스토리텔링을 가르치고 있다. 대구 원도심에 인문학 기반 커뮤니티 공간 ‘북성로 대학’을 만들어 스토리텔링 창작, 인문학 강연 및 답사, 청년 창업 컨설팅 등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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