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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공존’ 소통 방정식
‘세대 공존’ 소통 방정식
  • 한명숙
  • 승인 2021.10.12 0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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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_ 한명숙 논설위원 / 공주교대 국어교육과 교수

 

한명숙 논설위원(공주교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은 사상의 자유를 누린다. 특정 정치인을 지지할 자유를 비롯하여 보수와 진보, 중도라고 구별하는 정치 성향의 자유의지를 가진다. 이 자유가 한국인 일부에게는 여전히 신선하고 특별하다. 감시와 억압의 기억이 의식과 무의식에 남아 있는 4050세대가 그들이다. 『광장』의 ‘이명준’에 공감하는 탄압과 폭정을 기억한다. 

이 ‘기억의 공간’은 정치와 정권의 영향력을 안다. 인권 문맹의 정치를 경험하며 터득한 인권 문해와 권력이 삶에 미치는 힘을 온몸으로 겪었다. ‘내부자들’끼리 ‘부당거래’를 일삼던 세상을 살아왔다. 이 경험이 특정의 가치를 만들고 정서를 연결하며 연대로 묶인다. 집단 현상으로 이어진다. 선거 표심에서조차 경향성을 형성하는 4050세대의 정치 경험을 주목한다.

첫째, 이들에게는 순수 경험이 뒤집히는 반전의 체험이 있다. 학창 시절에 갑작스러운 대통령의 총격을 슬퍼했던 순수 기억의 잠재가 씨앗이다. 어른이 되어서는 그것이 군사정권과 ‘독재’의 산물이었다는 해득과 반전을 겪었다. 어른들이 추앙하던 대통령이 받은 총격에 충격을 입은 어린 경험이 성장한 후, 시대정신의 통찰을 만나 정치 문해를 습득하면서 보게 된 반전이다. 최초 각인이 뒤집히며 강렬한 가치를 획득하였다. 자주와 ‘민주’의 가치다.

둘째, 사상 교육의 강요와 배반이 뒤늦은 자각과 성찰로 이어진 경험이 이들에게 내재한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교실 유리창에서 반공, 방공, 멸공을 읽으며 학창 시절을 보낸 이 세대는 국민교육헌장을 암송했고, 매주 줄 맞춰 서서 친구가 쓰러져도 꼿꼿한 자세로 견뎌야 했던 전교 조회에서 교장 선생님의 훈화와 ‘이승복 어린이’의 절규에 세뇌당했다. 전체주의의 위력과 수탈과 유린이 횡횡했던 시대 비극의 자괴감과 억압을 제거하고 국민 주체의 자주 의식을 심었다. 뇌리를 점검하며 신성 민주의 자치력을 키웠다. 민주의 가치가 진보한다.

셋째, 민주화 과정의 체험이 생애 경험으로 작동한다. 사십여 년을 흐른 군사정권이 ‘예성강’에 이르러 벌인 폭정과 부당과 차별의 고통을 겪었다. 수많은 목숨을 치렀던 민주화 운동과 노동운동에 직간접으로 참여했다. 최루 가스와 눈물, 콧물의 범벅이 온몸에 치열했던 회한을 잊을 수 없다. 민주의 획득과 성공으로 군사 보수 정권을 부정과 부조리, 비리와 부패의 다발로 묶는다. 과거와 현재를 보수와 진보의 등식으로 만드는 기반이다. 민주와 진보의 가치를 지키고 싶다.

넷째, 민주주의를 꽃피운 경험의 발효가 일어난다. 정치인의 거짓과 배반, ‘내로남불’의 부정과 위선에 실망하여 제2의 전회를 생각하지만, 초기 정치 기억의 반전이 선덕여왕을 흠모했던 지귀의 화인처럼 선명하다. 반역은 살아 있고 ‘사람 사는 세상’이 사그라진 시대 상처를 치유하지 못해 회복의 소망을 보수에서 찾지 못한다. 홍범도 장군의 귀환으로 슬픔을 달래고, K-문화가 이끄는 국가 성장의 물결로 과거를 삭힌다. 상흔을 덮고 건전한 정치인을 찾는 촉각이 미생물 같은 작용으로 생애를 분해하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 발효를 일으킨다. 국가 미래 걱정이 솟는다.

세월은 4050의 정치 경험을 제곱으로 키우며 흐른다. 보고, 듣고, 겪은 일들이 더해지고 곱해지는 경험치의 방정식에 현재를 대입하며 과거를 재구성하고, 현재를 근으로 삼아 미래를 푼다. 살아온 힘과 살아갈 동력이 지금을 이해하는 멍석이 되고, 저기로 나가는 돌다리도 된다. 이 경험치의 수식을 2030세대와 나누어 소통의 방정식을 풀고 싶다. 기억해야 할 정치와 세울 만한 정권을 함께 열 과제다. 어떤 진심이어야 연결의 해법으로 통할까?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40여 년 전의 가수를 2030세대와 이어주듯, 「변호인」이나 「1987」과 같은 가교에서 상호 이해를 건너본다. 최근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무궁화꽃’과 달고나가 한국문화와 세계인을 연결하듯, 7080의 노래로 접속하는 감성을 함께 부르며 세대 공존의 세상을 꿈꿔 본다. 생애 경험이 ‘이해의 선물’ 한번 받지 못했어도, 그 경험치의 이상이 꼰대로 썩지 않아야 4050의 물이 2030으로 흘러 역사를 잇는다. 세대의 소통으로 통찰을 이루어 너나를 가리지 않는 비리와 부패의 이 난장판을 청소하고 정돈해야 한다. 세상은 『차이와 반복』의 변주다.

한명숙 논설위원
공주교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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