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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지원
  • 승인 2021.10.14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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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지음 | 싱긋 | 302쪽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나사에서 즐기면서 일하는 법

행운이 찾아왔다. 20대 말 대학원생 신분으로 시칠리아에서 열리는 학술대회에 참석하였는데, 우연히 나사에서 일할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꿈꾸듯 기뻤지만, 가족을 떠나 말도 설고 문화도 설은 외국 땅에서 살아야 한다는 두려움도 함께 찾아왔다. 불길한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제안서를 쓰는 일부터 행정처리, 사람을 만나는 일 등 나사에서 일을 시작한 이후 모든 일이 어렵고 계속 실수했다. 몇 날 며칠 자신의 무능을 자책하며 울면서 보냈다.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실수를 하지 않는 일’이라며 매일매일 좌절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러다가 문득, 실수를 기록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상황별 ‘지혜의 일기’를 썼다. “열심히 사는 일은 실수를 많이 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베이비에서 주니어로

이 책은 12년 차 나사 연구원 김현정 박사가, 지난 10년간 나사에서 일하면서 배운 100가지의 지혜를 기록한 책이다. 김 박사의 어머니는 “우리 인생은 멀리서 보면 하나의 직선으로 보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무수히 많은 점”이라고 말씀하시곤 했는데, 이 책은 김 박사가 베이비에서 주니어로 성장하기까지 나사에서 수없이 실패하고, 좌절하고, 극복하고, 희망을 찾아가면서 찍은 수많은 점을 구체적이고 솔직하게 보여준다. 나사라는 특수한 조직 안에서 좌충우돌 실수투성이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를 이끄는 팀의 리더로 성장한 과정이 그려져 있다.

 

설거지 방법부터 메일 쓰는 법, 인맥 쌓기, 리더십, 자기애

이 책은 진솔한 자기 고백을 담고 있지만, 자기계발적인 목적도 있다. 한 연구원의 에세이면서 동시에 업무와 자기 관리의 기술을 배울 수 있다. “꿈은 명사가 아닌 동사다(Dream is a verb not a noun!)”, “맛있는 식당이 되자(Be a delicious restaurant!)” 등 대부분의 제목은 명언이나 청유형 문장이고, 이를 영어로 병기했다. 실수를 어떻게 없애는지, 두려움은 어떻게 극복하는지, 일의 순서는 어떻게 정하는 건지, 메일은 어떻게 쓰고, 제안서는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팀원과의 불화를 조정하고 어떻게 팀의 성과를 최대치로 올리고, 멘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경험을 통해 설명하고 정리해두었다. 하지만 이 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행복’에 이르는 길을 안내하는 데 있다. 목차를 ‘실수 → 성장 → 일 → 리더십 → 자기애’로 구성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내가 행복하고 건강하게 잘 살아야 조직도 발전할 수 있는 것, 타인의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고 흔쾌히 받을 수도 있는 것, 타인의 성공을 기뻐하고 축하해주는 것이 바로 저자가 나사에서 배운 성공학인 것이다. 나사라는 보안이 철저한 조직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재미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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